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사의 주요 순간들, 역사의 진보를 위해 싸우던 인물과 단체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조선공산당 평전'에는 조선 말기부터 해방까지 이르는 우리 근대사 속에서 독립운동과 진보정당 운동, 노동자와 농민들의 투쟁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오랜 기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인물과 단체 들이 대거 등장한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조선인들의 러시아 이주와 그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진행한 학교 설립, 신문 발행, 군대 조직의 활동상들이 본격적인 조선공산당 창당에 앞서 비중 있게 소개된다. 또한 상해임시정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19년 4월의 한인사회당 창당과 독립운동 진영을 파탄으로 몰고 간 코민테른 자금 200만 루블 사건 역시 관심을 끌 만한 것들이다. 러시아 공산당 주최로 이르쿠츠크파가 준비한 극동민족대회와 이 대회에서 추진이 결정된 베르흐네우딘스크 통합당대회는 조선공산당 창당과 관련해서 중요한 사건들이며, 자유시참변과 신의주 사건 역시 비극적이고 안타깝지만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다. 1923년에 있었던 경성고무공장 노동자 연대파업이나 1926년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에 기획되었던 민중항쟁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활동임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다.

대중조직과 전위조직을 망라한 다양한 조직과 단체의 활동상도 서술되어 있다. 한인들이 최초로 만든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과 볼셰비키 한인 2세 중심의 전로한인공산당, 오랜 기간 대립하게 되는 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와 고려공산당 상해파, 일본에서 활동하던 북성회와 이들이 국내로 들어와 만든 북풍회, 국내에서 활동을 해오던 서울청년회 등 조선공산당의 주요 그룹은 물론, 조선노동공제회, 조선노농총동맹, 재일본조선노동총동맹, 신사상연구회 등의 활동도 소개했다.

책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동휘나 조봉암,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의 경성트로이카 이외에도 뜨겁게 살다 간 수많은 운동가들의 생애와 만날 수 있다. 한인 최초의 볼셰비키로 한인사회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알렉산드라, 코민테른 극동서기국에서 일한 남만춘 등 러시아 한인들, 안동 풍산에서 노동자, 농민들을 조직하고 조선공산당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풍산 트로이카 김재봉, 권오설, 이준태, 서울파의 지도자 김사국, 일본에서 유학하다 경성에 들어와 북풍회를 만든 김약수 등의 활동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조선공산당을 구성한 다양한 뿌리와 일제강점기에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저항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