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완벽한 하트 섬, 크로아티아 갈레슈냐크
연말부터 초봄까지, 특히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는 사랑 고백과 프러포즈가 가장 활발한 시기다. 이 특별한 순간을 위한 장소로 하트 모양 섬만 한 곳이 있을까. 상공에서 찍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신기하다는 감탄과 함께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 버킷리스트에 올리게 되는 곳이다.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세계 곳곳에 하트 모양 섬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 갈레슈냐크 섬은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커플 여행과 허니문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완벽한 하트를 그린 자연의 기적크로아티아 달마티아 해안의 갈레슈냐크(Galešnjak) 섬은 상공에서 보면 완벽한 하트 모양이다. 면적은 약 13만 2000㎡, 약 4만 평 규모로 작지만본토에서 배로 20분 정도 거리에 산책은 물론 캠핑도 가능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접근성 좋은 하트 섬이다.2020년 미국 팝스타 비욘세가 남편 제이지와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세계 곳곳에 하트 모양 섬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 갈레슈냐크 섬은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커플 여행과 허니문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완벽한 하트를 그린 자연의 기적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해안의 갈레슈냐크(Galešnjak) 섬은 상공에서 보면 완벽한 하트 모양이다. 면적은 약 13만 2000㎡, 약 4만 평 규모로 작지만본토에서 배로 20분 정도 거리에 산책은 물론 캠핑도 가능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접근성 좋은 하트 섬이다.
2020년 미국 팝스타 비욘세가 남편 제이지와 함께 39번째 생일을 이 일대에서 보내며 '사랑의 섬'이라는 별명이 널리 알려졌다. 포브스는 이곳을 발렌타인데이를 보내기에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 중 하나로 선정했다.
218년 전 나폴레옹 군대가 기록한 하트
갈레슈냐크의 독특한 형태가 처음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1806년이다. 나폴레옹 군대의 측량사였던 샤를 프랑수아 보탕프레 보프레(Charles-François Beautemps-Beaupré)가 달마티아 해안 지도를 제작하면서 이 섬의 하트 모양을 지도에 남겼다. 아드리아해의 수백 개 섬들은 대부분 타원형이나 불규칙한 모양이었지만, 파시만 해협(Pašman Channel)에 떠 있는 이 섬만은 놀랍도록 정확한 하트였다.
2009년 구글 어스 위성사진이 알려지면서 CNN과 BBC가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섬'으로 소개했고, 이후 보트 투어 예약이 급증했다. 섬은 파시만 섬 믈랴네(Mrljane) 마을의 유레슈코(Jureško) 가문이 소유한 사유지지만, 소유주인 블라도 유레슈코는 방문객들이 섬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8천 년 역사를 품은 사랑의 섬
2019년 자다르 대학교 고고학과가 파시만 해협 수심 6미터 해저에서 기원전 6100~5400년경 신석기 시대의 80미터 길이 석조 구조물을 발견했다. 갈레슈냐크와 인근 리출 섬(Ričul Island)을 연결하는 인공 제방으로 두 섬 간 거리는 불과 7미터에 불과해, 당시 사람들은 돌을 쌓아 다리를 만들어 왕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 8천 년 전 신석기인들이 이미 이 하트 섬을 일상적으로 오가며 살았다는 증거다.
배로 20분 거리, 올리브 나무 우거진 산책로
크로아티아 본토의 투란(Turanj) 마을 항구나 파시만 섬에서 소형 보트를 대여하면 약 20분 만에 도착한다. 왕복 2~3시간 보트 투어 비용은 대략 50~100유로, 한화 기준 약 7만~15만 원 선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보트가 있고, 여름철에는 일일 투어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섬에 도착하면 조약돌 해변에 보트를 대고 느린 걸음으로 산책해보자. 해안선 길이가 약 1.55㎞에 불과해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고, 최고 지점도 해발 36m 정도라 산책하듯 오르내리기 좋다. 올리브 나무와 지중해 관목 사이로 난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섬의 끝에 이른다.
10m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
갈레슈냐크 주변 바다는 수심 10m까지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여름철 평균 수온은 약 24도로 따뜻하고, 파도가 잔잔해 수영 초보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가면 성게, 해삼,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 등 다양한 해양생물을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바닷속 바위 틈에서는 고대 로마 시대에 쓰이던 양손잡이 항아리인 앰포라 조각이나 오래된 동전이 발견되기도 한다.
현지 여행사들은 피크닉 패키지도 운영한다. 달마티아 지역 특산 와인과 올리브, 프로슈토(이베리코 하몽처럼 얇게 썬 생햄), 치즈를 담은 바구니와 돗자리를 준비해 주어,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점심을 즐길 수 있다.
유럽 최고의 별 관측 명소
갈레슈냐크의 진짜 매력은 해가 진 뒤 시작된다. 섬과 주변 해역에 인공조명이 거의 없어 맨눈으로도 은하수를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중순 페르세우스 자리 방향에서 쏟아지는 유성우가 절정일 때는 한 시간에 수십 개의 별똥별이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전 허가를 받아 캠핑 장비를 갖추고 하룻밤 머무는 여행자들도 있는데, 모닥불 옆에 나란히 앉아 별을 보며 밤을 지새우는 커플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 숨은 네 개의 하트
달마티아 해안 일대에 갈레슈냐크 외에도 네 개의 하트 모양 섬이 더 있다. 트리부냐(Tribunj) 마을 앞바다의 루코브닉(Lukovnik)은 갈레슈냐크와 형태가 가장 유사한 쌍둥이 하트다. 해안에서 불과 50미터 거리에 있어 카약으로도 접근할 수 있으며, 1806년 나폴레옹 지도에도 기록되었지만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재발견되었다.
두기 오토크(Dugi Otok) 섬 앞 살리(Sali) 마을 근처의 므르톤야크(Mrtonjak)는 다섯 하트 중 가장 녹음이 우거진 섬이다. 둥근 하트 모양에 중심부가 초록빛으로 덮여 '진짜 녹색 하트'라 불리며, 수세기 동안 어부들의 쉼터 역할을 해왔다.
벨레비트(Velebit) 국립공원 아래 스베티 유라이(Sveti Juraj) 마을 앞의 리사크(Lisac)는 강력한 북동풍 부라(Bura)가 식생을 휩쓸어버린 벌거벗은 바위 하트다. 주변에 로마 시대 석조 제방 유적이 남아 있어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코르나티(Kornati) 국립공원 안에 숨은 론치치(Rončić)는 다섯 하트 중 가장 작지만, 돌고래 관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밀집도 높은 군도의 일부로, 일몰 감상 포인트로도 손꼽힌다.
이 다섯 섬은 모두 자연이 빚어낸 기적 같은 형태로, 유럽에서는 크로아티아를 '하트의 나라(Land of Hearts)’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상륙해 걸으며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섬은 갈레슈냐크가 유일하다.
‘그림의 떡’, 하늘에서만 관람만 가능한 하트 섬들
지구상에는 여러 하트 모양 섬들이 있지만 대부분 하늘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하트 리프(Heart Reef)는 폭 17미터 규모의 산호초로 해양 보호구역이라 상륙이 금지되어 있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의 하트 오브 보(Heart of Voh)는 맹그로브 습지라 걸어 들어갈 수 없고,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투파이(Tupai)는 헬리콥터로 잠시 착륙할 뿐이다.
피지의 타바루아(Tavarua)의 경우 체류가 가능하지만 세계적인 서핑 명소로 유명해 프로 서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파도 소리와 서핑 보트의 엔진 소리가 끊이지 않아 로맨틱한 프러포즈나 허니문을 원하는 커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갈레슈냐크는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실제 상륙해 걸어볼 수 있고,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별빛 아래 캠핑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와 접근성 높은 하트섬이라 할 수 있다.
베네치아까지 5시간, 커플여행에 최적 일정
한국에서 갈레슈냐크로 가려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나 해안 도시 스플리트를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에서 자그레브까지는 터키항공, 카타르항공, 루프트한자 등 여러 항공사가 이스탄불, 도하, 프랑크푸르트 등을 거치는 환승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 중심부에 위치한 동유럽의 관광 허브로, 자그레브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는 자동차로 약 5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약 4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갈레슈냐크에서 프러포즈를 마친 뒤 베네치아 곤돌라를 타거나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일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섬, 크로아티아 갈레슈냐크
5월과 9월, 인파 없는 황금 시즌
크로아티아관광청 마르코 유르치치(Marko Jurčić) 한국 지사장은 5~6월과 9~10월을 크로아티아 여행의 최적기로 꼽는다.
이 시기 평균 기온은 20~25도 안팎으로 쾌적하고, 7~8월 성수기에 비해 숙박비가 30~40% 저렴한 편이다. 바닷물은 여전히 따뜻해 수영과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고, 주요 관광지마다 대기 줄이 짧아 한결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한국 여행객들의 유럽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도 크로아티아는 합리적인 물가와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을 담아 떠나는 여행
갈레슈냐크는 자연이 빚은 완벽한 하트다. 200년 전 지도에도 뚜렷이 찍혀 있었고, 위성사진과 드론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모양으로 아드리아해 위에 떠 있다.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이미 맺어진 인연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싶다면 이 섬을 향해 떠나보는 건 어떨까. 투명한 바다와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나누는 사랑의 약속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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