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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엄수빈의 시간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이유 "연기하는 이 순간이 난 좋다"

[시사매거진 박희남 기자] 많은 시간을 보내오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모든 이야기에는 서사가 있듯이 엄수빈 역시 자신만의 서사로 배우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다.엄수빈은 중국에서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중국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해 때론 중국인 배우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배우다.오랜 중국 활동 탓에 국내에서는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인물로 꼽히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난 10년간의 중국 활동은 잠시 접어두

지난 10년간의 중국 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국내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맨땅에 헤딩을 시작한 배우 엄수빈을 만났다.(사진_본인 제공)
지난 10년간의 중국 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국내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맨땅에 헤딩을 시작한 배우 엄수빈을 만났다.(사진_본인 제공)

[시사매거진 박희남 기자] 많은 시간을 보내오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모든 이야기에는 서사가 있듯이 엄수빈 역시 자신만의 서사로 배우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엄수빈은 중국에서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중국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해 때론 중국인 배우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배우다.

오랜 중국 활동 탓에 국내에서는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인물로 꼽히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난 10년간의 중국 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국내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맨땅에 헤딩을 시작한 배우 엄수빈을 만났다.

자신의 몫을 잘 해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싶다는 엄수빈이 말하는 “나에게 배우란.”

엄수빈은 중국에서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했다.(사진_본인제공)
엄수빈은 중국에서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했다.(사진_본인제공)

배우 이력이 독특하다. 주요 활동 무대가 중국이었는데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

시작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겸 MC였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 방송국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아나운서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그렇게 건너간 중국이었다. 이후 칭다오 TV, 다롄 TV, 옌벤 TV 등 중국 각지의 방송국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다. TV 방송 외에도 각종 외부 행사에서 MC로 활약했는데, 한중가요제 등 중국현지에서 개최된 100회 이상의 한중관련 행사를 도맡아 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이듯 2015년, 사드가 터졌다. 알다시피 당시 중국 정부에서 한한령이 내려졌고 하루아침에 출연하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됐다. 소위 중국 내에서 잘 나가던 한국 배우들도 모두 계약 해지를 당하고 국내로 돌아갔다.

나 역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중국에서 일궈놓은 지난 5년간의 노력과 시간이 아까웠고 여러 가지 개선책을 찾던 중 방송국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연기를 접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위해 북경영화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해 연기공부에 불을 지피게 됐다. 재학시절부터 교수님의 추천으로 상업영화에 출연하였고,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단역부터 조연 등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 올라갔다.

사드가 터진뒤 한국인으로 중국 영화드라마에 출연을 못하게 되어 조선족이라고 말하고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면 버틴 10년이다. 그러다 '코로나 19'라는 천재지변을 맞았다.

배우 엄수빈은 칭다오 TV, 다롄 TV, 옌벤 TV 등 중국 각지의 방송국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고 TV 방송 외에도 각종 외부 행사에서 MC로 활약했다. 한중가요제 등 중국현지에서 개최된 100회 이상의 한중관련 행사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사진_본인 제공)
배우 엄수빈은 칭다오 TV, 다롄 TV, 옌벤 TV 등 중국 각지의 방송국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고 TV 방송 외에도 각종 외부 행사에서 MC로 활약했다. 한중가요제 등 중국현지에서 개최된 100회 이상의 한중관련 행사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사진_본인 제공)

중국에서는 주로 상업영화를 촬영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단편독립영화나 웹드라마 등 작은 규모의 작품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중국에서 활동할 때는 일이 많아 너무 바쁘다보니 1년에 딱 한 번 구정연휴에만 한국에 잠시 방문했다. 또한 하루빨리 완벽한 원어민 발음의 중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한국 사람과의 교류를 일부러 최소화했고 중국 현지에 있는 코리아타운 근처에도 가지않는 등 중국인들과 동화되어 살았다.

2020년에도 설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는데, 때마침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에서 터진 것이다. 당시에는 금방 끝나겠거니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두 달이 반년이 되고 그렇게 긴 시간 중국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니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중국에 돌아가는 날만 기다릴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었으나 10년만에 한국에서 배우 일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나는 당시 한국에서는 배우들이 어떤 경로로 영화드라마 작품에 참여하는지 조차도 몰랐다. 그야말로 제로 상태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배우 모집 공지사이트 몇군데를 찾아내 여기저기 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기회가 흔치는 않았다. 프로필에 온통 중국 경력만 게재돼 있으니 제작사 측에서는 나를 중국인 배우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주 가끔 연락이 오면, 혹시 조선족이냐면서 중국말을 너무 잘해서 한국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국어로 된 연기작품이 필요하겠구나. 마음을 먹은 이후 학생들이 가끔 졸업작품에 무페이로 참여할 배우를 모집하는 공지를 올리는데 이런 곳에도 지원을 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프로가 아니다 보니 촬영을 다 끝내놓고도 음향이 잘못돼서 또는 편집을 마치지 못해 엎어진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한 두 작품 출연한 시작이 귀국 이후 지난 2년간 단편, 독립영화작품, 웹드라마, OTT드라마 등을 포함해 약 30여 편에 달한다.

중국에서 배우활동을 처음 시작한 엄수빈은 작은 작품이라도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그러면서 연기 스타일이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많이 융화됐다.
중국에서 배우활동을 처음 시작한 엄수빈은 작은 작품이라도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그러면서 연기 스타일이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많이 융화됐다.

연기 스타일, 촬영현장 상황 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귀국한 후 개런티나 배역과 작품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막말로 무모해 보일 정도로 닥치는 대로 많은 작품에 출연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연기를 중국에서 처음 배웠기 때문에 현재 한국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 한국은 자연스러운, 사실적인 현실감 있는 연기를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경극이 발달하다보니 지금도 표현위주의 연기를 선호한다. 대중들이 봤을 때 '연기'같은 연기를 한다.

또한 한류 컨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각광을 받는 지금, 중국에서 열심히 활동한 10년의 경력은 한국에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물거품'이었다. 내 10년간의 시간과 또 그 시간동안의 내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한국에서 다시 밑바닥부터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기에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남들이 한 발자국 걸으면 나는 열 발자국 뛰어야 했다. 이후부터 작은 작품이라도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그러면서 연기 스타일이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많이 융화됐다.

차이점은 중국의 경우 시간관념이 한국과 다르다. 촬영현장에 가면 대기가 늘 있다. 대본과 큐시트도 촬영 당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리 계획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운영되는 일이 많은 편이다. 또 배우들의 경쟁이 한국만큼 치열한 편은 아니다.

국내 배우들은 촬영이 없어도 연기 연습을 작품을 위해 자기계발에 힘쓰지 않나. 중국은 작품이 없을 때는 특별히 연습하지 않고, 여유로움을 즐기는 편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왜 연기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뒤늦게 시작한 연기지만 내게 연기는 일이 아니다. 연기는 나에게 있어서 일이 아니라 PLAY이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존재다. 보통 사람들은 매일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는데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하며 산다면 평생 인생이 고통이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다.

배우 일을 하면서 일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공포 영화를 찍을 때는 밤샘 촬영도 많다. 특히 저예산 영화를 찍을 때는 예산 부족으로 하루에 세네시간 쪽잠을 자면서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케줄로 촬영을 진행한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하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하나의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배우라는 직업을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진정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 조금씩 성장해가며 끝까지 배우의 끈을 놓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지금은 너무나 부족하다.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은 멀었다. 더 노력해야 하고 노력할 것이다.

배우 엄수진은 언젠가 윤여정 선배님처럼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수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사진_본인제공)
배우 엄수진은 언젠가 윤여정 선배님처럼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수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사진_본인제공)

배우로서 고민이 있나.

중국에서 연기를 배우고 중국어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귀국후 한국에서 한국스타일 연기를 다시 배우기 위해 학원도 다녀 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가 되고 싶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너무나 많았다. 배우는 늘 오디션을 보고 선택받는 피동적인 입장이기에 갑 보다는 을에 가까운데, 배우가 유일하게 갑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연기력’이라고 생각하다. 연기를 진짜 잘하면 된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최근 한국 매체연기 트렌드로 연기 스타일을 바꾸고 또 어떻게 하면 연기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엄수빈에게 배우란.

삶의 원동력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깨어있는 시간 동안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일에 밥먹고 씻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80% 가까이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연장선격으로 방송이나 영화 드라마 업계 외 사람은 잘 만나지 않는다.

타인이 보면 독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귀국후에는 생일에도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생일날에도 촬영이 없으면 집에서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고 지원서를 내거나 영화나 책을 본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현재 나에게 생일 역시 일년 365일 중에 하루일 뿐이다.

나는 현재 돈을 쫒지않는다. 만약 내 인생의 목표가 돈이라면 난 귀국후 중국어 강사나 통역 일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계속 제의가 들어오지만 거절한다.

난 언젠가 윤여정 선배님처럼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수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나는 이러한 확고한 목표가 있기에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지금의 과정이 삶의 원동력이자 내가 살아가는,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하다.

끝으로 작품을 통해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배우는 어떤 배역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배역은 중국인 배역이다.

당연한 것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배우로 중국인 역할을 맡았을 때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중국에서 주로 중국인 배역을 했기 때문에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대중들의 기억 속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을 만큼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보다 중국말을 잘하는 한국사람은 물론 많겠지만, 중국어로 연기를 나보다 잘할 수 있는 배우는 드물것이다. 다른 배역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 고착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이 배우는 진짜 중국인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옆선이 쫙 찢어진 치파오를 입고 자연스런 원어민 발음으로 중국어 대사를 하며 중국인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스크린속의 내 모습을 그리며 난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엄수빈의 한 방, 기대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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