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팥쥐도 밉지 않았다.

항아리는 크지 않았고, 물을 가득 채우기만 하면 잔치에 갈 수 있었다. 우물가 돌담에는 샛노란 양지꽃이 만발했지만, 바람은 무뚝뚝하고 물은 시렸다. 머리꼭대기를 타 넘은 해는 낙지 불알처럼 미끌미끌 서산 봉우리로 미끄러지고, 잔칫상 도토리묵도 딱딱하게 굳어갈 텐데, 두꺼비는 오다가 다리를 삐었는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누룽지를 긁듯 끌어올린 두레박에 흙탕물이 담길 때까지 콩쥐는 쉬지 않았다.
 
두꺼비도, 항아리도 밉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딱딱해진 밤하늘에 은하수가 개울처럼 흘렀고, 콩쥐는 하늘에 두레박을 던져 놓고 자꾸만 허벅지를 꼬집었다.
 
항아리는 멀쩡했다. 밑이 빠지지도, 금이 간 불량품도 아니었다. 다만 처음부터 물이 가득 차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됐다고. 나는 이미 가득 찼으니 얼른 잔칫집으로 가라고, 항아리가 물을 게워내며 쿨럭거리는 동안 콩쥐는 미친년처럼 두레박을 자꾸만 끌어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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