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불경기 장기화되면 유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직면
지난해 많은 경제 연구 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며 2002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3%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지난해 9월 미국 테러사태로 인해 우리 경기의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지자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기를 2003년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 중심 동조화, 통합화 심화
현재 세계경제 불황의 이면에는 지난 90년 이후 급속히 진행된 IT산업의 국제 분업화, 다국적 기업의 발전, 국제무역 증대, 금융시장 통합 등 세계경제의 급속한 동조화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세계 경제통합으로 인한 이익과 더불어 부수적으로 따르는 여러 파장에도 주의 깊은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세계경제는 지난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IT산업의 기술혁명과 인터넷 붐 등으로 고성장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경제는 주요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을 동시 불황의 늪으로 빠뜨렸다. 이 같은 세계경기 침체는 과거 90년대 초반의 경제 침체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 유럽의 세계경제 중심축과 동남아, 남미 등의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동시에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게 했다.
이러한 세계경제 침체는 실물과 금융시장이 급속히 통합, 동조된 점도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부분의 실적악화가 개인소비 및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침체국면에 진입, 1%를 밑도는 저성장세를 보였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이런 미국을 중심으로 건설업을 제외한 산업생산경기 등에서 점점 동조화 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경기가 빠른 동조화 현상을 보였고 일본의 경우 90년대 전반 자산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불황으로 동조화 현상이 낮아지긴 했으나 지난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산업경기 연동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일시적으로 그 상관성이 하락했고 수출활성화로 경기회복을 시작한 지난 99년부터 다시 상관관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 우리 경제는 미국 테러사태와 보복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소비심리 위축, 해외경기의 위축, 대외교역 환경의 악화 등 민간소비, 수출, 설비투자가 모두 부진하여 2000년 대비 2%대 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미 테러사태 등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기 등 IT산업의 투자 및 수출감소가 경기하락을 주도한 것이다.
한편 세계 경제의 통합화는 무역을 통한 실물경제의 통합화와 국제 자본거래의 증대를 통한 금융시장의 통합화, 그리고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진행되어왔다. GDP대비 수출입 총계로 나타내는 각국의 무역의존도를 살펴보면 90년대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에서의 개방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국과 말레이시아와 같은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그 정도가 낮지만 여타 개도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무역 의존도가 87.2%까지 증가했다.
90년대 들어 세계경제는 단순히 무역의 확대와 개방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에 있어서 국제적인 수직형 분업화가 심화되었다. 수직형 분업화는 제품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중간재와 최종재가 다양한 국가로부터 수입되고 다시 수출되는 순차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이다. IT산업의 경우 개도국이 일본 등의 주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집약적 중간재를 수입하고 이를 조립생산하여 다시 저가로 선진국과 개도국에 수출하는 형태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IT산업 하락, 불황 한 몫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경제의 침체가 세계경제의 동시침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90년대 전반에 걸쳐 진행되어 온 세계경제의 통합화 현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통합화에 촉매역할을 했던 IT산업이 현재 경기 침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90년 이후 미국 경제는 인터넷과 정보기술 중심의 신경제 체제로 개편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출된 새로운 정보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그 계기였고, 인터넷기업의 성공신화는 체제개편에 힘찬 추진력을 제공했다. 그 덕분에 미국은 90년대에 전례없는 긴 경기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중반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묶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오던 인터넷과 IT산업,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나스닥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IT산업이 세계경제를 이끌 것에 누구도 의혹을 품지 않았다. IT 산업은 국제무역의 성장, 다국적 기업의 해외법인 활동, 국제적인 수직형 분업화, 국제 금융시장의 통합 등 세계경제 통합화 추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2000년 4월 승승장구하던 IT산업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신 경제를 이끌던 나스닥이 연 5주째 하락을 거듭하면서 인터넷 거품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닷컴 기업의 가치붕괴가 IT산업 전반의 경기하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세계경제의 중심인 뉴욕 무역센타가 붕괴됐다. 90년대 쌓아올린 IT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모습이기도 했다.
향후 IT산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세계경제 통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IT산업의 붕괴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경제 동조화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이 IT산업부진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계경제도 침체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세계경제 회복세 기대
우리나라 경제 전망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회복이다. IT산업의 붕괴에 따른 미국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수출부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미국 테러사태가 진정되어 소비와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IT산업에서의 과잉설비가 해소된다면 세계경제를 비롯한 우리의 경제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2001년 경제 분석과 2002년 전망’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실시와 저금리 기조 유지에 힘입어 소비 및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지역 역시 하반기 이후 수출환경이 개선되면서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화는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 유로화 통용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며, 엔화는 제한적 강세를 보이다 미국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약세로 반전한다는 것.
미국과 유로지역의 금리는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일본은 구조적 불안을 배경으로 한 초저금리정책의 유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과 유로 지역의 물가는 하반기 이후 소비심리의 회복으로 상승세를, 디플레 압력이 존재하는 일본은 물가 하락세가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원유수요의 회복과 OPEC의 산유량 조절로 하반기 이후 배럴당 20달러중반으로 상승을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내 추가 테러발생 등으로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 되는 경우 미국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유로지역 및 일본 역시 동반침체 할 것이라 했다. 이러한 경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며 물가는 유가향방에 따라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경기 올 하반기 쯤 상승
2002년 우리 경제는 독자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 테러 보복전쟁이 2년간 지속되면 미국경제가 1년간 하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올 상반기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3.6%의 GDP성장률, 3.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경제가 연중 회복되지 못하고 보복전쟁이 중동지역과 연계된 장기전면전으로 확대되어 유가가 급등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소비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주가약세 및 물가안정 등으로 인한 자산효과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월드컵 경기, 대통령 선거,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지난해 보다 높은 4.3% 증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테러에 대한 보복전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IT산업에서의 과잉투자가 해소되지 않아 0.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지방선거, 대선 등으로 재정의 의존도가 증가하여 공공부문의 공사발주 및 주택건설이 늘어나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상반기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4.0%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인력수요가 증가, 3.6%대로 떨어져 연평균 4.1%를 기록하고 임금상승률은 작년 5.9%와 비슷한 연평균 6.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의 비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제도적 변화에 따라 임금이 안정되고 경기둔화로 인해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가 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대 선거와 두 차례의 국제경기, 또 지난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임금 상승률 등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관기준 수출은 작년 대비 2.7% 증가한 1조5천6백4십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가입 및 2008년 올림픽 개최가 미치는 영향으로 내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2.9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는 4백3십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니인터뷰

한국금융연구원 정한영 경제동향팀장은 미국의 위축된 소비심리가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반도체 경기가 다시 활성화 될 올 3/4분기쯤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테러가 발생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반도체 경기가 활성화되는 등 본격적으로 경기가 활성화 될 것입니다.” 정팀장은 미국 및 선진국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그래프는 올해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국제 행사 및 대선, 지방선거 등도 국내 경제 회복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등 서비스 수지 개선으로 경상수지 4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되나 통화량 증가로 인한 소비증가로 지난 89년 이후 처음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보통신의 경우 빠른 기술혁신으로 3∼4년마다 신기술이 개발되는 만큼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99년, 2000년 설비투자증가 이후 지난해 마이너스 9%대 하락, 기업의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성장이 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 쯤 설비부문 투자가 증가하면 정보통신 경기도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올해 경기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저금리 정책으로 금리안정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저금리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불러오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상승과 금리생활자들의 소비감소를 가져 올 수도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어 이자부담을 줄여 준다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증가해 추가적 경기하락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금리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가재정에 의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소득세 등 세율을 낮추면 소비자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자연히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팀장은 따라서 올 상반기까지 수출이 되살아나면 올 하반기에는 재정 의존도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약 8조의 공적자금 상환이 예상되고 2003년부터 매년 25조씩 공적자금 상환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관리가 경제회복의 중요한 관건으로 부상되고 있다.
한편 경기가 회복되는 하반기를 지나 연말로 갈수록 재정 및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지난 외한 위기 이후 통화와 재정에 많은 부문 의존했던 상황으로 미루어 물가를 자극할 우려는 충분하다. 따라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위한 꾸준한 기술 개발은 물론 수출 다변화 전략으로 미국 및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위기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번 경기 불황도 만만치 않다. 또 한번 위기를 극복해 나갈 우리 기업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기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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