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에 화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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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에 화난 대한민국
  • 여호수 기자
  • 승인 2020.06.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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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이 없는 '촉법소년'
살인을 저질러도 범죄기록조차 남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들의 연이은 범죄…
청소년 범죄 관련 유사청원 중 가장 많은 100만 7,040명이 청원 동의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사회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한 법률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형법이라 부른다. 모든 이는 법 앞에 공평하고, 누구든 형법에서 정한 범죄 요건을 충족할 시 자신이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19세 미만 인자는 소년법에 따라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감형의 사유가 되곤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소년법이 4대 흉악범죄라 불리는 강도, 강간, 방화, 살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진_뉴시스)
(사진_뉴시스)

지난 3월, 8명의 청소년이 몰던 차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덮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당일 훔친 렌터카를 몰던 청소년들은 경찰의 검문에 걸리게 되자,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으며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던 중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는 사망사고를 내게 된다.

피해자는 예비대학생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가해 청소년은 소년법상 형사처분을 면할 수 있는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범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청소년 범죄 유사 청원중 가장 많은 100만 7,040명의 동의를 얻었다.

 


‘소년법’에 화난 대한민국

사실 소년법 제정·폐지에 관한 여론의 목소리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한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소년법 관련 청원 건수는 모두 1,935건이며,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도 11건이나 된다. 이는 소년법에 대한 국민 정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이 이처럼 '소년법'에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동급생을 구타한 집단 폭행 사건, 여중생을 자살까지 몰고 간 집단 성폭행 사건, 아파트 옥상에서 던져진 벽돌에 이유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사건부터 동네 언니를 믿고 따른 순진한 초등학생이 살해당한 후 잔혹하게 훼손당한 사건까지..

앞서 이야기한 사건의 가해자들 뒤에는 모두 소년법이 있었고, 이들 가해자의 ‘최대’ 형량은 ‘20년’이었으며, ‘최소’ 형량은 ‘귀가 조치’였다.

형사법에 있어 ‘처벌’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 회복, 응보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년법은 가해자인 미성년자의 교화와 예방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죄질에 맞는 합당한 처벌의 판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촉법소년’, ‘범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분이 불가하다. 이에 여론은 억울한 피해자의 입장을 공감하며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년법, 정확히 어떤 법인가?

소년법은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감형, 무조건 소년원 송치가 아니다.

나이에 따른 소년법 처분

소년법은 나이에 따라 구분된다.  최고 형벌이 징역 20년인 만 14세에서 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 형사처분이 불가하고 오직 보호처분만 받는 만 10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마지막으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으로 나뉜다.

형사미성년자인 만 14세 미만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형법상의 처벌을 받지 않음은 물론이고, 이른바 ‘빨간줄’이라 불리는 수형인 명부에 기록조차 남지 않아 미래에 어떠한 자격 제한도 받지 않는다. (다만 수사경력기록은 남아 후에 상습성이 인정되는 하나의 자료로 양형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이 국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사진_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이 국민청원에 답변하고 있다(사진_청와대 공식 SNS 캡처)

100만 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변

이러한 민심에도 정부는 소년법 개정에 줄곧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100만 7,040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에 청와대는 지난 2일 "촉법소년의 연령 인하, 형사처분은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소년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 진행되어 왔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소년의 재범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해왔으며,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인하가 범죄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외의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덴마크에서 역시 형사미성년법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연령을 15세에서 14세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형사미성년 연령을 낮춘 직후 형사처분을 받은 14세 소년의 재범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결국 기대했던 전체 소년범죄의 감소 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덴마크는 2012년 형법 개정을 통해 형사미성년 연령을 다시 15세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UN 아동인권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촉법소년의 형사처분 문제와 관련해 현행 14세인 한국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인하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표명했다.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소년법,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전문가들은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에 긍정적이지 않을까?

민심이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를 엄벌해 인과응보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이 과연 피해자의 구제에 어디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범죄 피해자에게 회복이란, 범죄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피해자의 정신건강을 치유하고 다시 사회로 나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피해 구조 제도가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이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 가해자에게 형벌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인 가해자에게 교화보다 처벌에 집중할 경우 사회에 재기할 기회를 잃게 되고, 이로 인해 반사회적 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범률을 높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의 사례처럼 형사처분에 대한 연령 인하가 범죄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외의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처벌 강화는 재범율을 낮추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소년범에게 처벌만 강화한다면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사실 우리나라 촉법소년의 기준인 만 14세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유니세프 체결국 보고서에 따르면 만 14세를 형사미성년자로 보는 국가가 33개국으로, 체결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소년원에서 범죄예방위원 전주지역협의회 여성분과위원회의 후원으로 백일장 대회가 열렸다(사진_뉴시스)
전주소년원에서 범죄예방위원 전주지역협의회 여성분과위원회의 후원으로 백일장 대회가 열렸다(사진_뉴시스)

정부가 내놓은 대안

이에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형사처분에 있어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과 함께 이 같은 대안을 내놓았다.

촉법소년의 재 비행을 방지하기 위한 소년보호처분의 내실화와 그간 소년비행예방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원이 가장 많이 부과하는 보호처분인 ▲'보호관찰 처분'을 강화하여 촉법소년의 재 비행을 실효적으로 방지한다.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엄정히 감독하여 2차 피해 예방에 힘쓴다. 이와 함께 ▲학생 전담 보호관찰관 제도를 확대 운영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 ▲보호자 특별 교육 등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여 촉법소년의 재 비행을 보다 근본적으로 방지한다. 또한 ▲소년원 수용 기간 동안 인성교육을 대폭 강화하여 공감 능력 및 자존감 향상을 통해 비행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소년원 교육과정도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소년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촉법소년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부터 재판 확정 전까지 '피해자 접근금지' 및 '재판 전 보호관찰' 등의 임시 조치가 도입될 수 있도록 개정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소년범죄를 줄이고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고자 지난 4월 23일 학계·법조계·종교계·시민단체 등 22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더불어 여성가족부는 위기청소년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보건복지부 드림스타트, 교육부 Wee프로젝터, 법무부 비행예방센터 등 프로그램 이수가 끝난 청소년들의 정보를 연계하고 학교밖청소년센터 꿈드림, 가출청소년 쉼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과 함께 정보를 취합해 통합 관리한다. 취약 계층인 가출 청소년은 쉼터 입소 시 예방수칙 교육을 의무화했다.

또한 가족의 조력을 얻기 힘든 점을 배려해 범죄에 노출될 경우 무료법률 지원에도 나선다.

 


 

우리가 소년범죄를 논할때 '낙인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산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공직 취임 제약 등 중대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는 '딱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역시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인 경우가 많았고, 어떤 아이들은 범죄로 인해 취업을 할 기회 조차 잃었으며, 청와대 청원으로 본 여론은 흉악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분노, 그리고 피해자를 공감하는 국민들의 마음이었다.

여론의 목소리가 이토록 한결같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소년법이라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며 동시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며, 소년법은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는 꼭 필요한 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살펴보지 않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한다.

촉법소년을 선도하고 범죄 피해자를 어떤 방법으로 보호·지원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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