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위주로 시장 재편, 소비자 선택권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 정부 시장혼한 감안 여러 가지 방법 고민한 후 시행해야

(시사매거진245호=김현지 기자) 주택분양이란 주택사업자가 입주자에게 주택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주택 대량공급 정책 목표 아래, 제도권의 건설금융공급의 부족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소비자자금을 활용하는 주택선분양제도를 허용했다. 이는 후분양을 전제로 선분양방식을 허용한 것이었으나, 분양되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선분양방식을 채택하여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4년부터 선분양을 제한하고 후분양제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올해부터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인해본다.

주택 선분양제 vs 후분양제

주택 선분양제란 1977년 처음 도입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양제도로서, 주택 완공 전 견본주택과 지면자료를 통해 분양을 실시한 후 입주자가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는 제도다. 당시 주택 보급률이 낮은 상태에서 도시화와 맞물려 대량공급이 필요했던 상황에 도입된 제도다. 또한, 주택청약제도 및 청약관련저축제도, 분양가격규제, 분양권전매제도 등과 연계되어 있으며, 주택법(주택건설촉진법)에 의거해 분양보증제도와도 연계된다.

사업 주체가 주택이 건설되는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으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고 주택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입주자의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 사업 주체가 입주자로부터 받는 입주금은 청약금ㆍ계약금ㆍ중도금 및 잔금으로 구분되며, 분양주택의 경우 청약금은 주택가격의 10%, 계약금은 청약금을 포함하여 20%, 중도금은 60%의 범위 안에서 받을 수 있다.

선분양제도하에서 주택사업자들은 입주자들이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받아야 집 짓는 것이 가능하므로 건설업체는 자금조달 능력이 없어도 주택을 지어 팔 수 있다. 따라서 선분양제는 주택건설자금 확보가 쉽기 때문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장점이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분양가격 규제 및 가격 상승기에 수익자산의 확보라는 이점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납부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며,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을 보지도 않고 사전에 구입해야 하는 불리함이 있다. (자료출처_뉴시스)

그러나 소비자는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납부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며, 고가의 재산을 완제품을 보지도 않고 사전에 구입해야 하는 불리함이 있다. 또 선분양제도는 분양권 전매(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그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 입주자를 변경하는 것)를 통한 투기과열로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고, 확정분양가격 및 분양가격 자율화 등과 맞물려 주택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후분양제는 2003년부터 도입 방안이 발표되었다.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공정수준 이상 지은 후 분양을 실시하는 것을 뜻하며, 주택도시기금법 상 후분양제 분양 시기는 공정률 80%(공공 아파트는 60%) 이상부터 분양을 실시할 수 있다.

후분양제도 하에서는 주택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완공된 주택을 판매하게 되므로 불확실성에 근거한 비전문적인 다수의 시장참여 기회가 소멸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된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건설업계의 거센 반대 등으로 시행에 이르지 못했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는 후분양제를 폐기하고 선분양제로 돌아섰다. 이후에도 후분양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부실시공 예방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분양권 투기 감소 등을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건설비용 부담 급증과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 중소 건설업체 등의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며 후분양제를 반대해 왔다. 그러다 선분양제 아래에서 사업시행자나 시공사의 부도로 분양권자가 손해를 보게 되고, 또 분양권 전매 등의 투기 양상으로 주택공급시장의 왜곡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어 2017년 동탄신도시에 공급된 한 아파트에서 하자가 약 9만여 건이 발생하는 등 대규모 아파트 부실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정치권의 후분양제 관련 입법 발의와 정부의 연구용역 조사가 이어지면서 후분양제 논의는 탄력을 받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LH는 올해 분양예정물량 중 시흥장현, 춘천우두 2개 단지를, 내년에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SH는 올해 약 1400호 내외를 후분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자료출처_뉴시스)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안 후분양제 도입 포함

올해 4월 10일 국토교통부는 5월 중 후분양제 로드맵이 담긴 ‘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안을 확정·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이 수립된 2013년 이후 5년간 변화된 주택시장 환경과 대·내외 경제여건, 인구·가구 구조 등을 고려·반영한 수정안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후분양제의 큰 윤곽은 이미 나왔다. 지난해 10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민간주택 부문은 가산점 부여 등의 방식으로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여기서 가산점은 후분양제에 나서는 민간 기업에 LH와 각 개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입찰에 우선권을 제공하거나 주택도시기금 대출 이자와 한도, 분양보증 등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은 주택 분양 방식을 직접 규정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사업 주체가 자율적으로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이후 여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크게 이기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기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으로 봐왔으며, 정부는 미·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로 미뤄놨던 주요 부동산 정책을 기존 의지대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올해 6월 당시 여전히 고려대상이었다. 정부는 후분양제도를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로 발표될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 수정안'에 후분양제 로드맵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으며,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강제 시행보단 민간에 인센티브를 강화해 자발적인 후분양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민간이 후분양제를 선택하면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저리로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전체 공정의 60%가 실제 부실 공사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 60%는 골조 공사가 시작되어 건물이 막 올라가는 수준에 불과해 품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료출처_뉴시스)

정부, 후분양 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 우선 공급

최근 국토교통부는 후분양을 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의 ‘2018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안에서 정부는 공공과 민간 부문으로 나눠서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 부문부터 적용해 단계적으로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양 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민간 부문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 및 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후분양제를 도입하며, 기금·대출보증 지원을 확대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 후분양제도의 안착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인센티브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받을 수 없다. 서울 내 모든 재건축 사업과 세종, 대구 수성구, 경기 과천, 경기 성남 분당구 등이 해당한다. 따라서 택지공급이 없는 서울 같은 곳에서는 대출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요층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수요가 줄면,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분양물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공급량 감소로 도심권 내 전월세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부는 민간 후분양 사업자에게 올해 화성 동탄2, 평택 고덕, 파주 운정3, 아산 탕정2 등 4곳에서 택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후분양 기준은 공정률 60%로 일단 결정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공정률을 60%로 책정한 것에 대해서 “민간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참여에 난감해 하는 것을 반증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공정률을 낮춰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후분양제도 도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공정율 60%로는 확인할 수 없어 말로만 후분양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률 60%는 골조가 거의 완성되는 단계로, 현재는 공정률 80%가 후분양의 기준이다. 공정률 80%면 벽면 타일 등 마감재까지 거의 다된 수준이다.

또 아파트 착공 직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제도는 아파트 입주 때까지 2~3년 동안 계약금과 5~6차례의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분양금액을 건설사에 지급하면 됐다. 따라서 분양가의 10% 수준인 계약금만 마련한다면 남은 중도금은 대출을 받아 나눠 낼 수 있어 큰 목돈이 없더라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후분양제는 공정율 60%에 이르면 분양을 하기 때문에 분양금액 지불 기간이 6~12개월로 짧아져 자금력이 없는 소비자는 자기 집 마련이 어려워 질 수 있다.

국토부는 당초 공정률 80%선에서 분양하는 방안도 검토하다 60%로 낮춘 이유로 “계약부터 입주 때까지 기간이 짧아 자금마련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신혼부부나 청년과 같이 사회보호계층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후분양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금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를 위해 금융지원 강화 방안도 내놨다. 디딤돌대출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자가 후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대출 한도 내에서 중도금대출을 지원키로 했지만,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부부합산 6000만 원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며, 대출 한도도 2억 원으로 한정되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후분양제로 바뀌는 것은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후분양제를 통해 분양아파트들의 분양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후분양제 도입 후 5억 원 이하의 주택에 대한 대출 인센티브만 있는 만큼 10억 원에 가까운 수도권 전용면적 84㎡ 이상의 중형 아파트들은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와 시민단체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건설업계는 후분양 시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조달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인상되거나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목돈 마련에 대한 소비자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건설사의 자금 부담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금 보유에서 앞서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 시행 단계에서부터 밀려날 것이 우려되며, 이로 인해 대형건설사의 시장독점 가속화가 우려된다.

여러 가지 측면으로 살펴봤을 때, 선분양제도 시스템은 분양권 투기를 부추기고 아파트가격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선분양제가 건설사의 자본이득만 늘리고, 자체가 구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강제적으로 후분양제도 시스템으로 바꿀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실수요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줄인다고 보여 진다.

미국·영국·호주 등 몇몇 나라에서는 건설사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국내 건설사도 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시장 상황이나 사업 성격에 맞게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알맞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시장혼한을 감안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한 후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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