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준형의 클담] “디아나 담라우, 예술의 지향점을 제시하다”
벨칸토의 여왕, 담라우 내한 리사이틀 -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 2023년 5월 18일 롯데콘서트홀 김준형의 ‘클래식이 자라는 담벼락’ vol.7
담라우의 리사이틀은 2017년 처음으로 내한한 이후 6년 만의 연주였다. 더욱 원숙해진 그녀의 완벽한 예술성뿐 아니라 엄선된 전략적 프로그래밍과 KBS교향악단의 출연으로 그 어느 무대보다 높은 완성도였다.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인 베이스 가수,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 1부와 2부를 압도적인 연주로 가득 채우고 뒤이어 3곡의 앙코르도 번갈아 연주했으나 객석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그 누구보다도 정확한 발음과 우리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한 담라우의 에 객석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6년 전
담라우의 리사이틀은 2017년 처음으로 내한한 이후 6년 만의 연주였다. 더욱 원숙해진 그녀의 완벽한 예술성뿐 아니라 엄선된 전략적 프로그래밍과 KBS교향악단의 출연으로 그 어느 무대보다 높은 완성도였다.
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인 베이스 가수,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 1부와 2부를 압도적인 연주로 가득 채우고 뒤이어 3곡의 앙코르도 번갈아 연주했으나 객석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그 누구보다도 정확한 발음과 우리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한 담라우의 <동심초>에 객석은 환호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6년 전에도 이 작품을 노래하였으나, 비할 수 없이 우리에게 동화된 연주였고 반응도 훨씬 뜨거웠다. 역시 진실한 소통을 통한 공감은 예술의 본질이었다.
‘오페라의 왕과 여왕’이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본 리사이틀은 걸작 오페라에서 왕과 여왕이 노래한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롯시니, 도니체티, 벨리니의 명작 가운데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우면서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으로만 구성한 프로그래밍은 벨칸토 예술의 정점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벨칸토의 여왕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그녀의 예술이 나아갈 지향을 제시하였다. 완벽한 연주에 대한 희열뿐 아니라 그녀가 펼쳐낼 무대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한 밤이었다.
KBS교향악단의 롯시니 오페라 <세미라미데> 서곡 연주가 끝나고 담라우는 등장하였다. 첫 곡은 세미라미데 여왕의 카바티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이다. 공중정원에서 아르사체에 대한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벅찬 감정으로 가득한 장면이다. 첫 곡으로 이런 고난도의 노래를 고르다니, 상상하기 어려운 등장이었다. 단지 콜로라투라 기교로 가볍게 연주하지 않고, 기쁨과 들뜬 희망을 프레이즈마다 새기며 페이소스로 가득한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표현을 들려주었다.
이전 리사이틀과 비교해 소리가 더욱 깊어졌고, 가볍게 노래하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도약하며 기교의 원숙미를 더했다. 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포르테와 피아니시모를 극적으로 구사했다. 첫 작품부터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이날 연주에 대한 기대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
아돌프 아당의 오페라 <내가 왕이라면>의 서곡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다시 등장한 담라우는 파라슈케프 하지예프라는 불가리아 작곡가의 오페라 <마리아 데실라바>의 아리아 '위대한 신이여, 제 간청을 들어주소서’를 노래했다. 불가리아 여왕, 데실라바가 성당에서 기도드리는 장면이다.
느린 템포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이 곡에서 마치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절묘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선율로 음악의 구조를 축조하던 창법을 그녀도 이 작품에서 구사하며 경지에 오른 완성도 높은 콜로라투라 가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소리와 정서를 반쯤 줄여 공감을 불러일으킨 대목도 좋았다.
1부의 마지막 무대는 테스테와 함께 도니체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처절한 듀엣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마리아가 탈보에게 분노와 회한에 찬 격정을 토로하는 장면으로 두 가수의 빼어난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담라우의 음악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부는 테스테가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의 필립 2세의 아리아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담라우가 등장하여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 제 1막의 아리아 ‘젊은 날에는 순진했었지’를 노래했다. 완벽한 테크닉으로 카발레타의 경탄스러운 고음을 연속적으로 성공시켰지만, 매혹적인 저음부 때문에 더욱 빛났다. 기교에만 치중한 연주가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여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 내었고, 카바티나의 마무리 부분에서 페이드아웃하듯 아련하게 마무리한 대목이 절묘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연주는 벨칸토 오페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벨리니의 <노르마> 그것도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를 위한 프롤로그에 불과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에서 담라우는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연주의 전반부에서는 벨칸토 오페라의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듯 순결하게 레제로 창법으로 소박하면서도 선율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정적인 연주를 하였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자 마치 마리아 칼라스가 그러하였듯이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그리고 거대한 낭만적인 표현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지었다. 그녀의 예술적 여정을 한 장면에 녹아낸 위대한 연주였다.
청중의 뜨거운 갈채 속에 앙코르 무대가 풍성하게 이어졌다. 이 순서가 참으로 의미 있었던 것은 그녀의 예술이 앞으로 나갈 지향성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라우렛타가 리눗치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는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에서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움을 보여줬다면, 베르디의 오페라 <군도>의 듀엣에선 웅장하고 대담한 표현으로 이제 그녀의 예술이 보다 드라마틱한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질다 외에는 베르디 작품을 연주하지 않았으나, 마치 네트렙코가 그랬듯, 영토 확장을 알리는 승전가와 같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된 성악 리사이틀을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느 성악가의 내한 연주회와 달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BS교향악단의 참여가 연주회의 격을 높여주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준형
예술의전당 월간지 <Beautiful Life>에서 ‘SAC’s choice’ 코너를 3년간 연재했으며,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 월간 오디오 등 음악 관련 매체들에 오랫동안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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