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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Adaptive Open’ 초대 챔피언 이승민 선수

날마다 꿈을 향해 “나이스 샷”, 발달장애도 넘어선 프로골퍼

[시사매거진 제299호] “KPGA 프로골퍼 이승민 선수입니다.”그래. 더 이상 무슨 자기소개가 필요하겠는가.그는 KPGA 프로골퍼 이승민 선수이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골프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가 천생 그가 챔피언임을 말해주었다.이승민.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장애인 골프대회 초대 챔피언이다.미국에서는 이 대회를 ‘U.S. Adaptive Open’이라고 한다. ‘장애인 대회’가 아니라 ‘어댑티브’ 즉 적응해서 이겨낼 수 있는 이들이 모인 대회인 것이다.이 대회에서 마지막

[시사매거진 제299호] “KPGA 프로골퍼 이승민 선수입니다.”

그래. 더 이상 무슨 자기소개가 필요하겠는가.

그는 KPGA 프로골퍼 이승민 선수이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골프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빛나는 눈동자가 천생 그가 챔피언임을 말해주었다.

‘U.S. Adaptive Open’ 초대 챔피언 이승민 선수. (사진_‘U.S. Adaptive Open’ 제공)
‘U.S. Adaptive Open’ 초대 챔피언 이승민 선수. (사진_‘U.S. Adaptive Open’ 제공)

이승민.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장애인 골프대회 초대 챔피언이다.

미국에서는 이 대회를 ‘U.S. Adaptive Open’이라고 한다. ‘장애인 대회’가 아니라 ‘어댑티브’ 즉 적응해서 이겨낼 수 있는 이들이 모인 대회인 것이다.

이 대회에서 마지막 홀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친 이승민 선수는 세계 무대에서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휘날렸다.

그는 자폐성 발달장애 선수지만 골프로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승민 선수가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 방송되었을 때, 함께 얼마나 환호했었는지 모른다. 또한 그 뒤에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고 울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지… 자신도 모를 한치 앞의 순간을 함께 겪어냈을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누구보다 기쁜 사람은 이승민 선수 자신일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을 다 쏟아내듯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 그의 지난해 우승 순간을 기억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_‘U.S. Adaptive Open’ 제공
사진_‘U.S. Adaptive Open’ 제공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골프가 힘들 때는 없었는지. 그럴 때는 어떻게 견뎌냈는지.

공이 마음대로 잘 안 맞고 운동이 잘 안 될 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보다 내일 더 잘 맞을 거다. 내일보다 모레 더 잘 맞을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연습했다.

좋아하는 골프선수는 누구인지.

박은신 프로님을 좋아한다. 같이 라운딩할 때 잘 가르쳐 주고 충고와 조언도 많이 해준다. 박은신 프로님과 라운딩하면 재미있고 경기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이승민 선수를 보고 희망을 갖고 있다. 사회에 나오려는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처음 사회에 나오면 부끄럽고 무서울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고 어울리면 희망이 생긴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꿈은 무엇인지.

미국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해 예선 통과해서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고 싶다. 갤러리들의 환호 속에서 18홀 그린 위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꿈이다.

어머니 박지애 씨는 자신의 삶을 오롯이 이승민 선수와 함께했다. 2살 무렵 선천적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아들,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렇겠지만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세월 보상이라도 하듯, 이승민 선수는 골프를 하며 하루하루 자존감을 찾아갔고 발달장애도 2등급에서 3등급이 되었다. 요즘은 가까운 거리는 운전도 하고 어머니를 위해 노래도 부르는 아주 스윗한 아들이다.

어머니는 “오늘날 선수 이승민을 만든 장본인은 윤슬기 캐디”라며 “해병대 출신이라 운동도 엄하게 시킨다. 승민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고 승민이의 원망을 가장 많이 짊어지고 가는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는 시합도 소풍처럼 다녔다. 골프는 승부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고 친구들고 승부에 진심이 되기 시작하자 이승민 선수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 단계 성장해야 했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이승민 선수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이었지만, 그는 곧 희망으로 만들었다.

이후 안양 신성고 2학년이던 2014년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고, 2017년 발달장애 선수 최초로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국내 프로 무대에서도 초청 선수로 출전해 3번 컷 통과를 하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골프계의 우영우’라고 하지만 그 수식어로는 부족하다.(사진_볼미디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골프계의 우영우’라고 하지만 그 수식어로는 부족하다.(사진_볼미디어)

미국 마스터스 대회, 마지막 날 갤러리의 환호 속에서 그린 위로 올라가는 것이 꿈이라는 이승민 선수.

“그 갤러리들 속에 저도 있을 테니, 꼭 꿈을 이루기 바랄께요.”

나도 모르게 팬심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골프계의 우영우’라고 한다. 우영우는 드라마 속에 나온 자폐성 변호사로 지난해 우리나라에 신드롬을 일킨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승민 선수는 그 수식어로는 부족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젓하고 더 예의 바르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신현희 기자 bb-75@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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