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와 불확실한 규제 원인..‘사업 중단’ 선언
업계 내 ‘옥석가리기’ 올해 본격화 될 듯..

[시사매거진 263호= 최지연 기자] 지난 2018년 초부터 이어진 긴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종료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고, 불확실한 규제로 인해 국내외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최근 두나무의 자회사 루트원소프트가 운영해온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비트베리도 서비스를 종료를 발표했다. 이어 한국형 넷플릭스라 불리는 왓챠가 주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프로토콜’도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 2018년 초부터 이어진 긴 암호화폐 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이 심화 된 것에 이어 불확실한 규제로 인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잇따른 암호화폐 기업들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업계의 고뇌가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계기로 업계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_비트베리)

‘사업 중단’ 선언한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 
두나무의 자회사 루트원소프트가 운영해온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비트베리가 서비스를 종료한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이유로 지목됐다.

지난 29일 루트원소프트는 공지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 시장 악화와 불확실성 영향으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면서 "비트베리의 모든 암호화폐 지원을 중지하며, 보관 중인 모든 암호화폐 출금을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출금기한은 오는 2월 29일까지이며, 출금 수수료는 무료다. 회원간 P2P 장외거래(OTC)를 지원해 온 안전거래 기능은 보다 앞선 1월 31일에 종료된다.

비트베리는 두나무 자회사 루트원소프트가 2018년 8월 출시한 서비스다. 비트베리는 카카오톡과 연동한 간편인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간편하게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송금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해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개발 자회사 람다256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최종 무산됐다.

비트베리는 이용자 수가 13만명이 넘는 국내 1위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였다.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에어드랍 혹은 장외거래 용도로 서비스를 이용했던 만큼 사업 종료에 따른 이용자의 혼란과 불편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 악화와 더불어 수년째 이어진 규제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을 폐업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블록체인이 사라진 블록체인 프로젝트, 유니오

지난 11일 유니오는 오아시스시티가 유니오의 클렛과 유니오 플랫폼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유니오는 오아시스시티 토큰으로 스왑된다. 기본적으로 유니오 발행량 전체(7.2억개)가 오아시스시티 토큰 55만개로 스왑되지만. 스왑 비율은 유니오 지갑에 입금된 양에 비례해 변동될 수 있다.

유니오측은 플랫폼은 오이시스시티로 넘어가지만 유니오의 명칭과 사업은 계속 이어진다고 밝혔다. 기존 서비스 중이던 ‘유니오’가 아닌 ‘포뷰’라는 새로운 이름의 플랫폼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유니오는 지난달 20일 유니오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포뷰는 통합 후원 플랫폼으로, 유저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초코’를 통해 후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코는 단순한 포인트로, 암호화폐 유니오나 오아시스시티와는 관계가 없는 현금서비스다. 

결국 유저 중심 콘텐츠 보상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했던 유니오는 블록체인이 배제된 이름뿐인 유니오로 남게 되었다. 

(사진_콘텐츠프로토콜 홈페이지)

왓챠, 블록체인 사업 ‘콘텐츠프로토콜’ 중단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넷플릭스라고 불린 왓챠가 주도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콘텐츠 프로토콜’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암호화폐 콘텐츠프로토콜(CPT)이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전망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종료한다며, 투자금도 환불한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사업중단의 이유로는 사업 전망 및 규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콘텐츠프로토콜은 "지속되는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업적인 전망의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현 시점에서 사업을 중단하고 잔여 사업 자금을 홀더분들께 돌려드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콘텐츠프로토콜은 왓챠, 왓챠플레이를 비롯한 콘텐츠 플랫폼으로부터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제공하는 소비자들에게 암호화폐(CPT)를 보상한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과 복잡한 이용절차, 부정적인 사회 인식, 불확실한 법적 규제와 회계 가이드라인은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한 팀은 데이터를 제공해줄 콘텐츠 플랫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결국 의미 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

이에 따라 콘텐츠프로토콜은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잔여 자산은 모두 이더리움(ETH)으로 환산해 보상 신청기간 내 신청한 CPT 보유자들에게 보유 비율에 따라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법인은 지난 ICO를 통해 2만9,333개의 ETH를 모금했고, 현재 배분 가능한 잔여 자산은 2만6,877 ETH다.

(사진_코인이즈 캡처)

계속된 시장침체.. 암호화폐 거래소도 어렵다

길게 이어지는 시장 침체는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거래소들에게도 타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의 장기간 침체기로 인하여 암호화폐 거래로 수익을 가지는 거래소들도 버티지기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 30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는 경영 악화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코인이즈는 공지를 통해 "최근 경영상황이 급격히 안좋아졌다"며 "불가피하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인이즈는 최근 NH농협과의 소송에서 승소하고 주목을 받았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6민사부(재판장 신상렬)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를 운영하는 웨이브스트링이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소송에서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8년 7월 NH농협은행은 같은 해 1월 금융위원회 소속 금융정보분석원이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근거해 코인이즈가 실명확인입출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코인이즈는 같은 해 8월 계약해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농협을 상대로 거래정지조치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두 달 뒤인 10월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본안 재판에 해당하는 코인이즈와 농협 간 권리부존재확인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농협은행이 따랐다고 주장하는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융행정지도에 불과하다"며 "은행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코인이즈는 NH농협과의 소송에서 승리하였지만, 장기간에 걸친 경영 악화로인해 문을 닫게 됐다. 업계는 코인이즈가 소송에서 이기고도 문을 닫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코인원, 인도네시아 사업 진출 중단

해외로 진출했던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 중단 소식도 들려왔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한 '코인원 인도네시아'는 이번 달 26일부로 거래소 운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코인원은 '코인원 인도네시아'를 발판 삼아 활발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최근 시장 악화와 현지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혔다. 시장 침체에 따라 거래량이 줄었고, 인도네시아 내 거래소 사업자 라이선스 취득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코인원 인도네시아는 지난 19일부터 신규 등록과 자산 예치를 중단하고, 오는 26일부터 모든 거래 주문이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침체기로 인해 수익성 악화와 불확실한 규제로 사업을 중단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거래소들이 국내외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 규제와 시장 악화가 겹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 업계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근근이 사업을 영위해 가고 있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는 올해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 중 상당 수가 심각한 부진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많았던 만큼, 올해안으로 상당수가 정리되고 일부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 어떠한 프로젝트들이 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살아남게 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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