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9개월 휴대폰 판매량 전년比 110만 대 감소…단말기 판매시장 위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다. 불법보조금을 근절하고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며 지난 10월1일 단통법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과 함께 통신요금,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요구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 나왔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1년 동안 단통법을 시행해 온 지금,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있을까.

   
▲ 지난 9월14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시행 1년 성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이용자 차별이 많이 완화됐고, 이동통신사업자들도 보조금 경쟁에서 탈피해 서비스나 요금경쟁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시사매거진] 지난 9월14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시행 1년 성과에 대해 이동통신 시장이 투명해졌고, 지원금 차별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최 위원장은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이용자 차별이 많이 완화됐고, 이동통신사업자들도 보조금 경쟁에서 탈피해 서비스나 요금경쟁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덧붙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통요금이 내려가고 신규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 단말기유통법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된 후 통신요금(통신서비스 비용)이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통신요금은 12만 4,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통신요금도 전년 동기 대비 1.9%, 전 분기 대비 1.5% 줄어들었다. 통신요금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단통법의 영향으로 6만 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선택 비중이 확대되고,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혜택을 선택하는 ‘선택 약정 할인’이 활성화된 것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선택약정할인 확대 효과가 지속되면서 통신비 부담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소비자, 판매자 모두 단통법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해 단통법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된 지 9개월 만에 110만 대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이동통신 3사 번호이동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올해 7월까지 10개월간 번호이동 가입자는 475만 명으로 단통법 시행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판매 추정치’ 분석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10만 대 가량 판매됐다. 단통법 시행 전 같은 기간(1,420만 대)보다 110만 대 가량(약 8%) 줄어든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단통법이 시행된 후 올해 7월까지 10개월 간 번호 이동 가입자는 475만 명으로 단통법 시행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단통법이 시행된 후 통신 시장의 역동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번호이동 숫자는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상반기(3~5월) 통신3사가 총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910만 대 추정) 휴대전화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980만 대 추정)보다 70만 대나 감소한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판매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조업계는 고가 프리미엄 폰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고, 소비자들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은 단통법이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가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분기 가구당 통신비 부담이 월 14만 3,000원에서 올해 2분기 14만 7,000원으로 3,000원 올랐다”면서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본질적 목적은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통신시장 위축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말기유통구조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 의원은 “자급 단말기 가입자 수는 올해 7월 기준으로 78만 5,000명으로 전체 통신 시장의 0.1%를 점유하고 있다”며 “단말기 자급제를 확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하고 경쟁을 촉발해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가계 통신비가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고 일부 감소, 정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신시장 위축은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거나 단말기 경쟁 심화되면서 통신시장 액수 규모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때문에 통신시장 위축됐다는 것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최 위원장은 “자연적인 흐름으로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시장 구조상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있다”면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해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복지를 개선하고 통신비 가계부담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통신비 요금 절감과 통신유통구조 개선 등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보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 앞으로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불법보조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통법을 개정·보완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중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과 이통사가 지원하는 금액을 표시하는 것으로 당초 단통법을 만들 때 포함돼 있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으로 빠졌다.

   
▲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불법보조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통법을 개정·보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최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제조사가 직접 대리점에 주기도 하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주기도 하며 단통법 시행 이후 9개월간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가 지급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규모가 8,0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단말가격 인하 여지가 있다”며 “단통법에 분리공시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제조사가 직접 대리점에 주기도 하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주기도 하며 단통법 시행 이후 9개월간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가 지급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규모가 8,0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단말가격 인하 여지가 있다”며 “단통법에 분리공시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략 단말기를 출시하기 전에 리베이트를 집중적으로 뿌려 재고를 소화하는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두 회사의 전략단말기는 지난 4월에 출시됐는데 제조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리베이트를 점차 올려 올 3월까지 4개월간 월평균 987억 원, 총 3,948억 원을 지급했다. 전략단말기 출시 바로 전인 3월에는 1,149억 원으로 대폭 올려 지급했고, 전략단말기 출시가 시작된 4월에는 71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 의원은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해서라도 지원금 분리공시제 도입과 제조사 리베이트 사용 내역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이 2011~2014년사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9개 주요국 휴대전화 가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 휴대전화 가격은 약 27만 원(229달러), 고급폰은 약 64만 원(546달러)으로 평균 휴대전화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은 비슷한 소득수준에 있는 나라와 비교해서도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최원식 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 때문에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큰 만큼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단말기 자급제 확대, 분리공시제 도입, 중고폰 및 중저가폰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시지원금 상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출고가 자체를 낮추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단말기를 싸게 살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더욱이 출고가 인하는 분리공시제도입이 무산되면서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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