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침착해질 필요가 있는 나라

민지(MZ)한테 온 연락5

 

2022년 대선 기획, 청년 인터뷰의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 중인 서모양(25)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일본에서 대학교 3학년 경제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재작년 2월에 한국을 방문한 후, 코로나로 인해 운항길이 막히면서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온라인강의로 바뀌고 나서 자유시간이 늘어난 점을 이용해 이전부터 따고 싶었던 자격증들을 따다가 작년 겨울부터 회계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낮에는 회사에, 퇴근하고 나서는 학교 과제를 하느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2.경제학을 공부하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일본대학은 우리나라 대학처럼 과가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문과를 나오긴 했지만 제한된 과 선택지 안에서 문과 성향이 덜 도드라지는 과를 찾아보다가 통계학 회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원래도 수학을 좋아했거든요. 당시 지원하려는 대학교 경제학과 커리큘럼에 통계, 회계 강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경제학과에서 배움을 얻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3.자격증은 어떤 자격증들을 공부하셨나요?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그저 그 분야를 조금 더 잘 아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 전공 분야와 관련된 자격증들은 다 소지하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일단 우리나라 자격증 리스트를 뽑아 체크해두었어요. 가볍게 전산회계, 전산세무 자격증부터 따기 시작했어요. 전산세무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했지만, 전산회계는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들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회계 관련 자격증인 FATERP 정보관리사 시험을 봤습니다. 각 기업들마다 사용하는 회계 실무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자격증이 여러 개 있는 거지 사실 전반적으로 배워야 하는 내용은 다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하나를 따고 나면 그 뒤는 얼마나 응용을 잘하는가가 합격의 관점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작이 중요한 거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람차고요.

4.청년들의 취업난도 현재 큰 사회문제인데, 취업이 어렵진 않았나요?

취업이 쉽진 않았는데, 제 상황이 특수한 상황이라 비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대부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들을 뽑으시고, 또 저는 해외대학이라 학점인정을 따로 신청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상태와 똑같아 내세울 건 자격증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졸업 전까지 1년 동안만 실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원하는 회사, 원하는 급여가 아닌 오로지 원하는 직종만 보고 지원을 해서 다행히 취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코로나 시국에 취업과 학업을 동시에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히 힘들었던 것들이 있나요?

마스크를 항시 쓰고 다녀야 하는 점. 비자를 제때 발급받지 못하는 점. 일본을 오가기 어려워진 점. 이렇게 불편한 점은 많은데 솔직하게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된 점을 저한테 어떻게든 유리하게 만들고자 했어요. 사실 일본에서 등하교 시간만 해도 두 시간이 걸렸거든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상황이었다면 대학교 다니면서 회사일 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그래서 자기 계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점만큼은 좋았습니다.

6.최근의 고민거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실 고민거리라고 할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과를 잘못 들어갔다고 후회하는 건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학점은행제로 잘 되어 있어서 나중에 원하던 기업에 취업하고 안정적이게 되면 학점은행제를 이용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7.청년들이 살기가 힘들어지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단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가요. 저도 이따금씩 목표로 하는 것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찾아오거든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효율 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좋아하지 않은 일을 했을 때 스트레스가 크게 와요. 그래서인지 일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잡생각이 많아지는데, 반면에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지나는지도 모른 채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일 처리가 더 빠르고 훨씬 좋은 성과를 낸다는 걸 알기에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본인에게 맞는 걸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8.우리 사회의 미래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법이 조금 더 강력해졌으면 좋겠어요. 죄를 지어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게요.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더 엄중한 벌을 내렸으면 하고, 법조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 청백결렴했으면 좋겠어요. 피해자분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9.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할 만큼 부당한 일이 일어나곤 하죠. 혹시 그러한 예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여전히 부당한 일들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여러 부당한 일이 떠오르면서 한 가지를 꼽기 어려운 이 현실이 참 슬프네요. 그럼 가장 최근에 기사에서 접한 일을 예로 들게요. 음주운전 전과가 없던 한 대학생이 음주운전을 한 일로 재판부에서는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1심에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음주운전은 잘못된 일이며 처벌받아야 마땅한 일이나 형을 정하는 기준이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한 국회의원의 가족은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구속이 안 되었는데 이번에는 1심에서 바로 징역을 선고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전의 음주운전 사건들과 비교되면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음주운전 범죄의 형이 계속하여 가중되어 왔다는 재판부의 말이 있었으니 이번 판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예시가 되지 않으려면 재판부는 본인들이 한 말을 지켜 앞으로 모든 이들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서 이번 판결과 같은 일관성 있는 판결을 내려주겠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10.마지막으로 현재 한국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침착해질 필요가 있는 나라. 흥분하면 중요한 걸 놓치기 마련이거든요. 우리 한국 사회는 이전부터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여기저기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일에 열성을 보이는 건 필요한 태도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뿐입니다. 언론플레이에 쉽게 휩쓸릴 수도 있고요. 가끔은 내가 현재 이 일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제공 서모양,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서양이 찍은 사진, 코로나 이전엔 늘 보던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보지 못한다.
사진제공 서모양,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서양이 찍은 사진, 코로나 이전엔 늘 보던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보지 못한다.

 

[인터뷰 후기]

그녀와 대화를 하며 기자도 같은 청년으로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옛날과 달리 원하는 직장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점점 사치가 되어가는 듯하다. 나도 주변의 대학교 친구들을 보면 원하는 기업에 가기 위해 1학년 때부터 외국어 공부, 자격증 공부, 학점 관리 등으로 바쁘다. 대학 시절이야말로 바빴던 고등학생 시절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분야를 용기를 내어 도전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 유전무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공감이 됐다. 돈과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가장 고쳐져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행복지수를 보이는 이유는 결국 돈 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도 정확히 공감이 됐다. 기자는 초등학생 때 세월호 사건을 겪었고, 중학생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고등학생 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뉴스에서 또 광화문역을 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위하고 서로 싸우고 욕하는 모습을 보았다. 증오를 표출하면 항상 또 다른 증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분열을 더 부추기고 표장사를 하는 것에만 열중했다. 더 늦기 전에 국민 분열을 멈추고 화합하는 정치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대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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