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암호화폐 빙자한 유사수신 신고 건수 63.6%

시장에 암호화폐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이 등장하고, 대박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거래량이 많아졌다. 지난 2017년 6월 28일 기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총 22만 7643.99개를 기록, 전 세계 거래소 중 가장 높은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출처_뉴시스)

[시사매거진  243호 = 임정빈 기자] 최근 계속되는 규제 공백 속에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킹 공격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정부가 비트코인 등을 사고파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처음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대한민국 암호화폐 거래소, ‘김치 프리미엄’

지난 2017년 6월 28일 기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총 22만 7643.99개를 기록, 전 세계 거래소 중 가장 높은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정보 업체 코인프라이스에 따르면, 빗썸의 거래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7100억 원에 달했다. 이 밖의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세계에서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 때부터 한국의 암호화폐 열풍이 시작되었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당시 국내에는 대형 채굴업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몰리는 탓에 국내 시장에는 암호화폐 물량이 부족했다. 미국 등 현지 은행 계좌가 있거나 현지에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해외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신용카드로 결제해 사는 방법 등으로 국내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해외 거래소에서도 가상화폐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복잡하고 번거로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했으며, 그 때문에 해외 암호화폐 시세보다 국내에서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안팎으로 비싸게 거래되었다. 이런 현상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렀으며, 그 정도로 한국의 암호화폐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 암호화폐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이 등장하고, 대박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거래량이 많아졌으며, 서버가 먹통 되기 일쑤였다. 서버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투자가 몰리는 탓에 국내 암호화폐 가격은 폭등했다. 당장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암호화폐가 많게는 약 30% 비싸게 거래 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암호화폐 붐이 일었었다.

암호화폐 열광에 이어진 ICO 투자열풍

‘김치 프리미엄’당시, 투자로 인해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많이 등장했지만, 그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폭락으로 인해 돈을 잃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로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으며, 여러 커뮤니티에는 좌절의 목소리가 많이 올라왔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규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와 같은 법안으로 규제를 시도했지만 그렇다할 규제를 만들지 않고 흐지부지되었다. 이 때부터 여러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ICO(가상화폐공개투자)라는 새로운 투자방법이 등장했으며, 기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ICO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ICO는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그 예이다. 이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ICO 투자열풍이라고 할 만큼 여러 가지 신규 코인(토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가 나오면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정부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방안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의 어두운 그림자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로 기반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투자하게 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듯,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공 장부와 같은 곳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가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하여 해킹을 막고,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기본으로 하는 기술이다. 사실, 정부는 이런 문제로 암호화폐를 금지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암호화폐가 익명성을 보장해 자금 세탁과 같은 검은돈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 뿐 아니라 아직까지 과도기에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는 문제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는 정부는 거래 실명제를 도입했다. 거래 실명제란 본인 확인된 거래자의 계좌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메이저 거래소들에게만 가상계좌를 발급해 주는 등의 문제점을 낳았으며, 거래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많은 투자로 암호화폐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해킹이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킹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피해를 받았고, 거래소 보안에도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거래소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의 거래(기존의 중앙화시스템)이기 때문에 해킹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해외 거래소의 해킹소식에서는 그 심각성이 실제로 와 닿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적신호가 켜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7년 12월, 유빗 해킹 사고 발생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경찰이 코인원의 마진거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월, 경찰은 빗썸을 해킹 사건으로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3월에는 검찰에서 코인네스트 등 3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압수수색한 거래소 중 코인네스트 대표 및 임직원이 횡령 및 사기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지난 5월 검찰은 업비트까지 압수수색 했다. 그리고 지난주인 20일 빗썸이 또 다시 해킹당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에 의문이 제기되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 뿐 아니라 ICO에서도 피해는 이어졌다. ICO는 앞서 설명한데로 일종의 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인데, 이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이용한 사기행각이 드러나면서, 안심할 수 없는 투자방법이 되었다. ICO의 경우 기업이 투자를 받고난 후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연기할 경우, 투자금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래 있지도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한다거나, 블록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비즈니스에 블록체인을 접목시킨다는 허위광고로 투자를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서는 명확한 규제를 만들지 않았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에서는 ICO를 이용한 사기 수법을 유사수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암호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 신고 건수는 63.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실명제 개요

드디어 규제도입,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에 파란불이 켜질까?

지난 6월 19일,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통화 취급업소’로 규정하고 신고제를 도입한다. 미신고 업소는 은행 거래가 차단되어 암호화폐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신고한 업소라 하더라도 법을 어기면 영업정지를 포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했으나, 이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를 의무화하고 고객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법으로 규정하여 금융당국의 감독과 검사 권한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으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개정을 추진한다. 손성은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협력팀장은 “가상통화 취급 업소(암호화폐 거래소)를 자금세탁 방지 체계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검은돈’의 거래를 차단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실제 국제 마약대금으로 의심되는 수십억 원의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거쳐 현금으로 찾아간 사례도 있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관련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암호화폐의 법적 용어는 ‘가상통화’로 정해졌으며, 법안에서는 가상통화는 거래 상대방으로 하여금 교환의 매개 또는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서 전자적 방법으로 이전 가능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라고 정의된다. 가상통화 관련 정의가 국내 법 안에 들어오는 것은 최초이다. 여기서 또 중요한 점은 화폐의 네 가지 기능 중 교환의 매개와 가치의 저장 두 가지 기능만 제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가치의 척도와 기불의 수단으로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정부는 가상통화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1월 가이드라인에서 밝힌 정의와 같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의 업종은 전자상거래업이나 통신판매업으로 신고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가상통화 취급업소로 분류되며,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고객 실명 확인과 자금세탁 방지 의무가 주어진다. 현재는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투자자에 대해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실명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맡긴 돈을 회사 재산과 별도로 관리하고, 고객별로 거래 내역을 분리해 보관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으며, 법안이 만들어 진다는 소식은 좋은 신호일지도 모른다. 또한 새롭게 밝힌 법안으로 인해 암호화폐가 검은돈에 사용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듯해 보인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마약거래, 도박, 불법적인 일에 암호화폐가 사용되는 일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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