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얼마나 새롭고 진귀한 것들과 조우하게 될 것인가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80년에 초판 발행한 ‘제3의 물결’을 통해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이미 예견했다. 또한 1990년 낸 ‘권력이동’에서는 “세상은 빠른 것과 느린 것으로 구분될 것이며, 모든 권력은 빠른 것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예견과 주장이 거의 완벽하게 실현되었음은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정보통신 기기들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열었고, 개인이 생산해 내는 정보는 ‘물결’을 넘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이제 정보는 그 자체가 이윤창출의 자원이자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됐다.

 

정보 홍수의 시대, 전통 언론은 쇠퇴할 것인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 의미의 언론사가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며, 결국엔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 다투어 출시되는 각종 모바일 기기 덕분에 전자책과 모바일 콘텐츠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판매부수와 광고수익이 주요 수입원인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휴대가 간편한 단말기와 거의 무료에 가까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고가의 아날로그 콘텐츠를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언론과 언론사의 몰락을 운운하는 것은 곤란하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그 ‘내용’이 아니라 ‘형태’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트위터, 블로그 등 각종 1인 미디어는 전통적 언론을 딛고 자리매김한 대체적 존재라기보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하다. 다만 기존의 언론의 한계인 시겙彭@?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상당한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벽을 넘어뜨리면 또 다른 통로가 된다

따라서 우리의 언론과 언론사들이 직면해 있는 상황은 결코 막다른 골목이 아니다. 각종 멀티미디어로 무장한 신개념의 미디어 역시 전통 언론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미흡했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아교로 활용하면 더욱 전문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매체로 거듭날 수 있다.

막다른 골목과 벼랑 끝은 다르다. 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넘어뜨리면 또 다른 통로가 된다. 기존 언론이 마주한 벽은 충분히 넘어뜨릴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들, 그리고 그 생산자들과 어떻게 상생해나갈 것인가”이다.

수적 강세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탄생하는 뉴스와 정보들, 그것은 살아 숨 쉬고 있으나 정제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기존 언론이 가지고 있는 전문가적 안목과 연륜이 만나면 우리는 더욱 풍성하고 질 높은 미디어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뉴스를 다뤄왔던 언론인들은 1인 뉴스 메이커들의 훌륭한 멘토가 되어 줄 것이며, 그들은 또한 관성과 타성에 젖은 기존 언론인들에게 따끔하고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 믿는다.

미디어는 단일 전자제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신제품이 등장했다고, 퇴보할 수 있는 유형의 존재가 아닌 것이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정복할 것이라는 지극히 디지털적인 시각을 벗어난다면 우리 언론의 현실과 희망 찬 미래가 동시에 보인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됐다. 또 얼마나 새롭고 진귀한 것들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 이는 결코 두려움이 아니다. 함께 어우러지고 보듬어 가는 가운데 만들어갈 또 다른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자, 상생을 통해 이뤄낼 언론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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