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만 국세 체납액 9조 원에 육박

[시사매거진269호] 올해 체납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걷지 못하는 체납액은 올해 상반기만 8870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체납금액 92844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로 올 한 해 체납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_뉴시스]

세금은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방과 치안을 유지하고 도로·철도·항만·공항 등의 사회간접시설 건설과 교육, 환경, 사회복지 등 수많은 곳에 쓰여 지고 있다. 이처럼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고질적인 고액체납자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만 국세 체납액 9조 원 육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국세 체납액이 9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걷지 못하는 체납액은 올해 상반기만 88703억 원을 기록했다. 체납된 국세 규모는 201572436억 원이었지만, 2년만인 20178조원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9조원대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인의 세금 체납액도 3511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524244억 원 대비 48%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체납액 32388억 원보다 3000억 원 많다.

개인 세금 체납액은 201645549억 원, 201752285억 원, 201859626억 원, 2019645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체납 건수로 살펴보면 20161571365201717862612018214755020192302542건으로 2016년 이후로 국세청이 걷지 못한 세금체납 건수 또한 계속 증가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강남·송파·서초)의 국세 체납액이 서울 전체 체납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납현황 자료를 보면 강남 3구의 2019년도 국세 체납발생액은 11277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전체 체납발생액은 25898억 원이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체납발생총액은 14621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강남 3구의 체납액이 서울 전체 체납액의 43.5%를 차지했다.

강남 3구에서는 세대생략증여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생략증여는 조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것으로, 두 번 내야 할 증여세를 한 번만 내면 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2014~2018년 세대생략증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총 56651억원의 세대생략증여가 발생했는데 같은 기간 강남 3구에서 이뤄진 세대생략증여는 총 19432억 원이었다. 전국 세대생략증여의 3분의 1이 강남 3구에서 발생했다.

김주영 의원은 강남 3구의 국세·지방세 체납발생액은 서울시 25개구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올해 국세 체납 현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과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체납자에 대해서는 발본색원해 국세가 결손 되지 않도록 국세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체납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걷지 못하는 체납액은 올해 상반기만 8조 8703억 원을 기록했다. (사진_뉴시스)

국세청 소관 세금수입, 전년보다 20조 줄어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걷힌 세금은 164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조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1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 감사에서 업무 현황 보고를 통해 이 같이 말하며 진도비는 60.5%로 전년보다 4.2%포인트(p) 감소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정 지원에 따른 납부 세액 이월 및 세액 감면, 2019년 법인 영업 실적 감소, 내수 부진이 주요 요인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세무 검증 유예·제외 조치를 적극 집행하기로 하면서 반면 반사회적 탈세체납에는 철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김 청장은 불법 대부업자 등 민생 침해 탈세 행위를 엄단하고, 신생·호황 유통업 등은 검증을 강화하겠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신종 업종은 제도권 안착을 지원하되, 차명 계좌를 이용한 소득 분산 등 탈루 혐의에는 엄정히 대응하겠다. 다국적 기업 정보 분석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고 전했다.

또한 부동산 관련 탈세·고액 체납자는 철저하게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법인 등의 다주택 취득, 연소자(30세 미만)의 고가 아파트 취득 등 변칙적 자금 이동을 철저히 검증하겠다. 고가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누락, 주택임대사업자의 허위 비용 계상 등을 정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면서 상습 체납자를 대상으로는 강도 높게 추적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은 38세금조사관들이 서울 삼성동의 한 체납자의 자택을 수색해 노란색 압류딱지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사진_뉴시스)

국세청, 상습적인 체납 처분 회피자 감치 명령 등 강력 조치

국세청은 공정 경제 실현에 역행하는 지능적인 탈루 행위에는 총력 대응하는 한편 호화·사치 생활 혐의자를 대상으로 현장 수색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기업 자금 불법 유출, 차명 재산 운용,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 등에 조사 역량을 집중한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를 비롯한 사익 편취 혐의, 자본 거래를 이용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등의 탈세 검증을 한층 강화한다.

또한 암호화폐 등 가상 자산을 활용한 재산 은닉에는 기획 분석과 현장 대응 강화로 맞선다. ·인척 금융 조회 등 확대한 체납 징수 인프라의 실효성을 높이고, 상습적인 체납 처분 회피자에게는 감치 명령 등을 내린다. 해외 과세 당국과의 징수 공조 협정을 확대하는 등 국외 재산 은닉에도 대처한다.

부동산 탈세의 경우 법인·사모펀드(PEF)의 다주택 취득, 30대 이하 연소자의 고가 아파트 취득 등 변칙적인 자금 이동을 철저히 검증한다. 이때 등기 자료 등 과세 정보와 국토교통부 탈세 의심 자료, 부동산 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 수집 정보 등을 활용한다.

국세청이 홈택스 서비스를 전면 개편, 세금 신고부터 납부까지 모든 절차를 편리하게 끝낼 수 있는 ‘홈택스 2.0’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바일 홈택스인 ‘손택스’ 기능도 대폭 확대한다. 사진은 홈택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손택스’. (사진_뉴시스)

지자체, 고액 상습 체납자 강력 조치

지자체에서도 체납자를 뿌리 뽑기 위해 단단히 고삐를 죄고 있다.

우선 광주시는 고의로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은 체납자를 뿌리 뽑기 위해 지난 915일부터 1215일까지 체납액 일제정리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재산을 타인 명의로 도피하고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 가택수색을 실시해 금전은 현장에서 바로 압류한 후 체납세금으로 충당하고 귀금속, 명화, 서화 등은 동산 압류 후 매각하는 등 강력히 조치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100만 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 4438명을 대상으로 지역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보험사 등 제2금융기관에 예치된 예·적금 및 보험금, 증권계좌 등을 정밀 조사해 체납자 432명의 금융재산 219억 원을 압류했다고 지난 1015일 밝혔다. 시는 최저생계비(185만 원)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지방세 체납액만큼 추심할 예정이다. 예금 등 압류 및 채권 추심을 하게 되면 체납자는 지방세 납부 후 압류해제가 풀릴 때까지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충북 제천시는 자동차세를 내지 않아 압류했던 차량 299대의 체납 처분을 중지했다고 1026일 밝혔다. 시가 체납 처분 중지를 결정한 자동차들의 압류액은 193821900만 원으로, 모두 결손처리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현장 참여 방식 공매를 통해 410건의 압류물품을 매각하고 모두 32400만 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 이와 관련 지방세 고액체납자의 세금 징수를 위해 압류한 명품가방·시계·귀금속 등을 지난 1019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공개 매각한다. 매각 대상 물품은 모두 500건으로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가방 73, 피아제·롤렉스 등 명품시계 32, 귀금속 336, 골프채·양주 등 기타 59점이다.

최원삼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은 이번 온라인 전자공매에 나온 물품들은 납세의식이 약한 고질적 체납자의 가택을 수색하여 나온 동산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1026~28일 온비드를 통해 전국의 아파트·주택 등 주거용 건물 112건을 포함한 1550억 원 규모, 801건의 물건을 공매한다고 밝혔다.

물건은 세무서·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체납세액을 징수하기 위해 캠코에 공매를 의뢰한 것으로 이번 공매에는 감정가의 70% 이하인 물건도 456건이 포함돼 있다.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지난 10월 5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고의적으로 재산을 숨긴 고액체납자 812명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 1조 5000억 원의 현금 징수와 채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_뉴시스)

적극적인 세금징수, 국민적인 공감대를 먼저 얻어야

고액체납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납세 능력이 없는 것처럼 위장해 적발한 고액체납자 중 상당수는 체납된 국세를 이미 결손처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액 세금 체납자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안내도 된다는 비양심적인 모습뿐이다. 치안을 범죄자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것처럼 세금을 체납자의 양심에만 호소한다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소득완전노출로 인해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에서는 언제든지 돈을 꺼내 쓸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의 꽉 닫힌 금고는 전혀 열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그야 말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절반은 국세청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나머지 절반은 국세청을 불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체납은 물론 탈세도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숨기고 빼돌려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이라면 누구도 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인 세금징수 방법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는 데는 먼저 갖춰져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정부가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예외 없이 받아 낸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금을 내기 전보단 세금을 내고 난 다음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느낀다는 통계가 있다.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세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비양심적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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