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함의 태극기를 보며 자랑스런 내 조국의 이름을 부른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었던 삼호주얼리호가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무사히 구출됐다. 우리 이번 작전에는 최영함(艦)과 링스헬기 그리고 고속단정 등 각종 최첨단 무기가 동원됐다. 하지만 작전에 투입된 우리 UDT 대원들은 그 어떤 장비보다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신속하고 용맹스러운 구출작전으로 작전 개시 5시간 만에 한국인 8명을 비롯한 인질 21명을 전원 구출했으며,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는 인질구출을 위한 첫 해외 군사작전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보다 몇 백 년 앞서 이미 인질구출을 위한 해외작전이 벌어진 바 있다.

세종 1년이었던 1419년 6월20일, 조선은 대마도 정벌에 나선다. 흉년이 들어 식량문제가 심각해지자 조선의 해안을 침략해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서였다. 세종에게 선위(禪位)한 후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이 병권을 쥐고 직접 이를 지시했는데, 군사들의 안위와 전쟁 확산을 우려한 세종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호전적이었던 상왕의 의지가 워낙 강했고, 왜구들의 약탈이 극심해지자 결국 세종도 정벌전에 동의하고 만다. 이를 직접 지시한 상왕은 무자비한 응징을 통해 조선의 국력을 보여줌으로써 왜구들의 약탈의지를 꺾어 놓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종의 뜻은 달랐다. 왜구들에게 납치돼 억류되어 있던 조선백성들을 구출해내는 것을 정벌의 목적으로 여겼다. 따라서 출병하는 장수들에게 “인질구출에 최선을 다하되, 이 과정에서 아군의 인명피해는 물론 적군의 살상도 최소화 하라”는 어명을 내린다. 비록 적이라고는 하나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왜구가 되었고, 조선은 대마도의 상국이니 왜구들 역시 자신의 백성으로 여긴 까닭이었다.

대마도 정벌에 나선 조선군은 첫 전투에서부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세종의 각별했던 어명 덕분이었는지 조선군이 격파한 적선은 129척에 달했으나 왜구의 전상자는 130여 명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정벌전에 나섰으나 적에 대한 살상을 극도로 자제했던 참으로 인도적인 전투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세종이 당부했던 인질구출 작전도 무사히 이뤄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다. 정벌전을 개시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조선군은 대승을 거두며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상왕은 당연히 대마도를 복속하여 영토를 넓히려 했지만, 세종은 이에 강력히 반대했다. 대마도 복속 후 관리비용과 주둔 군사들로 인한 국방공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화친정책을 통한 대마도의 자주권을 보장해 줬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정벌전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점령군이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대마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안정화를 위해 애썼다. 정치적으로는 일본 본토 막부와의 외교를 하는 데 있어서 대마도 및 도주에 가교 역할을 맡겨 정치적 위상을 높여 주었고, 교역과 식량지원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지원했다. 또한 각종 문화적 지원도 이어졌다. 이러한 세종과 조선의 노력으로 대마도는 급속히 안정화 되었고, 이로 인해 조선 해안을 위협했던 왜구의 수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적어도 세종이 집권했던 기간에는 그랬다.

이렇듯 세종은 참으로 자애롭고 현철한 군왕이었다. 상왕이었던 태종의 주장했던 대로 대마도의 점령과 복속이 이뤄졌더라면 우리의 영토는 조금 더 넓어졌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제주도보다도 작은 영토를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왜구의 잔당들이 일본 본토의 막부와 연대해 역공을 할 수도 있었고, 대마도 관리를 위한 각종 관리비용으로 국가재정 파탄을 초래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세종의 ‘살상을 최소화하되 강력하게 진행한 응징과 이후 보여준 자애로운 화친정책’이 조선과 대마도 양국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준 ‘아덴만 여명작전’을 보며 500여 년 전 세종이 발휘했던 따뜻하면서도 강력했던 리더십을 떠올렸다. 용맹하고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 UDT 대원들, 그대들은 자랑스런 세종대왕의 후예들이 분명하다. 또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로 많은 희생과 고초를 겪었던 우리 군이 이번 기회에 그 기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영함에 걸려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자랑스런 내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을 새삼 소리 없이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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