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개신교의 다양한 교단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에서 생겨나, 서로 다른 성경 해석 방법과 교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주제에 관해서도 서로 다르거나 심지어 상반된 내용을 가르치는 경우가 있어, 개신교 신자들은 각 교단의 주장이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떤 주장이 성경적인지 상당한 혼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성경의 핵심 진리에 관한 개신교의 주장을 서로 다른 두 신학 체계(루터 vs 웨슬리 신학)로 양분해, 많은 개신교인이 가장 혼동해온 신학적 질문들에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명쾌한 안내서이다.

책의 각 장은 루터와 웨슬리의 가르침을 각각 해설한 후 그들의 견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장은 어거스틴-루터-칼빈으로 대표되는 개신교 신학의 한 흐름과, 어거스틴을 제외한 초대교회 교부들-아르미니우스-웨슬리로 대표되는 또 다른 흐름이 생겨나, 서로 협력하거나 대립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분석한다. 2장은 개신교 내에서 서로 대립하는 율법과 복음 개념을 살펴본다. 3장은 하나님의 속성, 사역, 예정론에 관해, 4장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사역에 관해, 5장은 성령의 계시와 능력부음, 성화론과 은사론 등의 중요한 주제에서 개신교 신학의 양대 흐름을 비교한다. 6장은 구원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에 관해, 7장은 인간의 세 상태(창조 시 인간, 타락한 인간, 구원 받은 인간)에 관해, 8장은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와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위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에 관해 개신교 신학의 양대 흐름을 비교한다.

이 책은 개신교 신자라면 누구나 갖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상당히 깊이있게 다룬다.

- 죄와 고통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 사랑의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가?
- 하나님은 천국이나 지옥에 갈 운명을 사람이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 놓으셨는가?
- 사람은 하나님의 의지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같은 존재인가?
- 예수를 믿기만 하면 죄를 짓고 살아도 천국 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가?
- 내세에 천국 가는 것이 신앙의 목적이라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사람은 신앙생활을 하면 실제로 거룩해져 죄를 짓지 않고 살게 되는가?
- 기독교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좋은가?

 

오래 교회를 다니고 성경에 능통한 신자라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 속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던 여러 의문들에 명쾌한 해답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갖는 가치는 단지 개신교인이 지적 유희를 즐기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저자가 책을 집필한 목적은 한국 개신교의 타락상을 바로잡을 원천으로 종교개혁 신학을 바르게 제시하는 데 있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 개신교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후예임을 자처하면서도, 그의 종교개혁적 가르침을 적절히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의 죄와 욕심, 사회의 불의와 부정에 대한 참된 회개와 변화된 삶을 강조하는 내용을 축소하거나 은폐해 버렸다. 단지 인간의 죄된 습성에 아무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믿기 편한 내용만을 취사선택해 그것이 개신교 신학의 전부인 양 잘못 믿어 왔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가며 한국 개신교가 루터의 가르침에서 소홀히 여겼거나 배제해버린 종교개혁적 요소를 충분히 복원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도발적이면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저자가 심지어 개신교의 아버지인 루터조차도 성경을 균형있게 가르치지 않았다며 그의 가르침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이다. 개신교 학자가 감히 루터를 비판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물론 저자가 루터 신학의 탁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죄인이 선행을 통해 공로를 쌓아야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인간중심적 가르침을 바로잡으려다, 영적 도덕적 책임성을 지닌 인간을 지나치게 무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또 다른 극단에 빠진 것이 루터 신학임을 주장한다. 구원의 모든 원인을 하나님께로만 돌리는 신학 체계를 세운 결과, 개신교 신학은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인간의 책임을 매우 축소시킨 신학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 개신교인의 낮은 영성과 도덕성은 루터 신학의 종교개혁적 요소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 개신교의 잘못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인간의 영적, 도덕적 책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루터 자신의 책임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루터 종교개혁적 가르침의 많은 부분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신학이 가졌던 시대적 한계를 바르게 지적하고 극복한 대안적 신학으로 18세기 영국국교회 목사이자 메소디스트 부흥운동의 창시자 존 웨슬리의 신학을 제시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한국 개신교가 배제해버린 루터 신학의 강력한 종교개혁적 요소를 다시 발굴해 한국 개신교를 강하게 질책하고 도전할 뿐만 아니라, 루터 신학의 한계와 오류 역시 지적하면서 그것을 극복한 웨슬리 신학을 통해 오늘의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가르침 위에 바르게 서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개신교 안팎에서 개신교 타락에 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개신교인이라면 누구나 깊이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충분하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