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외래교수

과거 한국을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지목하며 인구위기를 상기시켰던 세계적 석학 옥스퍼드대 콜먼 교수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완전히 소멸할 위험이 있습니다"라며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져 버렸다"고 경고했다. 그가 UN포럼에서 처음 한국을 소멸국가로 지목한 2006년 당시만 해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그나마 1.13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당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인구 대체 수준은 2.1명, 산술적으로 2명 낳으면 현상 유지가 되는 셈이지만 여러 변수를 고려해 통상 2.1명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58명이다.

우리나라는 0.7명, OECD 포함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율을 무서운 속도로 갱신 중에 있다. 내년에는 0.6명대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25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46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OECD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 2070년에는 국내 인구가 4000만 명 이하로 줄고, 인구 감소율도 연 1%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90%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 2.1명 이하인 나라를 '저출산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이미 1983년부터 합계출산율 2.06명을 기록하며 39년째 인구대체수준(대체출산율) 이하의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970년 합계출산율은 4.53명으로 1973년까지 4명대를 유지하다가 이듬해 합계출산율 3.77로 급락하며 첫 3명대로 진입한다. 1977년에는 합계출산율 2.99명을 기록하면서 처음 2명대로 진입, 하락세가 이어지며 40년째 '저출산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합계출산율 급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유엔의 세계인구전망을 활용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합계출산율 2명대에서 1.3명 아래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25년', 일본은 '43년'이다. 심지어 일본은 1993~1995년 3년간 합계출산율 1.2명대를 기록한 이후 1.3명대로 반등시켰고 1.5명대까지 합계출산율이 회복됐다. 초저출산 국가 불명예를 떨쳐낸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0점대까지 하락 일본의 기록을 깨고 초저출산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태어난 사람이 사망한 사람보다 줄어든 나라,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 깨진 독에 280조의 예산을 쏟아붓는 나라, 인구 절벽의 벼랑 선, OECD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인 유일한 나라가 되어버린 한국, 어쩌다 이렇게 인구 절벽, 국가소멸 위기에 봉착하게 됐을까? 

그 원인은 다양하게 찾을 수 있겠으나 많은 전문가는 그 원인을 한국 사회의 과도한 생존경쟁 그리고 사회적 격차에 따른 불평등 심화에 있음을 지적한다. 뛰어야만 도태되지 않는, 멈추면 쓰러지는 '이상한 나라의 붉은 여왕처럼'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시스템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날로 격화되는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 심화가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 속에서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무한경쟁에 따른 '삶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며 저출산율을 더욱 공고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학업을 끝내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안정적인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지,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또는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등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결국 결혼과 출산의 지연 또는 포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통해 물질적 측면에서는 비약적 성장을 했지만 그에 대한 만족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일과 삶에 대한 불일치, 즉 워라벨 만족도의 저하 또한 삶의 불안함을 더욱 부추겼다. 경제적 격차를 일정정도 해소해 주는 사회보장제도의 마련이나 성평등 의식을 통해 출산율 반등의 계기를 모색했던 다른 서구복지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초저출산율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저출산율의 근본 원인인 무한경쟁 또는 경쟁 격화의 원인이 '서울과 수도권 과밀화'에 있음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한국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이 '서울 공화국'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학자는 "높은 인구 밀도와 그에 따른 극심한 경쟁이 초저출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에 청년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와 살고 있는데 이들끼리 경쟁이 심해지면 출산을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또한 최근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통해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한국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서울의 출산율이 합계출산율 평균 0.78 보다 훨씬 낮은 0.59명이라는 사실이 뒤받침해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 기준 OECD 26개 나라 중 가장 높다. 국토의 12%의 수도권에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는 반면 인구 2~4위 도시의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15~34세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 유입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었다.

결국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이에 따른 높은 인구 밀도와 경쟁의 격화, 이의 결과로 초래한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 심화, 생존과 주거의 불안정성에 따른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 한마디로 생존과 번식이 힘든 척박한 서식환경, 달리 표현하면 '먹고 살기 힘들고, 아이 낳고 기르기 힘든 사회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 문제를 푸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해소,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아젠다 속에서 그 해법과 극복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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