LIVE김찬우 교수)메타티칭의 시대, 끝까지 읽는 아이가 노벨상을 연다

[김준형의 클담] “영원히 우리 가슴에 울려 퍼질 그들의 마지막 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월 27일)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8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영원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대일 뿐이고 그런 기대 때문인지 그 마지막은 섭섭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음악애호가로서 많은 연주 무대를 접했지만, 전설적인 거장의 고별 무대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무려 47년간 정상의 자리에 섰던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인 에머슨 사중주단도 은퇴를 선언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내한 연주를 가졌던 우리 무대도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주요한 곳이었기에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는 제목으로 광주, 대전, 부천과 이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영원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대일 뿐이고 그런 기대 때문인지 그 마지막은 섭섭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음악애호가로서 많은 연주 무대를 접했지만, 전설적인 거장의 고별 무대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

무려 47년간 정상의 자리에 섰던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인 에머슨 사중주단도 은퇴를 선언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내한 연주를 가졌던 우리 무대도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주요한 곳이었기에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는 제목으로 광주, 대전, 부천과 이날 서울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했다.

1976년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의 현악 주자로 단체를 결성하면서,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이름으로 명명하여, 9번의 그래미 수상, 3번의 그라모폰 수상, 그리고 실내악단 최초로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세계 최정상의 앙상블이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첫 곡은 브리튼이 편곡한 퍼셀의 <샤콘느>. 흘러간 세월만큼 장악력 있는 운지와 날선 활시위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서로가 하나의 톤으로 만들어가는 조화로운 음색과 안정적인 음악의 흐름으로 격조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길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무대의 개시로서 손색없는, 그러니까 그만큼 신경써서 고른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하이든 현악사중주 제29번. 제1악장의 4개의 동기 때문에 ‘How do you do?’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걸작이다. 전반부 무대의 제1바이올린을 연주한 유진 드러커가 간혹 고르지 못한 부분을 노출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맑고 고급스러운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여전히 완벽한 음악성을 드러내며 일치된 호흡을 주도했다. 그의 리드에 따라 여유 넘치는 제1악장과 다양한 정서가 차분하면서도 아름답게 드러난 제2악장을 연주했다. 멤버 간의 안정된 앙상블을 바탕으로 밀고 당기는 듯한 음악적 다이내믹이 멋들어지게 재현된 제3악장의 연주가 각별히 훌륭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세 번째 연주한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제15번은 얼마나 숙고를 거쳐 고른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모차르트가 하이든에 대한 존경으로 작곡한 <하이든 세트>의 유일한 단조 작품으로 작품에 담긴 각별한 정서의 대비로 무척 인기가 많다. 작품 간의 인연 그리고 조성 등을 고루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비올라와 첼로의 반주와 함께 바이올린 선율의 예민하면서도 감각적인 솔로 연주로 놀라움을 자아낸 제3악장 연주가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였다. 다양한 양상으로 변모하는 악상의 흐름 속에서 느긋하게 깊은 음악성이 드러난 제4악장도 좋았다.

후반부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8번. 또 한 명의 원년 멤버인 필립 세처가 제1바이올린의 자리에 앉았다. 보다 푸근하고 선이 굵은 스타일로 전반부와 다소 다른 양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의 리드는 베토벤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반영된 두 번째 악장에서 빛을 발했고,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퍼진 제3악장의 연주도 각별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그들도 아쉬웠을까? 이날 연주회의 특별한 순간은 모든 프로그램의 순서를 마치고 다가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었다. 다시 무대에 오른 그들은 드보르자크의 <사이프러스> 제7번으로 새롭게 이어 나갔다. 밝으면서 따스한 음색 그리고 입체적인 드보르자크 실내악 작품의 특성이 잘 드러난 연주로 무척 인상적이었다. 뒤이은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제1번 중 두 번째 악장 ‘칸초네타’에선 낭만성으로 가득한 노래의 끝없는 아름다움에 빠지게 했다. 마지막 곡은 바흐의 코랄 <당신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를 현악사중주로 편곡한 작품이다. 연주의 마무리로 더할 나위 없는 감격과 뭉클함을 안겨준 연주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인 아름다움이 무대에 머무르는 듯 했다.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서는 새로운 실내악팀의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어쩐지 이날은 더욱 그들의 모습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를 앙코르까지 모두 듣고서 필자의 마음에는 그들의 예술이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너무나 새롭고 오늘 갓 데뷔를 한 듯한 신선한 음악이었다. 이들의 ‘라스트 댄스’에 함께 할 수 있어, 음악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사진_오푸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포스터_오푸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LAST DANCE’ (포스터_오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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