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명맥마저 끊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진짜 위문편지'에 대한 4년전 일화가 다시금 회자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멈추기 전인 2018년, 광주의 한 고등학교로부터 택배가 도착했다. 수신자는 보훈단체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고엽제전우회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미군이 뿌린 고엽제에 노출돼,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친목 도모와 상부상조, 자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회원 수는 후유증, 후유의증, 2세 환자까지 포함해 11만명에 이른다. 피해자가족을 포함하면 140만명이다.

탁배를 풀어보니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씌여진 위문편지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총 34장의 편지. 첫장에는 이 편지들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었다.

"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입니다. 
 갑자기 형형색색의 편지 봉투가 담긴 택배를 받으셔서 많이 당황스러우셨지요?
 저희는 '똑똑, 마음에 두드림'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달마다 뜻깊은 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6월에는 어느 곳에 저희의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저희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엽제에 대해서 그리고 전쟁과 상처, 그 고통들에 대해서도..
고통을 겪으시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응원과 위로를 전해드리고자 이 편지들을 보냅니다.
이런 저희의 마음이 많은 분들께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함께 포장된 33장의 예쁘고 고마운 편지들.거기에는 정말 하나같이 '진심어린 위로'가 녹아있었다.

강정민 학생은 편지에 "참전자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다"며 "감사하고 존경스럽다"고 적었다.

고아라라고 소개한 학생은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몰라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저라도 꼭 기억하겠다"며 다짐했다.

또 다른 편지에서 임언주 양은 "정작 가장 고통받는 분들이 외면받고 있는 사실이 슬프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온통 민주항쟁 유공자만 챙기고 고엽제 피해자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에 화난다 "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모든 위문편지들에는 학생들의, 고엽제피해자들에 대한 염려와 감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몇해전 일이지만 이런 위문편지가 새삼스러운 것은 최근 벌어지는 '강요된 위문편지' 논란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현역병사가 군인을 조롱하는 듯한 위문편지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이 편지에 대해 “아무 죄없이 고생하는 군인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남성 혐오”라며 비난했다.

여기에 일부 여성들이 “구시대적인 위문편지를 아직도 강요하는 게 문제”라며 ‘여고의 위문편지 관행을 없애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려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위문편지를 여성 청소년에게 강요하는 것은 성범죄'라고 주장하는 여성단체도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4년전 고엽제전우회에 전해진  위문편지 한아름이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이런게 진짜 위문편지"라면서 "이 시점에 위문편지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엽제전우회의 김길래 사무총장은 장은 "위문편지를 본 많은 회원들이 크게 감동받았다"라며 "아직도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면 이 편지들을  돌려보면서 위안을 받고 있다"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또 김 사무총장은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대학생이 되어있는지 사회인이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그때 보내준 위문편지가 우리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학생들의 예쁘고 소중한 마음, 이 편지들과 함께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년 당시, 위문편지를 받은 고엽제전우회는 광주숭일 고등학교에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고엽제전우회에 도착한 광주숭일 고등학교 학생들의 위문편지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