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망치는 뉴스의 언어들

저자 강병철 | 펴낸곳 들녁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일군의 기자들이 기레기로 분류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사 내용이나 방향성, 취재 과정, 기사의 유통 방식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기사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초점을 맞춘다. 

기사 쓰기의 원칙은 비교적 간명하다. ‘최대한 쉽게, 뜻이 분명하게, 중학생도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써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갖춘 독자라면 누구나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게’ 써야 한다. 신문 기사는 학술 논문이 아니라 실용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에 쓰이는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더 가깝다. 

하지만 공적 언어이기에 저잣거리의 말과는 다른 품격과 균형감을 지녀야 한다. 마음속으로는 ‘빨갱이’나 ‘수구꼴통’ 같은 단어의 쓰임새에 동조해도 입 밖으로는 잘 내뱉지 않는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말쑥하게 정장을 빼입고 길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기레기는 바로 이런 어휘들, 이른바 ‘나쁜 언어’들을 즐겨 다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며, 그들은 늘 교묘한 전략과 무책임함으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고 사고의 방향을 오도한다. 그러나 이 책은 모든 기자들이 여론을 조작하는 협잡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론이 기사를 통해 뭔가를 말할 때, 그대로 따르거나 또 반대로 무조건 불신할 게 아니라 독자 나름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언론 및 정치의 본질부터 민주주의, 국가, 공동체 등과 연결되는 것들 가운데 뉴스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의도적으로 쓰이는 어휘들을 골라 각 표현의 기원과 폐해를 추적했다. 

또 한편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과 정치, 정치인, 법과 제도 등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도 담았다. 따라서 목차도 이 같은 키워드에 근거해 ‘민주주의에 관한 것들’ ‘국가에 관한 것들’ ‘공동체에 관한 것들’ ‘정치에 관한 것들’로 크게 나누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문제의식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현실에 어느 정도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가질 만한 생각들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언론은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각종 제도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공적 기제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시민 대다수가 좀 더 비판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데, 그리고 내 삶과 내 이웃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분명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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