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고향’의 이상향에 관한 사색!
가볍지 않은 생의 무늬를 ‘함양’의 공간에 투사하다!

서철원 새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표지

[시사매거진/전북] 지난해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을 출간해 최명희 ‘혼불 문학상’을 수상하며 더 잘 알려진 서철원 작가가 최근 새로운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출간했다.

새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서철원 작가가 가볍지 않은 생의 무늬를 느꼈던 고향 함양에 대한 이상향에 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그려졌다.

“먼 숲을 등진 아이의 머리칼은 검고 푸석거렸다. 세상을 허무는 고초가 아이의 눈에 떠올라 있었고, 박지원의 태생과 무관한 피로가 얼굴 위에 흩어져 있었다. 긴 머리칼을 날리며 누오는 모호한 눈빛을 보냈다.”

이 작품에는 서철원 작가가 지난 7여 년에 걸쳐 발표하였거나 미발표된 단편소설 7편이 한편의 소설집으로 묶여 출간됐다.

서철원 작가는 7년 전인 지난 2013년, 계간 『문예연구』 겨울호에 소설로 등단해 신인문학상 수상을 받으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 해 다시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예사롭지 않은 필력을 주목받기 시작한 후 지난해 다시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을 출간해 최명희 ‘혼불 문학상’을 수상하며 인기 소설가의 반열에 올랐다.

등단 이후 서 작가의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은, 멀게는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집에서 설정된 ‘함양’이라는 공간은 그의 고향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삶의 무대로서의 서사적 배경이 그려졌다.

특히 고향 ‘함양’의 역사적인 사건과 접목된 ‘함양’의 공간적 구성은 시간·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하는 서사물로서 현실적·실제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구성 면에서 의외의 낯섦이 때로는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소설집의 ‘이중성’은,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하는 인간의 삶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의미하며, 아주 먼 옛날 옛적부터 살아온 ‘고향’으로서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가리킨다.

이런 유토피아 너머의 이질화된 공간적 구성력은, ‘하나의 공간’을 통해 ‘다른 역사’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존성을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7편의 개별 소설들이 갖는 공간적 정체성은 시대적으로 재구성된 인물들의 존재 방식을 통해 드러나며, 이것은 결국 현시대의 독자들에게 사회적 낯섦과 문화적 새로움을 선사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푸코(1926~1984)는, 1967년 미셸 푸코가 ‘다른 공간에 관하여’라는 강의에서 제안했던 개념으로, 그는 인간의 삶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개념을 ‘헤테로토피아’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개념은 눈에 드러나는 외부 혹은 물질세계의 공간을 넘어 소설 속 텍스트에 존재하는 실제적 ‘장소’로서의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긴밀한 연대를 이어주는 매개가 소설 속 공간이라면, 이러한 공간성은 감각적으로 파악되는 외부세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독자로부터 멀지 않은 실체의 공간을 드러내는 데서 체험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소설 속의 공간은, 작가에 의해 창조되거나 실제의 현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실적·공간적 제한을 넘어 ‘어느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의 ‘함양’에 관한 공간적 정체성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고향’에 대한 유토피아적 공간에 해당하며, 누구든지 인생을 열어가는 데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시간 이미지로서의 ‘공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서철원 작가는 필자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만났던 동문으로, 새로운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출간과 함께 제일 먼저 소설집을 보내오기도 했다.

서철원 작가는 경남 함양 출생으로, 전주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장편소설 『왕의 초상』 출간했고, 2017년 장편소설 『혼,백』 출간했다. 2018년 학술연구서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을 출간한 이후 2019년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 출간한 이후 올해 2020년 다시 창작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출간했다.

서 작가는 지난 2013년 계간 『문예연구』 겨울호로 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2013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 2016년 제8회 불꽃문학상 수상, 2017년 제12회 혼불 학술상 수상, 2019년 제9회 혼불 문학상 수상에 이어 올 2020년 발표된 『최후의 만찬』은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에 선정되는 등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소설가 서철원(사진_서철원)

서철원 작가는 “이 소설집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학이 지녀야 할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평범한 ‘아이’부터 역사적 실존에 이르는 ‘인물’들을 소설 속에 배치함으로써 청년부터 장년에 이르는 남녀 독자들에게 인간적인 여운을 남기는 것이 출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서 멀어진 시대를 조명하고, 그 시대의 가치가 현재에 어떤 메시지와 울림을 던져주는지, 여기에 대한 궁극적인 해명이 출간의 의도”라고 설명하고, “그 모두를 다 충족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집에 들어 있는 소소하면서도 작은 이야기들이 현재의 우울한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즐거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용찬 기자 chans0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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