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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속에 갇힌 공존이라는 이름… ‘동물원 폐지’동물원 시설 대부분 열악한 사육환경과 동물 학대 문제 비판 VS 멸종 위기종 보호위해 동물원 존재가치 분명해… 찬반 의견 충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11.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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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47호=김민수 기자) 어린아이들의 정서함양과 동물과의 교류를 체험할 수 있는 동물원. 우리 모두 어릴 적 동물원에 대한 밝은 추억들이 있다. 하지만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과 동물원 내 동물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등 많은 문제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2016년 5월 ‘동물원법’이라는 법안이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법률 효율성은 미미하여 동물들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푸마 ‘호롱이’ 사건으로 인해 동물원 폐지 문제점이 도화선이 되어 비판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그저 목이 긴 기린을 보며 신기해했고, 호랑이를 배경삼아 방긋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정작 그 사진 속 호랑이의 슬픈 표정을 어릴 적의 필자는 알지 못했다.

오랜 시간동안 동물원의 존폐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충돌해왔다.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고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동물을 돈벌이, 이른바 상업수단으로 사용해 구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은 잇따라 올라오고 있으며, 동의에 가담하는 이들의 수도 상당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원이 멸종위기종 복원이나 서식지 보전 등 연구 사업도 하고 있지만 사실 오락의 기능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며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감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75년 53회 어린이날 기념 창경원 무료개장 모습 [사진출처_뉴시스]

최초의 동물원 

한국 최초의 동물원은 창경원동물원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1909년 11월, 일제가 문화 말살정책 중 하나로,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하고 개원한 것이다. 이후 1984년, 창경원 동물들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옮겨오게 되었고, 별 문제의식 없이 운영되던 창경원은 복원 공사를 거쳐 1986년에야 궁의 모습을 되찾았다. 창경원의 동물들은 비극의 삶을 겪었다고 하는데, 일제 군경은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 파손하게 되면 동물들이 탈출하게 될 것을 우려해 동물원에 있던 호랑이, 사자, 코끼리 등 21종의 동물을 몰살하였다. 또한 6·25 전쟁 때에도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없어지자 대다수의 동물들이 굶어 죽거나 배고픔에 굶주린 인간들에게 잡아 먹혔다고 한다.

이어 1965년 부산에 동래사설동물원이, 1970년에 대구의 시립 달성 공원 동물원이, 71년에 광주시에 사직공원 동물원이, 1976년에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어린이동물원과 용인자연농원에 라이온사파리와 동물원이, 1978년에 전라북도 전주에 전주동물원, 1982년에 경남 마산 돝섬에 동물원유원지와 부산 성지공원 내에 동물원이 각각 개설되었다.

대전 중구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호롱이'가 우리를 탈출하였다. 이후 포획에 실패해 결국 사살한 뒤 동물원 내 동물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잇따른 동물들의 의문사 및 시설 관리 미흡

올 여름, 서울 대공원의 아시아 코끼리 ‘가자바’가 돌연 사망하였다. 이후 부검을 실시하였지만 사망원인은 불분명 하였다. 발정기에 의한 스트레스 및 올 여름 지독했던 폭염으로 인한 사망 등의 추측만 남겨놓은 채 죽음을 맞이하였다.

또한 지난 해 3월, 전주 동물원에 사는 뱅갈 호랑이가 폐사하였다. 같이 지내던 다른 뱅갈 호랑이가 신장 기능 저하로 죽은지 두 달 여 만에 사망 하였는데 호랑이의 평균 수명인 15년을 한참 밑도는 10년이 채 되지 않은 나이로 사망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원인은 악성 용혈성빈혈로 밝혀졌다. 이어 지난 해 10월에는 수컷 기린 한 마리가 무릎 관절염 악화로 사망, 멸종위기종인 맨드릴은 기록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전립선비대증과 췌장 출혈로 폐사하기도 하였다. 이에 동물원 측의 관리시스템 개선요구가 빗발치기도 하였다.

동물원 내 동물들이 단명하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동물원 환경이 잘 조성되었다고 알려진 독일에서도 북극곰 ‘크누트’가 만 4살의 나이로 사망한 바가 있다. 독일 베를린동물원의 아기북극곰 ‘크누트’는 마치 인형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베를린 동물원의 상징이 될 만큼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크누트’가 연못에서 돌연사했다는 뜻밖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25~30년이나 ‘크누트’의 나이는 불과 만 4살에 불과했기에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검 결과 신체적 이상은 없었지만 뇌손상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동물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동물원이라는 공간 자체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또한 최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 ‘호롱이’가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사육사의 부주의로 인해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은 틈을 타 우리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였다. 소방본부는 즉시 수색대를 파견하여 생포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 끝내 엽사에게 사살됐다. 발견 당시 ‘호롱이’는 동물원 배수지 주변에 설치된 대형 종이박스 안에 웅크리고 숨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동물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동물원 폐지’를 두고 펼치는 찬반 의견 

이와 같이 동물원 폐지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폐지 찬·반측의 입장을 살펴보았다.

 

● 동물원 폐지 찬성 – “모든 동물의 고통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동물원이 동물의 ‘보호’보다는 ‘관람’에 중점을 두고 있어 동물을 장사를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 등 시민단체 및 회원들은 ‘종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2018 동물권 행진’을 펼치며 동물원 폐지 등 동물권 보호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울러 ‘동물해방물결’은 죄 없는 동물들의 감옥인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에 이롭다하여 인간을 거두어 전시하던 야만적인 시대는 끝났다며, 비인간 동물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동물원의 존속을 위해 야생동물을 수입 및 증식하지 말아야 하며, 종 보전을 내세워 개체에게 비자연적인 공간에서의 불행한 삶을 강요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덧붙여 종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교육 기관부터 변화하여 비파괴적인 인간-비인간 공존을 실현시키는 것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동물단체 케어는 ‘#동물원에 가지 않기’ 해시태그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여론은 단순히 목숨을 잃은 동물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동물원 사육환경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동물원 폐지 관련 청원글은 6만 5천여 명의 동의를 받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지난 달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종차별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  동물원 폐지 반대 – 멸종 위기종 보호, 교육의 장…  동물원 폐지가 아닌 시민의식을 개선해야 

동물원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동물원은 위기에 처한 동물을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동물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물원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이유로 첫째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관리하고 보살펴 개체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 직전에 처한 동물들을 구한 예로 중국 원산의 사슴인 사불상, 유럽들소, 하와이 기러기 등이 대표적이다. 사불상은 영국에서 수입되어 보존 및 번식시킨 결과 350마리로 늘어났고, 다른 동물들 마찬가지로 개체수가 늘어났다. 이렇듯 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동물원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교육의 용도로써의 존재가치가 높다. 동물원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교육교재가 된다. 동물원이 아니면 살아있는 여러 동물을 눈으로 직접 보거나, 교감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해외 여러 나라의 동물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생명을 보면서 그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견학을 넓힐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듯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백번 듣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동물원에서 관람하는 예절을 배우며 자연스레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동물원은 끊임없이 동물들을 위해 발전되고 있다. 철책과 쇠그물로 가득했던 동물원은 점차 관람객과의 사이를 모트로 분리하는 무책방 양식으로 변화하고 전시형태가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생태학적 파노라마 전시방법으로 바꾸었다. 동물들의 복지환경도 점점 개선되고 있으며, 생활 패턴을 파악해 동물들의 발전을 돕고 있다. 동물원은 목이 긴 기린을 위하여 매일 신선한 풀을 위에 달아 그의 습성을 지켜주고, 동물의 행동을 풍부화 시키기 위하여 오랑우탄에게 더운 날 음료수병을 주는 등 그들의 발전을 도와주고 있다. 또한 동물원의 폐지를 논하기 이전에 동물원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관람의식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고 주장한다.


위와 같이 ‘동물원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필자는 동물원의 존폐 여부에 앞서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을 뜻하는 ‘공존’, 이 공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엄연한 생태계의 상위포식자이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 인간은 가진 자, 즉 ‘상위’에 속해 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상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갑질’보다는 양보하고 배려를 통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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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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