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물가시대, 돈 없는 서민들이 살아남는 법”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이어 리비아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구제역 파동이 전국을 휩쓸었다. 이렇듯 국내외에서 잇따라 터진 악재의 여파가 서민경제를 흔들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서민들의 생활고는 땅 꺼지는 줄 모른 채 추락 중이다. 3월 물가상승률이 5%에 근접했다는 암울한 소식도 나왔다. 정부는 4월 중순부터 농수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 불안으로 물가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곳곳에서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가의 추가 상승 가승성이다. 중동을 휩쓸고 있는 불안정세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국제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곡물이 대거 포함돼 있어 더욱 심각하다.
3월24일(현지 시간)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가격은 21.5센트(3.2%) 오른 부셸당 7.025달러로 2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과 원면 역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인플레이션 우려로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곡물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값의 주간 평균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공개한 자료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12.7원 오른 1천959.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휘발유 사상 최고 주간가격인 2008년 7월 셋째 주의 가격(1천948.7원)보다 10.3원 많은 수치다.
자동차용 경유도 리터당 18.8원 오른 1천780.7원이었고, 실내등유도 15.6원 상승해 1천323.2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실내등유의 주유소 판매가격 모두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2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휘발유의 주간 평균 가격이 이처럼 오랫동안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천9.9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전(1천969.2원/리터), 부산(1천963.8원) 등이 뒤를 이었다. 광주(1천947.7원), 경남(1천948.7원), 전남(1천949.7원)에서는 휘발유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제는 일본 지진 여파 등으로 소강세를 보인 국제유가가 리비아·바레인 등 중동 정세 장기화 우려 등으로 강세로 전환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석유제품가격도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서민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그칠 날이 없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는 현실 속에서 생계유지는 ‘생활’이 아닌 ‘생존’으로 내몰리고 있는 까닭이다.
하기사 돌아보면 서민들이 살기좋은 시대가 언제 있었을까 싶지만, 요즘 체감되는 물가상승은 정말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지경이다. IMF구제금융 종식 10여 년을 넘겼지만, 서민들의 생활고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듯 하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경제의 선행지수라고 보는 종합주가지수 역시 2000대를 넘겼는데, 그 많은 돈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 땅은 반듯하지 않은 모양이다. 움푹움푹 패인 웅덩이가 많은 탓인지, 그래서 흐르다 그곳에 모두 고여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폭설과 한파가 유난히 잦았던 겨울을 보낸 탓에 꽃샘추위도 잦고 매서웠다. 그 모든 것을 이기도 맞이한 봄이라 그런지 햇살과 바람이 더욱 따스한 것 같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시작된 경제한파도 이제 끝날 무렵이 됐나 보다. 호황을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 믿고 싶다. 서민도 부자도 함께 웃는 유쾌한 경제봄날이 올 그날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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