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HN, 끝없는 추락과 대주주 지배력의 역설
"주주가치 제고, 누구를 위한 약속인가"
[시사매거진 한창기 기자] 이준호 회장은 서울대와 KAIST를 거쳐 NHN의 CTO와 COO를 맡으며 한국 IT 업계에서 손꼽히는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숭실대 교수 시절에는 국내 최초의 자연어 검색 서비스인 엠파스를 선보였고, 설립한 서치솔루션을 네이버에 매각하며 대주주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NHN이 네이버와 분할된 이후 13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성장은 실현되지 않았고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다. 2013년 인적분할 당시 3.74%에 불과했던 이 회장의 개인 지분은 현재 22.39%로 늘어났다. 가족과 특수관계인, 자사
[시사매거진 한창기 기자] 이준호 회장은 서울대와 KAIST를 거쳐 NHN의 CTO와 COO를 맡으며 한국 IT 업계에서 손꼽히는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숭실대 교수 시절에는 국내 최초의 자연어 검색 서비스인 엠파스를 선보였고, 설립한 서치솔루션을 네이버에 매각하며 대주주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NHN이 네이버와 분할된 이후 13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성장은 실현되지 않았고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다.
2013년 인적분할 당시 3.74%에 불과했던 이 회장의 개인 지분은 현재 22.39%로 늘어났다. 가족과 특수관계인,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지배력은 60%에 달한다. 반면 주가는 8만 원대에서 2만 원대 중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대주주의 지분율은 더 높아졌고, 국민연금은 저점마다 매도에 나서면서 사실상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방치했다.
NHN은 매년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미미했다. 2025년 주총에서도 이 회장과 CFO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무난히 통과됐지만, 당일 주가는 1만 8000원대에 머물렀다. 일부 주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인가”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만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실행 없는 약속과 모호한 청사진 속에서 ‘주주친화’라는 구호는 대주주의 입지를 강화하는 장치로 전락했다.
분할 당시 NHN은 독립 성장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35조 원을 넘어선 반면 NHN은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분별한 유상증자와 물적분할 남발, 게임과 페이코 사업의 부진, 대규모 손실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기업 문화가 몰락의 원인이 됐다. 이는 업종 차이의 결과가 아니라 대주주 중심의 판단 오류와 책임 회피 구조가 만든 실패였다.
한편 이 회장은 개인적 투자에서 막대한 성과를 거뒀다. 하와이 초고층 콘도 개발에 1조 원 이상을 투입했고, 개인회사 JLC파트너스를 통해 반도체 장비업체 HPSP에 70억 원을 투자해 수천억 원대 평가차익을 얻었다. 문제는 NHN이 이 기회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당시NHN 투자 자회사 대표가 대주주 개인회사 대표를 겸임하며 투자 기회가 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구조는 SK그룹의 V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SK가 허위 매출과 문서 조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했다면, NHN은 투자 기회를 대주주 개인회사로 유출해 이익을 집중시켰다. 방식은 달라도 본질은 같았다. 대주주의 이익 독점과 소액주주의 피해였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불공정은 제도의 무기력 속에서 가능했다. 상법은 충실의무를 규정했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사실상 방관했다. 국세청은 대주주 개인회사의 투자 구조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으며, 국민연금은 저점마다 매도에 나서며 결과적으로 지배력 확대를 돕는 역할을 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절망적이다. “네이버를 팔고 NHN을 산 게 가장 큰 실수였다”는 후회와 함께, “회장은 잘 살고 있지만 우리는 노후를 잃었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13년간의 기다림은 좌절로 바뀌었고, 투자자들은 탈출의 기회만을 찾고 있다.
이 회장의 개인 지분은 22.39%에 불과하지만, 가족·특수관계인 지분과 자사주를 합치면 60%가 넘는 절대적 지배력이 형성된다. 문제는 이 지배력이 주가 하락과 반비례하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NHN의 매출은 분할 당시 대비 약 4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75%나 하락했다. 즉, 실적 성장과 주가 흐름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NHN은 본지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NHN은 2022년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책에 따라 2022 ~ 2024년 375만 1792주를 특별 소각했고, 2024년에는 창사 후 첫 현금배당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6 ~ 2028년에는 연결기준 EBITDA의 15%를 환원 재원으로 책정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며, 배당은 매년 전년도 주당 배당금 이상을 보장하고, 신규 매입 자사주의 절반 이상을 당해 연도 내 소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GPU 공급·인프라 구축 계약에 대해서는 전체 물량 과반을 수주하며 대표 사업자로 자리매김했고, 엔비디아 차세대 GPU B200을 4000장 이상 단일 클러스터로 구축·운영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정부의 추가 GPU 확보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내 대표 GPUaaS 사업자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액주주와의 신뢰 회복에 대해 매년 주총에서 주주 간담회를 열어 소통을 강화해 왔으며, 향후에도 새 3개년 환원정책 등을 통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NHN은 오는 10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 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받게 된다. 이번 회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다. 안건은 자본준비금 30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건으로, 이사회는 지난 8월 11일 사외이사 전원 참석 하에 이를 의결했다.
NHN은 이미 공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금년 내 발행주식 총수의 1.5%에 해당하는 자사주 추가 매입과 3%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언제 실행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주가 변동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향후 NHN에서 물적분할된 클라우드, 두레이 등 주요 자회사의 상장 과정에서 신주 무상 배정 물량이 어느 정도 제공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거 물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이번에는 NHN이 보다 주주 친화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여부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임시주총은 단순한 회계 처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NHN이 공언한 주주환원 정책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줄 기회이자, 유상증자와 물적분할로 촉발된 주가 하락에 대한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