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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의 글로벌이슈] ‘부끄러운 1등’ 불명예 한국, 섬에서 배워야 할 지혜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부끄러운 ‘오늘의 화석상’ 1위, 그 배경과 의미한국은 지난 11월 18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1위를 차지하며 국제적 비판의 중심에 섰다. ‘오늘의 화석상’은 1999년 국제 환경단체 Climate Action Network(CAN)에 의해 제정된 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국가에 수여되는 불명예스러운 상이다. 이 상은 기후 위기에 대한 각국의 무책임한 태도와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부끄러운 ‘오늘의 화석상’ 1위, 그 배경과 의미

한국은 지난 11월 18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1위를 차지하며 국제적 비판의 중심에 섰다. ‘오늘의 화석상’은 1999년 국제 환경단체 Climate Action Network(CAN)에 의해 제정된 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는 국가에 수여되는 불명예스러운 상이다. 이 상은 기후 위기에 대한 각국의 무책임한 태도와 실패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한국이 이 상을 수상한 이유는 석유와 가스 보조금을 삭감하지 못한 점,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Net Zero) 이행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특히,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 속도가 주요 OECD 국가 중에서도 뒤처져 있다는 점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는 한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1월 18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사진_Habib Samadov, UNFCCC)
11월 18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사진_Habib Samadov, UNFCCC)

한국의 부끄러운 1위들: 자살률, 저출산율, 고령화 속도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부진뿐만 아니라, 한국은 여러 사회적 지표에서도 부정적인 1위를 기록하며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자살률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인 11.3명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이는 20년 연속 OECD 1위로,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안전망 부재와 과도한 경쟁, 삶의 질 저하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자살률은 국민의 정신건강 위기를 상징하며, 복지 체계와 사회적 연대의 대대적인 개선 필요성을 시사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도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위기다.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UN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750년경 한국 인구가 완전히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불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로,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47.7%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함께 사회복지 체계의 과부하를 초래할 것이다.

음주량과 이혼율 또한 문제로 꼽힌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건강 문제와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혼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가족 해체와 개인 간 유대감 약화,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사회적 지표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기록은 한국이 물질적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신적, 사회적 기반을 소홀히 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구조적 과제들이다.

음주량 등 그래프
음주량 등 그래프

한국의 불행한 현실에 경종 울리는 섬의 정신세계

이러한 부정적 지표들은 공동체 의식이 붕괴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한편 섬 지역은 고립된 환경과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공동체 중심의 철학과 가치를 통해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서 물리적으로는 반도에 위치하지만, 지정학적, 경제적 여건은 ‘섬’과 같은 고립된 환경인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변화와 국제적 불확실성에 취약하며, 북한과의 분단 상황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의 외교적 균형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실질적으로 ‘사면이 막힌 섬’과 같은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원의 제약과 외부 의존성이라는 섬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하와이의 철학인 쿨레아나(Kuleana)는 하와이 원주민의 철학적 개념으로,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는 고유한 가치체계다. 단순히 권리(rights)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개인이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하와이 주민들은 이 철학을 기반으로 자연을 보존하고, 가족과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균형과 조화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경제 성장과 경쟁을 통한 성공만을 지향하면서 상처받은 개인과 비뚤어진 가치관으로 얽힌 관계들이 가득한 병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사모아의 파사모아(Fa’a Samoa)는 ‘사모아식 삶(Samoan way of life)’을 뜻하며, 가족과 부족 중심의 공동체적 삶을 강조한다. 디즈니 영화 <모아나>의 배경인 사모아는 지금까지도 급격한 현대화와 글로벌화 속에서도 전통적 유대감을 유지하며 공동체 중심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 이는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한국의 상황을 자각하는데 좋은 거울이 된다.

관용과 화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아나'의 배경은 사모아 섬이다.
관용과 화합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모아나'의 배경은 사모아 섬이다.

발리의 트리히타카라나(Tri Hita Karana)는 인간이 자연, 신과의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원리다. 이 철학은 발리 주민들의 생활 방식, 종교적 의식, 그리고 관광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려는 발리의 노력은 한국이 자원과 환경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경제 모델을 수정하는데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또한, 그리스의 필로티모(Philotimo)는 그리스어로 ‘명예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필로(Philo, 사랑)와 티모(Timi, 명예)에서 유래했다. 명예와 공동체 헌신을 강조하며,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한다. 이는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필로티모의 철학은 한국 사회가 개인의 성취와 공동체적 조화를 동시에 지향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모리셔스는 무지개 국가(rainbow nation)로 불린다. 모리셔스의 국기에서도 볼 수 있듯, 다양성의 공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작지만 강한 섬나라다.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관용과 협력을 중심으로 한 사회 운영 모델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단일민족 신화를 기반으로 다양성에 대한 배타성을 강화하며 글로벌 협력을 저해해 왔다. 모리셔스의 조화를 중시하는 사회상은 한국이 다문화를 수용하고 협력의 가치를 깨닫도록 할 것이다.

‘무지개 나라’라 불리는 모리셔스 섬에서 세가(sega)춤을 추는 무희들
‘무지개 나라’라 불리는 모리셔스 섬에서 세가(sega)춤을 추는 무희들

쿡 제도의 카이티아키탕가(Kaitiakitanga)정신의 의미는 뉴질랜드 마오리족(Māori)의 언어로 ‘수호자(Kaitiaki)의 역할(-tanga)’을 뜻한다. 즉, 주어진 자원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카이티아키탕가는 한국의 개발 중심 경제 구조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해도 된다는 그릇된 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한국에도 독특한 철학을 가진 섬들이 있다. 제주도의 삼무 정신은 상호 신뢰와 협력을 상징하지만, 제주도 사회를 하나로 결집하고 시민의식을 부여할 만큼의 힘을 가지지 못했고, 관광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청산도, 증도를 비롯 11개의 도시가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면서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는 했지만, 전국적 확산이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전통 보존과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지만, 1999년 이탈리아의 소규모 도시인 치타슬로(Cittaslow)를 중심으로 시작된 국제적인 운동에 동참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섬 고유의 철학적 가치를 발굴하고 더 깊이 내면화하고 실질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신안 증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신안 증도

갈라파고스 신드롬: 한국의 고립과 위험

한국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고립된 환경에서 진화한 생물이 외부 적응력을 상실하며 생존 위기에 처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는 특정 국가나 사회가 자신만의 독특한 발전 경로를 지나치게 고수하며,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한국은 단일민족 신화와 획일적인 사고방식이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전통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글로벌 시대의 다양성과 협력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일민족 신화는 ‘우리만의 방식'에 대한 고집을 강화시키며, 외부와의 교류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문화 가정의 증가, 글로벌 이민자의 유입 등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적응력이 낮아지고 있다. 획일적 사고방식은 문제 해결에 있어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며, 경제적·사회적 혁신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교육과 취업 환경에서는 ‘정답’을 강요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지속되며, 개인의 독창성과 새로운 도전을 억압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꼰대’, ‘갑질’문화가 현재 한국의 웃픈 현실을 드러낸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 캡처
MBC 드라마 '꼰대인턴' 캡처

섬의 지혜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한국에서 공동체 의식의 약화는 경제 발전과 도시화 과정에서 심화되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상호 협력과 지역사회 중심의 삶이 강조되었으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이러한 전통적 구조를 해체시켰다. 가족 단위의 협력은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약화되었으며, 직장과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역할도 개인주의와 경쟁 중심의 문화에 밀려났다.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적 고립 문제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국가적 역량과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적 쇠퇴와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의 붕괴는 사회적 고립감 증가. 사회적 갈등의 심화, 정신적 피로감을 증폭시켜 개인은 물론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한국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일적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하와이, 사모아, 발리와 같은 섬 지역의 철학과 생존 전략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자원의 제약 속에서도 협력과 조화를 통해 생존과 번영을 이룬 섬의 지혜는 한국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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