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이 낳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2022대선

'민교의  난'

'SNL 코리아’가  최근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시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병헌, 하지원, 신혜선. 허성태, 이동휘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그야말로 망가져가면서 프로그램 재활의 불씨를 살렸다.

특히 대선을 앞둔 지금 본격적인 정치풍자에  시동을 걸면서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주기자가 간다' 코너를 통해  대형 정치인들에게 아슬아슬한 질문들을  던져 아찔하게 하는가  하면 '콜드오프닝' 에서는 두 대선후보와 그 부인들을  거침없이 패러디한다.

이는 매주 큰 화제를 낳으면서 과거 '여의도텔레토비'나  '미운 우리 프로듀스101'시절의 화려한 SNL표 정치코미디를 부활시켰다.

그런데 그 훨씬  전인  2013년의 방송분이 최근 MZ세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무려 10년전 7월에 방송된 tvN ‘SNL 코리아’ 시즌4 ‘민교의 난’ 코너.

오프닝은 2050년 미래의 정성호가 제자들에게 엄청난 시대적 사건이었던 ‘민교의 난’을 가르치며 2013년을 회고하는 장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극장에서  상영중인 가운데  김수현의 복근이 스크린에 등장하자 여성관객들이 자지러지며 환호한다. 

하지만 요가를 하는 여성이 나오는 다음 화면에 남성 관객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내  '병× 들', '더럽다'라며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에는 바에서 남성들이 어려보이는 여성들에게 추근덕대는 상황.

그 모습을 본 여성들은 역시나 '어린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 , '주접이다', '변태들이다 ', '재수없다' 는 등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했다.

그때 젊은 남자종업원이 주문을 위해 다가온다. 그러자 여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가며 종업원을 희롱한다. 현재의 시선에서 보면 영락없는 성추행이다.

심지어  스스럼없이  종업원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자행하기까지 했다.  

이어지는 박재범의 팬미팅 현장. 박재범이 입고 있던 재킷을 경매에 내놓자 여성팬들은 갑자기 '벗어라'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팬들의 요구에 박재범이 어쩔 줄 몰라하며 상의를 탈의하고는  민망함에 쓰러지고 만다.

이를 지켜보던 김민교가 일어나 노출된 재범의 몸을 가려주면서 함께 분노하고 있던 남성들에게 외친다.

"언제까지 우리 남성들이 이런 역차별을 당해야 합니까?  지금 이 시대에서 끝내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할 겁니다. 남성 여러분! 일어납시다!"

결국 남성들이 남녀평등의 깃발을 들고 폭동을  일으키면서 이 코너는 끝이 난다. 

물론 굳이 따지고 들자면 개연성이 떨어지고 완성도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담긴 메시지가 현재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요즘 MZ세대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유튜브 합산 5백만뷰를 넘기더니 각종 SNS를 통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

댓글 반응도 '예언서냐', '씁쓸하다', '저때는 그냥 웃었는데'  등이 대다수다. 
'민교의  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댓글도 다수 보였다.

 

김건희 팬클럽

얼마전 김건희 녹취록  방송예고로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이 방송이 나오면 윤석열 후보가 몰락할 것만 같은 전망이 다수 나왔더랬다. 국민의힘 측의 격렬한 대응도 이런 분위기에 군불을 지폈다.

그러나 엄청난 후폭풍을 기대하던 혹은 우려하던 사람들에게 뜻밖의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방송이 전파를 타자 오히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김건희씨의 팬클럽 회원수가 폭증했다. 분명 논란이 될만한 발언이 여럿 포함되었음에도 말이다.

이는 앙쪽 진영 어디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이 특이현상에 대한 분석이 제법 활발한 모양이다.

그중에 안희정 전 지사의 미투사건과 관련된 발언이 이른바 '역차별에 시달리던 남성들'에게 통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투가 처음엔 모두의 환영을 받았다. 이제야 세상에 정의가 실현되는 듯 했다.

안희정 지사, 오거돈 시장, 박원순 시장까지.

'더듬어민주당'이란 처참한 타이틀이 민주당에게 붙은 것도  이때쯤이다.

잘나가던 스타나 정치인들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죄인일 망정 사람이 계속 죽어나갔다.

나이든  남성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성들도 여성들 대하기가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그런데 이역시 계속 이어지다 보니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이대남'의 급부상

이번 대선에서는 '이대남'으로 대변되는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대형변수로 떠올랐다.

여태의 인식과는 달리, 뜻밖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정치성향은 보수우파였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근대화 이후 처음으로 보수성향이 청년층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20대가 보수라니 어색하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조국 내로남불', '집값 폭등', '갈팡질팡 방역대책' 등의 키워드가 큰 몫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반페미니즘 정서가 이들의 보수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팩트'다.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은 몇해전부터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내 최악의 젠더갈등으로 진화했다.

게임의 경우 페미니즘 냄새가 난다는 소문만  나도 오픈과 동시에 셔터를 내려야 했으며 걸그룹 멤버가 어쩌다 페미니즘 관련된 티셔츠만 걸쳐도  눈물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얼마전엔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가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모진 욕을 듣기도 했다.
진명여고 위문편지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군인을 조롱하는 듯한 위문편지가 공개되자 SNS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선공은 남성쪽이었다. 진명여고 학생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도에 지나친 공격도 많았다. 

곧바로 여성들의 역공이 이어졌다. 남성 전체가 참담한 욕을 먹어야 했다. 특히 군인에 대한 조롱과 모욕은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군대가 좋아서 가는 젊은이는 드물다.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끌려가서 인생의 찬란한 시기 가운데 한토막을 바쳐야 했다. 거기에 조롱은 덤이다. 이제는 욕까지 들어줘야 한다.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징후다. 일베나 워마드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자들이 인터넷을 참혹한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백래시'니 '메갈리스트'니 같은 생소한 단어가 난무하고 '한남충'이나 '페미나치' 등의 혐오적 표현이 댓글창을 수놓는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성차별을 겪었을 중년 이상이 아닌 가부장제가 폐지되고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20,30대 남녀간의 젠더갈등이 최악으로 심각하다는 것.

그나마 성차별과 거리가 제일 먼 세대에서 가장 남녀 갈등이 극심한,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 남성들의 경우 몇년새 전격적인 여성우대정책으로 인해 부당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대다수 20,30대 여성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여전히 여성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취업이나 급여에 있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20대에 머물던 반페미니즘 성향은 이미 10대와  30대  남성 전반으로 크게 번진 상태다. 

이 세대의 남성들이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건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

물론 가당치 않다.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별이라니.. 차별이 당연하지 않듯이 역차별도 당연하지 않다. 

 

여가부 폐지

이 청년들은 곧 정치세력화하되었고 국민의힘이 냉큼 그 수혜를 받아먹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예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대표는 페미니스트 신지예의 영입을 적극 반대하고 나서 반페미니즘의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가 상징적이다. 여가부는 게임규제나 여성특혜 정책 등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대남의 공적이 되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가부의 축소 또는 폐지 중에서 폐지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고 이대남의 눈치를 본 더불어민주당은 존속 혹은 확대 중 존속으로 슬그머니 후퇴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국민들도 여가부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더해 '성범죄무고죄'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간절하게 이대남을 향한 구애에 나선 것. 여기에 젊은 여성유권자들을 위한 자리는 남겨놓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죄고 '비호감대선이기도 하거니와 어떤 대선보다도 양쪽 후보의 입장이 절박한 대선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연히 '지면 감옥가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윤석열  후보 역시 패배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자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기세라 젠더갈등을 봉합하기는 커녕 대놓고 불붙이는  형국이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던 젠더갈등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저 '민교의 난'이 현실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 SNL코리아'시즌 4 '민교의 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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