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흔들리는 수출, 얼어붙는 내수, 둔화하는 경기... 특단대책 화급

2023-03-05     김민수 기자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자 근간(根幹)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1일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올해 2월 수출은 501억 달러로 전년 동월 541억 5,600달러보다 7.49%인 40억 5,600달러나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6월부터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10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59억 6,000달러에 그쳐 1년 전보다 42.5%나 줄었고, 대중국 수출도 98억 8,000달러에 그쳐 1년 전보다 24.2%나 줄어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수입은 554억 400달러로 전년 동월 534억 8,200달러보다 19억 2,200달러나 늘어나 무역수지는 53억 500달러 적자로 올해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누적적자가 179억 6,000만 달러로 급속히 불어나 벌써 지난해 무역수지 연간적자 472억 3,000만 달러의 38%에 달한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5.8%)부터 5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2일 발표한‘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9%), 의복 등 준내구재(-5.0%), 승용차 등 내구재(-0.1%) 판매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2.1% 감소했다. 소매판매가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지난달 들어서도 신용카드 이용금액 등 속보성 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3일 3일 통계청의 나우캐스트 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 기준 신용카드 이용금액 4주 이동평균 변동률은 0.12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22일(0.1)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나우캐스트 포털을 통해 제공하는 신용카드 이용금액 변동률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을 기준점으로 신한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간 단위로 집계한 가계지출 동향을 알 수 있는 속보성 지표다.

쉽게 말해 변동률이 0.121이라면 2020년 1월보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12.1% 늘었다는 의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일상 회복에 따라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고물가와 긴축 장기화에 따른 고금리의 영향으로 기대는 빗나갔다. 지난해 4분기에 민간소비(-0.4%)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23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의하면 제조업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63을 기록해 2020년 7월(59)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을 정량화해 나타낸 수치로 10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가 호전된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기업경기실사지수에 소비자동향지수를 반영한 ‘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91.6을 기록했지만 순환변동치는 90.6으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ESI는 10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으면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개선된 것으로 반대로 미만이면 나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지난해 4분기 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81.8로 전망했다. 그야말로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없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함에 따라 경기가 빠르게 악화하면서 기업들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이 52조 1,878억 원으로 2021년 말 기준 41조 3,844억 원보다 20.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5조 6,647억 원으로 2021년 8조 9,500억 원보다 무려 75%나 폭증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 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 부진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IT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철회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속되고 있는 ‘3고(高)’ 탓에 경기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한 1.7%에서 0.1% 낮춘 1.6%로 하향 조정한 수정치를 내놓을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기상황이 녹록지 않다. 라는 반증(反證)으로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경제 침체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1.8%나 국제통화기금(IMF) 1.7%보다 비관적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17일 ‘2023년 2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라고 ‘경기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 동향 2월호’에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1년 기준 2.21%로 OECD 38국 중 8위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하는데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2044년 잠재성장률이 0.62%로 38국 가운데 꼴찌로 추락한다.

경기둔화의 수렁으로부터 보다 빨리 벗어나려면 수출 증대와 과감한 투자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수출은 한국경제를 이끄는 견인차이며 무역흑자는 외풍으로부터 한국경제를 지키는 방파제다.

수출 회복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고, 무역흑자가 받쳐주지 않으면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다. 수출은 성장과 물가, 환율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거의 확실한 방책이다.

무엇보다도 정부 경제정책과 한은 통화정책 간 조화와 균형 그리고 조율과 동화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한쪽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옥죄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공공요금 인상이나 재정 퍼주기처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엇박자가 벌어져서는 결단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역성장(전기 대비 –0.4%)’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한 1.7%에서 0.1% 낮춘 1.6%로 하향 조정한 수정치를 내놓을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기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반증(反證)으로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의미이다.

흔들리는 수출, 얼어붙는 내수, 둔화하는 경기에 우리 경제는 특단의 대책이 화급한 실정이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전략산업 지원 입법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 전략산업의 세액공제율이 1%포인트 확대되면 대·중견기업은 8.4%, 중소기업은 4.2%씩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난 2월 22일 자 대한상공회의소의 ‘투자세액공제의 기업투자 유인효과와 방안’ 보고서를 결단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무역적자가 12개월째 지속되는 현 상황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과거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28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쳤음을 기억해야 한다. 같은 실책을 두 번 반복하는 치둔(癡鈍)의 우(憂)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출 위기 극복에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총력 대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