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시대 자동차시장 지도가 바뀐다
연비높은 경차ㆍ디젤SUV 판매 가속페달…중대형 승용차는 후진기어
‘유가 100달러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동차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몸집이 가벼운 경차와 소형차, 디젤 SUV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대형 트럭과 버스에서도 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트럭과 버스의 경우 대형 승용차 못지않은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 부담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고객이 늘고 영업 목적으로 상용차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연비 중요성에 새삼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연비가 높은 승용차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연비가 높은 소형차와 디젤ㆍLPG를 사용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비면에서 불리한 중형차는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고 대형차 판매량도 게걸음이다.


소비자 “작은차ㆍ경유차가 좋아요”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 까지 10개월간 판매한 경차는 총 4만4,047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소형도 계속된 유가 인상으로 고연비 차량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내년 경차에 편입되는 기아 모닝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20만5,390대가 팔려 지난해보다 14% 이상 늘었다.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경유를 사용하는 SUV도 휘발유 가격의 상대적 상승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모두 18만511대가 팔려 전년에 비해 13%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미니밴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 동안 LPG를 사용하는 그랜드카니발LPG 출시와 기아 뉴카렌스 판매호조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판매량이 14.8% 증가하는 등 올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중형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00여 대 적은 20만4,955대가 판매돼 소형차에 밀렸다. 대형차도 고유가 영향으로 지난 10월 한달 동안 판매량이 전년 동월에 비해 3% 이상 줄어드는 등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특명, “연비를 높여라”
트럭ㆍ버스 등 상용차는 대부분 영업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연비가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상용차업계에서는 시속 60㎞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공인연비를 측정한다. 그러나 버스ㆍ트럭의 경우 적재화물, 운전 환경에 따라 실제 얻을 수 있는 연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대형 디젤 트럭의 경우 ℓ당 연비가 6㎞ 안팎이다. 승용차 연비와 비교하면 2분의 1이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기존 트럭ㆍ버스 연비보다 30~40%가량 성능이 대폭 향상된 신형 디젤 엔진을 장착한 상용차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초고성능 디젤 엔진을 장착, 대형 승용차 연비수준에 맞먹는ℓ당 10㎞에 가까운 고연비 상용차를 내놓고 있다.
독자 기술로 신형 디젤 엔진군을 개발한 현대차는 최근 신형 디젤엔진을 장착한 상용차 생산에 본격 나섰다. 마을버스로 주로 쓰이는 현대자동차 ‘에어로타운’ 버스 2008년형은 공인연비가 7.0㎞/ℓ다. 기존 모델의 공인연비가 6.1㎞/ℓ였던 것과 비교하면 15%가량 큰 폭으로 연비가 개선됐다. 현대차 상용디젤엔진 개발실장인 구영곤 전무는 “최신형 상용디젤엔진을 장착한 상용차의 경우 연간 7만㎞ 주행시 마이티트럭(2t, 2.5t급)은 60만 원, 연간 10만㎞를 주행할 경우 시내버스는 연간 360만 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버스와 트럭들의 연간 유류비 절감액도 200만 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형 FX버스(대우 슈퍼크루져)를 내놓은 대우버스는 첨단 유로4 엔진을 탑재해 기존 버스보다 엔진 연비를 10% 높였다. 대우버스는 “알루미늄 미션케이스를 장착해 차량 경량화를 이룬 점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연비가 17~18% 이상 향상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볼보트럭은 실제 트럭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연비 테스트 이벤트를 개최하고 연비 우수성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볼보트럭 측은 “최근 연비 테스트 대회 결과 일부 참가자는 9.4㎞/ℓ라는 기록적인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일 상용차 전문 기업 만(MAN)도 최근 기존 상용차에 비해 연비가 13~17% 향상된 모델을 내놨다. 최민우 만트럭버스코리아 과장은 “대형 상용차의 경우 운송사업자 수입 중 40~60%가 유류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연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고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연비를 따지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용차뿐 아니다. 건설기계 업체들도 연비를 높인 건설장비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볼보건설기계는 “최근 출시한 29t 굴삭기의 경우 예전 모델과 비교해 연비가 15~20% 향상됐다”며 “연비 효율성이 우수해 중고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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