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강의 동생 토미 강, 형의 그림자 벗고 데뷔전 승리로 이끌어

3월24일 장충체육관에서는 ‘ROAD FC 007 RECHARGED!!’ 대회와 ‘ROAD FC 007 YOUNG GUNS 3’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대회 타이틀인 ‘RECHARGED’는 재충전되었단 뜻을 담고 있다. 대회 타이틀의 의미처럼 새 봄을 맞아 기개가 충만한 선수들의 경연을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계 종합격투기 선수인 데니스 강의 친동생 토미 강이 출전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회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는 밴텀급 토너먼트였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체급 출전선수들이 모두 물 오른 기량을 자랑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 번째는 한국계 선수 토미 강의 프리웨이트 데뷔전이다. 그의 친형은 바로 데니스 강이다.
그는 1998년 이종격투기선수로 데뷔해 2004년 9월 스피릿 MC 그랑프리에서 스피릿 MC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2006년 11월 프라이드 무사도 13 웰터급 그랑프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유명 파이터다. 토미 강은 이번 로드FC가 데뷔무대다.

세 번째는 외국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과의 맞대결이다. 이번 대회엔 브라질 출신의 호안 카네이로와 일본의 쿠메 타카스케 선수가 출전했다. 호안 카네이로는 아메리칸 탑팀 애틀랜타의 리더이며 쿠메 타카스케는 총 전적 11승 1패 4무를 기록하며 일본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강자들이었다.
호안와 쿠메의 상대는 각각 차정환, 이형석 선수였다. 차정환은 일본의 스타 파이터 초난 료를 꺾으면서 주목을 받은 선수다. 하지만 호안 카네이로를 상대하기엔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강경호 선수와 사토 쇼코의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강경호 선수는 지난 대회에서 유리한 경기를 펼쳤지만 계체 실패로 인해 패배의 아픔을 맞봤다. 이번 대회에서 사토 선수의 상대는 김대환 선수였다. 하지만 김 선수가 부상 당해 강경호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불꽃 튀는 접전 벌인 로드FC

경기 개막전 예상은 현장에서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ROAD FC 007 RECHARGED!!’에 앞서 열린 ‘ROAD FC 007 YOUNG GUNS 3’ 대회부터 경기는 불꽃을 튀겼다. 영건스3 대회에서는 라이트급 5개 경기가 치러졌다. 첫 경기는 이용재와 최동선의 대결로 펼쳐졌다. 이용재 선수는 해병대 출신으로 웰터급에서 활동하다가 이번에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조정해 데뷔전을 치렀다. 이 선수는 해병대 출신답게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여 2 대 1 판정승을 거뒀다.
두 번째 경기인 김휘규와 사무엘 선수의 대결은 모두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팽팽하게 펼쳐졌다. 1라운드는 김휘규 선수가 사무엘 선수에게 왼손 카운터펀치에 이은 연타를 가하며 사무엘 선수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사무엘 선수는 2라운드에서 반격을 시도했다. 사무엘 선수는 오른 손 훅을 상대에게 적중시켰다. 하지만 김휘규 선수가 니킥을 성공시키면서 상황은 반전됐고, 결국 사무엘 선수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세 번째 경기인 이상현과 문준희의 경기는 2라운드 1분만에 승부가 결정됐다. 문준희 선수는 기습적으로 삼각 조르기로 이상현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이상현은 상대의 조르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기권을 선언했다. 네 번째 경기인 홍성진과 김원기의 대결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었다. 두 선수 모두 초반부터 난타전을 펼쳤다. 2라운드 내내 서로가 펀치를 주고  받으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 심판들도 두 선수의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네 번째 경기의 흥분 때문이었는지 이어진 김형렬과 김석모의 경기는 40초만에 판가름 났다. 김석모 선수는 탐색전을 벌이다 펀치를 작렬 시켰고 이후 니킥에 의한 다운을 뺏은 뒤 파운딩으로 마무리해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김 선수는 ROAD FC 정문홍 대표의 오랜 제자여서 승리의 의미는 남달랐다.
이제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ROAD FC 007 RECHARGED!!’ 대회의 막이 올랐다.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토미 강이었다. 토미 강 옆엔 그의 친형이자 ‘수퍼 코리안’ 데니스 강이 서 있었다. 데니스는 시합 내내 고함을 치며 동생인 토미에게 작전을 지시하며 선전해줄 것을 독려했다. 토미 강의 상대는 손규석 선수였다. 두 선수의 몸무게는 15kg 차이가 났다.

손규석 선수는 몸무게 차이를 극복하고자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아웃 파이트로 토미 강을 상대했다. 하지만 파워에서 토미 강을 넘지는 못했다. 토미 강은 1라운드에서 묵직한 훅 두 방으로 손규석을 KO시켰다. 손규석 선수는 가까스로 일어나 1라운드를 마쳤다. 손규석은 2라운드에서 기회를 맞는 듯 했다. 손규석은 클린치 상태에서 토미 강을 넘어뜨렸다. 그러나 그에게 이렇다 할 데미지를 주는데 실패했다. 토미 강은 상황을 곧 반전시켰다.
그는 손규석을 구석에 몰고 소나기 펀치를 날렸다. 주심은 경기속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토미 강은 데뷔전을 KO승으로 장식했다.
토미 강의 시합이 끝나자 호안 카네이로, 쿠메 다카스케가 차례로 시합에 나섰다. 두 선수 모두 토미 강에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선수였다. 특히 호안 카네이로의 몸 놀림과 쿠메 다카스케의 매서운 눈빛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쿠메 다카스케의 상대는 이형석 선수였다. 경기 초반 다카스케가 눈에 부상을 당했다. 눈 부상은 시야확보를 어렵게 한다. 이형석 선수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다카스케에게 역공을 당하고 스탠딩 다운을 당했다.

2라운드에서 다카스케와 이형석은 난타전을 벌였다. 그러나 다카스케가 수읽기에서 이형석 보다 한 수 위였다. 다카스케는 위력적인 니킥을 가해 이형석을 넘어뜨렸고, 즉각 삼각 조르기에 이은 암바 공격을 성공시켰다. 결과는 다카스케의 서브미션 승이었다.
국내선수가 잇달아 패하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강경호 선수는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토 쇼코와 맞붙은 강 선수는 2라운드에서 암바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외국 선수와 한국 선수의 대결 구도로 보았을 때 국내선수로서 승리를 거둔 선수는 강경호가 유일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 역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토미 강은 녹록지 않은 경기력으로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호안 카네이로는 단단한 몸매와 강력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탄탄한 경기력으로 매경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쳐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종합격투기는 웬만한 격투기 팬이 아니고서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선수들의 경기력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회 장소인 장충체육관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중들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여자 관중들의 수가 많이 눈에 띠었다. 이들은 경기 내내 남자관중 보다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의 메인 콘텐츠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은 경기력 강화와 직결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팬 저변 확대로 이어진다. 이번 로드FC 대회는 팬 저변 확대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선수들의 기량이 지속적으로 향상된다면 이 대회는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스포츠 한류상품으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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