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입마개와 목줄 부재로 발생, 끔찍한 부상과 사망 사고로도 이어져
느슨한 위반 수칙 단속과 미미한 견주 처벌에 법안의 실효성 논란
반려견 의무 교육과 견주의 책임 있는 태도, 체계적인 사회적 시스템 마련 시급

[시사매거진274호]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반려동물을 둔 가구는 604만 가구로 국내 가구의 29.7%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과 관련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입마개와 목줄을 채우지 않아 일어나는 ‘개 물림 사고’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8,448명으로, 연평균 2,000여 명의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셈이다.

 

맹견 유형 및 판단 기준. (이미지_뉴시스)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개다. 문제는 맹견이 아니더라도, 통제를 벗어난 반려견은 다른 동물과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개 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반려견 관리와 처벌 관련 규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순간적인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개 물림 사고

지난 2월 28일 경기도 가평군에 사는 A씨(31) 부부는 골프장 인근의 산책로에서 반려견 비글과 함께 산책 도중 맹견(로트와일러)으로부터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했다. 45kg가량의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질주해오더니 A씨와 반려견에게 달려든 것이다. 놀란 A씨는 반려견을 감싸 안았으나 맹견은 순식간에 비글과 A씨를 덮쳤다.

이 사고로 A씨는 얼굴, 복부, 손가락 등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눈가와 볼 상처가 심해 10바늘을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았다. 공격당한 비글 역시 복부를 다쳐 3바늘 봉합했다. 

사고 당시 현장 바로 옆에는 목줄 미착용 애완견 통행 금지 표지가 있었지만, 로트와일러에게는 목줄도 입마개도 채워져 있지 않아 견주의 책임과 처벌에 관한 규탄의 목소리가 거셌다.

 

2017년 10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반려동물(개)로 인한 구상권 청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피해자는 56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병원 진료비만 10억 6000만 원이 넘는다.(이미지_뉴시스)

피해의 원인, 목줄과 입마개 부재에 있어

다른 반려견의 목숨은 물론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규제와 책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보호자의 인식 부재와 관리 소홀에 있다. 반려견이 사회 속에서 사람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주인의 통제와 훈련이 필수인데, 개 물림 사고는 이러한 보호자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 안일한 태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 개는 순해서 안 물어요.”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무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개가 달려들거나 핥으려는 행위 역시 타인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과잉 행동을 할 경우, 공격 의지가 없었던 개도 한순간 흥분하여 공격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목줄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과 외출 시 목줄을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법으로 의무화된 사항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반려견의 목줄 길이를 2m로 규정하는 등 반려견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려견이 목줄 착용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외출을 감행하는 보호자들은 여전히 있다. 인적이 드물고 반려견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목줄로부터 자유로운 반려동물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입마개와 목줄을 모두 착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_뉴시스)

반려동물 입마개와 목줄, 불편함을 주는 학대일까?

일부 애견인들은 반려동물에게 입마개나 목줄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다. 입마개를 한 개를 데리고 나가면 ‘난폭하고 무서운 개’로 여겨 경계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마개는 낯선 환경에서 입질이나 장난, 무는 행위가 심한 견공에게 유용한 훈련 도구다. 입마개는 야외활동에서 개들이 입으로 저지르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음식이 아닌 물건을 집어먹는 이식증(異食症)이나 분변을 먹는 식분증(食糞症)을 고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입마개를 통해 산책하면서 음식과 이물질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예민한 후각으로 낯선 환경을 파악하는 개들에게 입과 코를 막는 행위가 개들의 본능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마개를 착용시킬 때마다 반려견에게 간식과 칭찬을 통해 적절한 보상 및 긍정 강화 교육을 시키면 입마개에 곧잘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목줄 역시 마찬가지다. 활동량이 많은 개에게 목줄 착용이 완벽하게 편안할 수는 없지만, 목줄은 유기동물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훈련을 위한 필수 도구다. 목줄을 착용한 개들은 주인의 통제하에 충분한 휴식과 산책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목줄 없이 반려동물과 외출할 경우 반려견을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고, 한눈을 판 사이 교통사고나 개 물림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2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권단체 케어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맹견 보험 의무화 관련, 맹견 수입 금지 및 개 농장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미미한 국내 처벌 규정과 느슨한 단속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동물 보호자의 책임과 함께 허술한 관리와 감독체계 역시 요구된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견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내린다.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맹견(5종)에 입마개를 씌우지 않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SNS 상에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산책을 나온 맹견부터 목줄 없이 반려견을 공공장소에 풀어놓은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담당 인력 부족을 이유로 법규 위반 단속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고 후 대부분 합의로 인해 고소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과실이어서 형량이 높지 않고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는 처벌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실효성 있는 반려견 관리 규정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2년까지 사람을 물거나 위험한 반려견의 공격성을 평가해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10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애완견(반려견) 사건 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맹견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사진_뉴시스)

반려동물 문화 정착한 선진국의 반려견 관련 규정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서는 개를 키움과 동시에 교육해야 한다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피해 사례에 대해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주마다 시행 규정이 상이하지만, 반려견 관련 사고에 대해서는 견주에게 1,000달러(한화 약 113만 원) 벌금형 또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을 선고한다.

안락사를 시행하는 주도 상당히 많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격성 정도와 광견병 여부를 확인한 뒤 안락사를 결정한다. 법적 절차에 따라 인명사고를 내거나 공격 전략이 2회 이상인 경우 ‘위험한 개’로 판단해 안락사시킨다. 미국 외에도 유럽 등 글로벌 대다수 동물보호단체들은 불가피한 경우 보호 동물의 안락사를 진행한다.

처벌 규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회적 시스템이다. 앞서 말한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일본 등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은 반려견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자 사회 구성원인 반려견을 공동생활에 적합한 ‘모범견’으로 기르기 위해서다.

미국의 애견단체 ‘미국컨넨클럽’은 1989년부터 책임감을 갖춘 견주와 모범적인 성품의 반려견에게 ‘좋은 반려견 시민권(Canine Good Citizen)’ 인증을 부여한다. 시민권을 받기 위해 반려견은 보호자의 지시 아래 ▲예절 바르게 앉기 ▲관중 속 걷기 ▲낯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기 등 10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해당 제도는 미국 전역에서 주택임대계약 시 임대인이나 보험회사가 반려견이 공동주택에서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사고 예방을 위한 반려견과 견주, 비반려인 등 사회 전체의 노력 필요 
 

반려견의 사회활동을 위한 적응 훈련과 문제 행동 개선은 견주 개인의 노력과 맞물린다. 따라서 올바른 반려동물 교육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펫티켓(Petiquette)이 시급하다.

덩치가 크거나 경계심이 많은 개는 비반려인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에 산책 내내 반려견에게 집중해야 하며, 짖지 않는 훈련과 더불어 개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

특히, 맹견에 대해서는 견주의 각별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입마개와 목줄 착용이다. 견주는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시키더라도 개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바람직한 사회화 교육은 견주들의 책임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반려인 역시 입마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한다. 입마개는 배려의 도구이자 만일의 사고를 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지 ‘전과 있는 개’라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반려동물이 사랑스러운 가족이다. 하지만 적절한 통제와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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