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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주 칼럼] 술의 엑기스

[시사매거진 287호] 조선시대 여주지역에 만석꾼의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5대 독자아들이 있었다.부자는 당대명의를 찾아가 그 귀한 아들의 건강을 지키는 비법을 자문했고, 명의는 식사 때마다 약간의 반주를 하라고 권했다.그렇게 어릴 때부터 매 식사마다 반주를 하게 된 그는 건강하게 자랐으나, 환갑에 이를 무렵부터 무섭게 앓기 시작해 드러눕게 된다.오랜 투병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일어나 무언가를 토해내고 병상에서 일어난다. 다 나은 육신과는 달리 그의 정신은 온전치 못했고 얼이 빠진 사람이 되어 여생을 보내게 된다.그가

오병주 변호사
오병주 변호사

[시사매거진 287호] 조선시대 여주지역에 만석꾼의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5대 독자아들이 있었다.

부자는 당대명의를 찾아가 그 귀한 아들의 건강을 지키는 비법을 자문했고, 명의는 식사 때마다 약간의 반주를 하라고 권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매 식사마다 반주를 하게 된 그는 건강하게 자랐으나, 환갑에 이를 무렵부터 무섭게 앓기 시작해 드러눕게 된다.

오랜 투병을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일어나 무언가를 토해내고 병상에서 일어난다. 다 나은 육신과는 달리 그의 정신은 온전치 못했고 얼이 빠진 사람이 되어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자손들은 아버지가 토해낸 명태꽂과 비슷하지만 비릿하고도 더러운 물건을 버리려 했으나 그래도 낳아준 부모의 것이라 대청 추녀 밑에 매달아 놓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중국의 사신 한명이 조선을 방문하고자 압록강을 넘게 된다. 이 중국사신은 천하의 기보를 보는 안목을 지녔는데, 남쪽 하늘에서 푸른 서기가 비추는 것을 보고는 한양에 도착하자마자 궁전 대신 서기를 따라 경기도 여주로 내려간다. 

만석꾼의 집에 당도한 중국사신은 다짜고짜 이 집에 천하의 보물이 있음을 알고 왔으니 보물을 보여 달라 보챘다. 만석꾼의 아들은 중국에서 온 귀빈을 위해 집안의 가보로 내려오던 모든 보물들을 꺼내 구경시켜주었으나 중국사신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침내 벌떡 일어난 사신은 대청마루에 걸려 있던 명태꽂 비슷한 물건을 보며 바로 이 물건이 자신이 찾던 보물이라 했다. 그러면서 대뜸 자신에게 이 물건을 팔라며 중국금화 2냥을 제시했다.

만석꾼의 아들은 아버지가 술 먹고 토해낸 더러운 물건을 자식 된 도리로 보관한 것뿐이므로 두 손을 가로 저으며 그냥 가져가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이를 오인한 중국사신이 다시 손가락을 네 개를 펴 보이며 금화 4냥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수차례 오인을 반복하며 결국 금화 10만 냥, 지금 돈으로 하면 수십억 원이라는 큰돈으로 물건을 팔게 된다. 중국사신은 10만 냥이라는 거금을 내고도 싱글벙글 하며 지필묵을 가져오라하여 매매계약은 해제불가하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만석꾼 아들이 왜 이런 물건을 이렇게 비싸게 사느냐 묻자, 중국사신이 빙그레 웃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아들이 이러저러한 보물들을 대자 중국 사신은 바로 ‘사람의 목숨’이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신하를 시켜 압록강 물을 한 동이 떠 오도록 하고 그 물에 명태꽂이를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물은 막걸리와 비슷한 술로 변했고 다시 한 번 휘젓자 소주와 비슷한 도수로 변했다. 또 다시 휘젓자 이번에는 양주 정도의 독한 술이 됐고 다시 여러 번 휘젓자 물은 완전한 독주로 변했다.

사신은 이 명태꽂이는 어느 한 사람의 일평생에 생명의 정기가 들어가 만들어진 술의 엑기스이므로 이것이 바로 천하의 기보라 했다.

20년 후, 중국사신은 이 보물을 국가에 헌납했고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조선의 원병요청을 접한 명나라 휘종황제는 이여송장군에게 5만 병력을 주며 조선을 돕게 한다.

그리고 이 천하의 기보를 보급품으로 대여하며 “병사들에게 술이 필요할 때마다 이 보물로 술을 만들어 보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평양벽제관전투에서 술의 엑기스를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찾지 못한다.

그 귀한 보물이 이 땅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도 비 오는 날의 하수구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술의 엑기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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