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변호사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변호사

김모씨는 연말을 맞이하여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즐거운 송년모임을 가진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하였다.

김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이르자 새벽시간까지 고생하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단지 초입 쪽에서 차를 세워 대리운전 기사를 보내고, 단지 내 도로 50m를 운전하여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였다.

운전면허 취소 수준으로 술을 마셨던 김씨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주차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주민이 경찰에 신고하여 김씨의 음주운전 사실이 발각되고 말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50m 가량을 운전한 김씨를 형사처벌 하거나 김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을까.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김씨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동차를 운행한 것을 도로교통법 상의 ‘운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의 차량이 왕래하는 ‘도로’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인데, 외관만 도로와 유사한 단지 내 도로에서 자동차 운행을 조금 했다고 해서 이를 음주운전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타당한 의문 제기이다.

실제로 2010. 7. 23.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만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었는데, 법 개정으로 ‘도로’ 외의 장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행한 경우에도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현행법에 따르면 김씨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불과 50m 정도를 운전하였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음주운전으로 인해 김씨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동차는 생계유지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초범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아 벌금 몇 백만원을 납부하게 되는 것보다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것이 훨씬 더 두렵고 가혹한 처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 내의 음주운전으로도 운전면허 취소가 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고려 때문인지, 2010. 7. 23. 도로교통법 개정 당시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술에 취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에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면서도, 자동차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도록 규정하지는 않았고,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만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김씨가 자동차 운행을 한 아파트 단지 내의 도로가 도로교통법 상의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김씨 운전면허의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도로란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을 의미하고,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6579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김씨 사례와 유사한 쟁점이 문제된 사건에서는, 해당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외부도로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아파트 단지 내를 관통하는 도로인 점, 이 사건 음주운전 장소는 왕복 2차로의 도로로서 도로 중앙에는 황색실선이, 갓길에는 흰색실선이 그어져 있는 점, 이 사건 아파트 정문에는 차량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경비실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음주운전 당시에는 외부차량이 별다른 통제 없이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하여 이 사건 도로를 통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했을 때, 도로교통법 상의 도로라고 판단을 하였다(제주지방법원 2022. 11. 22. 선고 2022구합5506 판결).

필자가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안의 김씨와 같이 대리운전 기사를 배려하려는 마음과 이 정도 짧은 거리를 운전한다고 하며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마무리(?) 운전과 주차를 본인이 하는 취객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작은 호의로 음주운전을 하였다가 형사처벌과 운전면허 취소라는 가혹한 결말을 마주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고 주의해야 하겠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변호사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