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기반의 융합적 의학연구 선도

현대인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 심장질환 등의 질병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다수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발병하는 특성이 있다. 이른바 복합질환 (complex disease) 이란 명칭으로 정의되는 이런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선 좀 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의학자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복합질환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는 인류의 염원인 질병의 근원을 밝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의학이나 생물학뿐 아니라 공학적 방법론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0 산학연협력 엑스포’에 스타연구실로 참여했던 강원대학교 생체시스템공학연구실(실장 심은보 교수/이하 생체시스템연구실) 에서는 심장부정맥과 관상동맥 질환을 진단, 시술하는 국내 유명 대학병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직접 임상에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체시스템의 통합적 분석을 목표로 2003년에 설립된 생체시스템연구실은 15명의 연구 인력들이 심장 및 심장혈관의 공학적 해석, 가상세포 개발 등에 매진하고 있다. 공학에 기초를 두고 의학, 생물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학문인 생체시스템공학은 BT (바이오) 기술과 IT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 BIT 융합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생체시스템연구실에서는 인체, 혹은 장기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체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심장 관련 측정기기, 이식형 심장충격기(ICD) 등의 의료기기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국제 SCI 저널에 약 30편의 연구논문을 게재한 바 있으며 12건의 국내외 특허를 등록, 출원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현대 첨단 융합학문 분야에서 이러한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는 연구책임자인 심은보 교수의 독특한 경력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카이스트 (KAIST) 에서 공학박사를, 일본 교토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심은보 교수는 미국 MIT 및 하버드 의대, 교토대학 의대 등에서 다년간 연구수련을 거친 대표적인 융합 연구자이다.
 
인체 생리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상인간 개발될 것

“생명현상은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인간의 생명현상은 유전자 (Gene), 단백질 (Proteins), 지질 (Lipids), 대사 (Metabolism), 환경 (Environments) 등과 같은 수많은 요인이 결합한 복합적 메커니즘의 산물입니다”라고 말하는 심은보 교수는 “세포, 장기, 또는 인체 시스템의 측면에서 인체의 생리현상과 질병을 공학적 방법론에 근거하여 종합적이고 시스템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연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의 향후 연구방향은 단백질, 세포, 그리고 조직, 장기, 혈관계 등의 거시적 특성을 정량화하고 이를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재현하고 심장의 생리적 현상과 기능을 컴퓨터에서 시험할 수 있는 인실리코 (in silico)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활용은 의료기기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행해지는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인체의 생리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상인간 (Virtual human) 을 구현하는 것이고, 이는 의료, 신약개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것이라 한다.

생체시스템연구실의 이러한 연구는 지난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국가지정연구실 (NRL) 사업에 선정되어 국가적인 핵심원천기술을 지닌 우수 연구그룹으로 인정받기도 했으며, 현재 심교수의 연구실에서는 가상심장, 인공심장 해석 및 설계, 동맥맥파전달속도 등과 같이 심장과 혈관에 관련된 계측기기 및 연구용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거시적인 인체시스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시기

 ‘현대의 치명적 만성병인 암, 심장질환, 비만·당뇨 등의 복합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연구비젼을 가져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심은보 교수는 “의학이나 생명과학의 발전이 통합적이기보다 미시적이고 분석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기가 되는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보다 거시적이며 통합적인 인체 시스템 관점에서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라고 확신에 찬 해답을 제시했다. 이러한 심교수의 말처럼 인류의 염원인 질병의 근원을 밝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의학이나 생물학뿐만 아니라 공학적 방법론이 결부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필요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체 현상이나 질병을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미래 의학의 중심이 된다는 전망 아래 우리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상인체 개발의 주요한 부분인 심장과 혈관계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 제작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하여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나 신약개발 등에 필수적인 미래 첨단기술 확보에 일조하고자 합니다.”고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을 피력하는 심은보 교수의 생체시스템공학연구실은 현재 국내의 주요 심혈관질환 관련 대학병원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임상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의료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한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자 많아지길

특정 연구를 추진함에 있어 가장 먼저 확보되어야 할 것은 우수한 연구인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 지방 근무 기피 풍조 등이 만연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들어 저희의 연구 성과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우수한 연구원들과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됐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인력확보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라고 밝힌 심은보 교수는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이 앞당겨지기 위해서는 한 분야의 연구에 집중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연구자가 많아져야 하며 여건이 어렵더라도 많은 연구자가 한길로 정진하길 바란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지정연구실사업은 물론 식약청, 지식경제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심장과 관련한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생체시스템연구실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심장내과팀과 심장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서울아산병원과 심장혈관의 시뮬레이션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원주에 있는 의료기기업체들과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인공심폐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에서 개발 중인 심장관련 의료기기의 설계용 해석기술을 내년 6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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