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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 600년 선율 울리다" 크로아티아 만돌린 사중주, 첫 내한공연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관과 서초문화재단 주최 크로아티아 전문 만돌린 연주단 한국서 첫 공연 한국만돌린협회 협연...6세기로 떠나는 음악여행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관과 서초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SMQ, Split Mandolin Quartet)의 내한공연이 지난 9월 30일 반포심산아트홀에서 열렸다. '달마티아의 선율 - 시대를 넘어 울려퍼지는 만돌린의 소리'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크로아티아 전문 만돌린 연주자들이 한국 무대에 처음 선보인 역사적인 무대였다.베네치아가 남긴 유산, 달마티아의 음악 달마티아(Dalmatia)는 크로아티아 남부 아드리아해 연안을 따라 길게 뻗은 지역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서울에서 공연한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서울에서 공연한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시사매거진 박재아 기자]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관과 서초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SMQ, Split Mandolin Quartet)의 내한공연이 지난 9월 30일 반포심산아트홀에서 열렸다.

'달마티아의 선율 - 시대를 넘어 울려퍼지는 만돌린의 소리'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크로아티아 전문 만돌린 연주자들이 한국 무대에 처음 선보인 역사적인 무대였다.

공연 포스터.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공연 포스터.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베네치아가 남긴 유산, 달마티아의 음악 

달마티아(Dalmatia)는 크로아티아 남부 아드리아해 연안을 따라 길게 뻗은 지역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1000여 개가 넘는 섬들이 점점이 박힌 이 지역은, 10세기부터 18세기 말까지 무려 800년 가까이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탈리아 문화의 강한 영향 아래 달마티아는 독특한 음악 전통을 꽃피웠고, 그 중심에 만돌린이 있었다. 

만돌린은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완성된 현악기다. 배 모양의 둥근 몸체를 가진 나폴리풍 볼백 만돌린은 8개의 쌍줄을 빠르게 튕겨 연주하는 트레몰로 주법으로 유명하다. 이 주법은 마치 물결이 일렁이듯 소리를 지속시켜, 바다를 끼고 사는 달마티아 사람들의 정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바로크 시대부터 만돌린은 민속음악에서 고전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았고, 지금도 달마티아 사람들의 정서를 담는 중심 악기다.

달마티아 만돌린 연주 음악

친구들의 노래, 클라파와 만돌린 

만돌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클라파(Klapa)다. 클라파는 '친구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달마티아 지역의 전통 다성부 무반주 합창을 가리킨다. 테너, 바리톤, 베이스 4명에서 10명가량의 남성들이 반원을 그리며 서서 화음을 맞춰 노래하는 이 전통은, 한국의 아카펠라 그룹과 비슷하지만 훨씬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Klapa multipart singing of Dalmatia, southern Croatia

클라파는 원래 해안 도시의 교회 성가에서 유래했다. 사랑, 고향, 바다, 포도주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클라파는 달마티아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상징이다.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클라파는, 저녁 무렵 광장이나 해변가에서 친구들이 모여 즉흥적으로 부르는 일상적 풍경이다. 한국의 노래방 문화처럼, 달마티아에서는 저녁 식사 후 와인 한잔과 함께 클라파를 부르는 것이 삶의 일부다.

클라파는 기본적으로 무반주 합창이지만, 때로 만돌린이나 기타가 곁들여진다. 만돌린의 섬세한 트레몰로가 클라파의 화음과 어우러질 때, 그 소리는 아드리아해의 파도처럼 청중의 마음을 흔든다.

달마시아의 해변.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달마시아의 해변.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황제의 도시에서 태어난 사중주 

스플리트(Split)는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이자 달마티아 지역의 중심 도시다. 기원후 305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거대한 궁전을 중심으로 발전한 이 도시는, 1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 비잔틴, 베네치아,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차례로 받으며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3000명이 거주하며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선 살아있는 도시다.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은 이 역사적인 도시에서 활동하는 전문 연주단이다. 네 대의 만돌린이 빚어내는 섬세한 화음은, 스플리트 구시가지의 돌길을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밤의 스플리트의 도시 풍경.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밤의 스플리트의 도시 풍경.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305년 로마 황제의 요새화된 별장으로 건설된 스플리트는 중세 도시로 발전하며 모든 시대의 흔적을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로 통합했다. 1979년 스플리트의 역사 중심부는 모든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여전히 모든 도시 기능을 갖춘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점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305년 로마 황제의 요새화된 별장으로 건설된 스플리트는 중세 도시로 발전하며 모든 시대의 흔적을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로 통합했다. 1979년 스플리트의 역사 중심부는 모든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여전히 모든 도시 기능을 갖춘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점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6세기를 가로지르는 음악 여행 

사중주단은 이날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크로아티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했다. 17세기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시대의 작곡가들부터 20세기 현대 크로아티아 음악까지, 프로그램은 달마티아 음악사 600년을 아우르는 시간 여행이었다.

만돌린 사중주 편성은 이 악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네 대의 만돌린이 만들어내는 트레몰로 주법의 물결 같은 음향은 아드리아해의 파도를 연상시킨다. 바로크 시대 작품에서는 각 성부의 선율이 또렷하게 대화를 나누고, 낭만주의 작품에서는 악기가 지닌 따뜻한 감성이 한껏 발산됐다.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 (사진_크로아티아대사관)

한국 만돌린과 손잡다 

공연의 백미는 앵콜 무대에서 이뤄진 스플리트 만돌린 사중주단과 한국만돌린협회의 협연이었다. 만돌린은 19세기 말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해진 이후 꾸준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만돌린협회는 이 악기의 아름다움을 국내에 알리고 연주 수준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아드리아해에서 태어난 선율과 한반도에서 자란 현악기 소리가 반포심산아트홀에서 하나로 어우러졌다. 크로아티아 연주자들과 한국 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하모니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깊이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객석에서는 낯선 악기와 낯선 선율이 점차 익숙해지며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커졌다.

Ariran Split Mandolin Quartet & ARAmandolin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관 관계자는 "달마티아의 만돌린 음악은 크로아티아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을 일깨우는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들이 크로아티아의 음악적 전통을 경험하고, 양국 음악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뜻깊다"고 밝혔다. 

300여 석 규모의 반포심산아트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만돌린이라는 작은 악기가 전하는 달마티아의 이야기는, 서울 한복판에서 또 다른 울림으로 퍼져나갔다. 아드리아해의 석양과 포도밭,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는 노래가 담긴 그 소리는, 이제 한국 관객들의 기억 속에도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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