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300호] 흔히 이혼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불륜사실을 확인하고자 또는 교제중인 상대방의 사생활을 확인하여 증거를 수집하고자 배우자나 교제상대방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조, 제16조에서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2. 제1호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 제14조에서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라고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지만 통과되지는 않았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하에서는 통신 및 대화내용의 비밀을 보호하고자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을 뿐, 대화참여자가 녹음하는 경우는 타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벌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혼소송 그리고 상간자소송 등의 경우 상대방의 외도(부정한 행위)를 입증하기 위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집에 녹음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 폰을 숨겨놔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대화한 내용을 몰래 녹음하거나, 배우자가 운행하는 승용차 안에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다른 이성과의 대화 내용과 성명불상자의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를 일부 녹음하는 경우 징역형의 엄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위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사재판에서 대법원은 증거가 위법으로 수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에,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이 과연 민사재판에도 그대로 적용 내지 준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한편 녹음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 또는 녹음기가 아닌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차량의 블랙박스에 우연히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 간의 대화 청취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블랙박스 녹음과 관련하여 서울고법 가사2부는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사건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언과 내용, 입법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방법으로 블랙박스 기기를 이용하여 남편과 상간녀 사이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르22029 , 2022르22036(병합) 이혼 등, 손해배상(기)].
위 블랙박스 관련 판결의 주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제1항의 문언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과 청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미 대화가 종료되어 저장매체(기기)에 파일의 형태로 보관 중인 녹음물(데이터)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2012. 10. 25.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통비법에서 금지하는 ‘불법 감청’은 송·수신하는 전기통신 행위를 대상으로 규정할 뿐,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전기통신 내용은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②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키고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6도19843 판결 참조), 녹음이나 청취가 금지되는 대화는 의사소통행위의 현재성 및 현장성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일반적인 증거수집 목적으로 설치된 녹음기능이 부가된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에 우연히 타인간의 대화내용이 녹음된 경우 그 녹음파일을 청취하거나 녹취록을 작성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녹음’ 및 ‘타인간의 대화 청취’에 포섭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각 녹취록 기재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저장된 블랙박스는 남편이자신의 차량에 설치한 것으로서, 원고가 남편의 휴대폰 등에서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을 발견한 이후 딸과 함께 남편의 차량 내 블랙박스를 사후에 확인하던 중, 그 전에 이미 종료되어 파일 형태로 저장된 피고와 상간녀의 대화 녹음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통비법 위반이 되려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 대화를 녹음한 경우여야 하며,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해당 대화를 청취 및 녹음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을 했을 때 고의가 생겨 통비법 위반으로 제16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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