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회의원(사진_양향자 의원실)
양향자 국회의원(사진_양향자 의원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박람회 <CES2022>는 기술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계 2,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이번 CES에 한국 기업은 주최국 미국에 이어 역대 최다인 500여개가 참가했다. 내용 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CES2022> 관련 구글 검색어 중 1, 2위를 삼성과 LG가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술과 제품은 전체 혁신상 623개 중 139개를 휩쓸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손꼽히는 기술 강국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은 쉽지 않았다. CES가 뉴욕에서 처음 개최되었던 1967년 우리나라에서는 ‘구로수출산업단지’가 막 조성되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VCR을 공개하고,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디지털 손목시계를 선보이는 동안 우리는 가발, 봉제, 섬유 제품 등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수출을 통해 당장 먹고 사는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 CES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잔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지금 CES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바로 반도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차 산업혁명기의 최첨단 기술은 바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반도체에 있었고, 우리는 그 경쟁력을 발판으로 삼아 첨단과학기술 국가를 일궈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필자는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시작도 끝도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CES2022>의 핵심 키워드는 ‘초연결·초융합’이었다. 소니가 전기차를, 현대중공업이 자율운항기술을 선보인다. 이미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는 파괴된 지 오래이다. 현대차, GM은 이미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를 내세워 수년 전부터 CES의 단골손님이고, 철강·조선·방산 등 중후장대 기업들도 발 다투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 핵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곧 모든 기계장치를 전기 중심의 전자 장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반도체는 이제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의료와 쇼핑 등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오래전부터 필자가 반도체를 ‘21세기 인류 역사를 새롭게 편성할 문명의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한 이유이다.

기술이 경제를 넘어 국방이고, 안보이며, 외교인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력의 차이를 결정 짓는 핵심 요소는 결국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의 능력에 달렸다. 전세계가 군비 경쟁하듯 반도체 투자에 힘쓰는 이유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얼마나 절박한가. 기술패권국가야말로 대한민국의 유일한 살길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관심과 지원이 충분히 뒤따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오늘의 영광이 과거가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반도체 패권을 보호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 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 / 양향자 국회의원

기획재정위 소속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및 전국여성위원장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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