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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화재보도, 국산전기차 '익명' 수입전기차는 '실명' 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화재 보도 사례 80~90% 국산차

[시사매거진 정도기 기자] 지난 10월 29일 새벽 6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기아 EV6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검은 연기가 계단과 복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퍼졌다. 주민 100여 명이 급히 몸을 피했고, 15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이 배터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냉각 작업을 벌인 덕분에 약 3시간 만에 큰불은 잡혔다.이날 대부분의 언론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충전 중 불’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

현대 전기차 vs 벤츠 전기차 화재 (사진_Chat GPT 생성)
현대 전기차 vs 벤츠 전기차 화재 (사진_Chat GPT 생성)

[시사매거진 정도기 기자] 지난 10월 29일 새벽 6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기아 EV6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빠르게 번졌고 검은 연기가 계단과 복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퍼졌다. 주민 100여 명이 급히 몸을 피했고, 15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이 배터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냉각 작업을 벌인 덕분에 약 3시간 만에 큰불은 잡혔다.

이날 대부분의 언론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충전 중 불’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사에서 어떤 전기차인지, 어떤 배터리인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기차’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정보가 덮였다. 사고 차량이 기아 EV6라는 사실 역시 몇몇 기사에서 어렵게 확인되었다.

반면 불과 3주 전인 10월 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보도를 떠올려 보자. 그때 기사들은 한결같이 ‘벤츠 전기차 화재’, ‘독일 명차 벤츠 또 불났다’ 등 브랜드 이름을 포함하는 제목이 보도의 첫 줄을 장식했다.

지난해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EQ 전기차 화재는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언론은 ‘중국산 배터리 장착’, ‘파라시스(Farasis)’라는 제조사명을 반복해 강조했다. 마치 위험의 씨앗이 중국산 배터리에 있다는 듯한 인상이 심어졌고, 댓글과 커뮤니티에는 “역시 중국산은 불안하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원인 규명보다 배터리 국적이 먼저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벤츠 전기차 화재 기사 vs 기아 전기차 화재 기사 (사진_네이버 커뮤니티)
벤츠 전기차 화재 기사 vs 기아 전기차 화재 기사 (사진_네이버 커뮤니티)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최근 3년(2023~2025년 10월)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및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 기준으로 약 82만 대이며, 이 중 국산 전기차가 70만 대 이상(약 87%)을 차지한다. 또한 소방청은 국적별 화재 건수를 공식적으로 구분해 발표하지 않지만, 최근 주요 언론 분석에 따르면 화재 보도 사례의 80~90%가 국산차로 나타난다.

즉, 이는 국산차의 위험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많이 운행되니 많이 발생하는 통계’ 구조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불이 났다 → 중국산 배터리냐'라는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왔다. 국산차 화재를 보도할 때는 제조사와 배터리 정보가 생략되지만, 수입차 화재에는 국적과 제조사가 핵심 정보가 된다. 이러한 선택적 침묵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감추고 정보의 비대칭은 안전 문제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전기차 화재는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는다. 배터리 자체 결함뿐 아니라, 배터리를 감싸는 팩 구조 문제, 배터리를 관리하는 시스템(BMS) 오류, 과도한 충전, 충격으로 인한 손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 발생한 화재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 경우 문제의 범위는 차량을 넘어선다. 충전기 설비의 안전 여부, 환기 시스템, 화재 감지와 초기 대응 체계 등 충전 환경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화재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국산차냐 외제차냐를 따지기보다, 어떤 차종인지, 어떤 배터리인지, 충전 중이었는지, 감식 결과와 주변 환경은 어땠는지 동일한 기준으로 공개하고 분석해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안전은 국적이 아니라 데이터와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정보를 숨기고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사실을 투명하게 드러내는지가 언론의 신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금의 화재 이슈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기술 경쟁의 품질 검증 과정이다. 액체 전해질 2차전지의 안전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전고체 전해질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배터리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정확한 정보 공개와 과학적 원인 규명, 공정한 보도는 우리나라가 배터리·자동차·에너지 전환 전 분야에서 국제적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위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태도가 미래 기술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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