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최고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

개인별 1:1 PC 선호도가 높은 한국에서 멀티유저 컴퓨팅은 남들과 공유해 쓴다는 것을 낯설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그리고 3D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개인 시장 특성상 한국시장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멀티유저 컴퓨팅은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데스크톱 가상화의 다른 이름일 뿐, 당시 엔컴퓨팅이 가상화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멀티유저라는 개념으로 마케팅을 한 것뿐이었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회사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한 청년은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인들과 1998년 이머신즈(eMachines)라는 컴퓨터 회사를 공동창업, 2000년대 초반 저가컴퓨터 돌풍을 일으켰다. 청년은 이 회사의 제품 마케팅 부사장을 지내면서 창립 18개월 만에 나스닥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이머신즈가 400달러도 되지 않는 PC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개발도상국까지 대중적으로 보급시키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이처럼 신흥 시장을 위한 PC를 고민하고 있을 때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독일 출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클라우스 마이어를 만나 의기투합해 2003년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이 회사가 바로 ‘엔컴퓨팅(www.ncomputing.co.kr)’이며, 청년시절부터 줄곧 컴퓨터와 함께 인생을 보내고 있는 이가 바로 송영길 창업주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 이어와
엔컴퓨팅은 컴퓨터 한 대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게 하는 가상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초저가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이미 200만 대 이상이 설치되어 사용 중이며, 엔컴퓨팅에는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 205명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금년 매출을 7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엔컴퓨팅은 2003년 설립 이후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하면서도 독자적인 기술과 효율적 브랜드 마케팅으로 70%대의 높은 매출 이익률을 7년째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창출해내고 있다.

 

또한, 엔컴퓨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메이저급 벤처 캐피탈인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와 스케일 벤처파트너스(Scale Venture Partners)등으로부터 2006년, 2008년 2번에 걸쳐 총 3,6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투자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유럽, 인도, 중국 등 주요 해외 거점을 넓혀 사업 규모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재무구조에 충분한 현금 확보를 이루어 대형 국가 교육 프로젝트 등에 견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에는 유럽의 OLPC 및 종래의 Thin Client를 물리치고 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부터 전국 교육망 컴퓨터 표준으로 채택 받아 16만 대의 제품을 공급한 바 있는 엔컴퓨팅은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2007년 테크놀로지 이노베이티브 어워드’의 컴퓨터기술 분야 최고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최근 2년 동안에는 인도, 가나, 남아공, 멕시코, 우간다 등의 교육부등을 통해 표준 교육망 컴퓨터로 채택되어 대량 납품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에서도 K-12(초·중·고) 학교시장의 21%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이야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엔컴퓨팅이지만 사실 제품개발 후 3달 동안은 제품을 거의 팔지 못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CD-ROM이 없네? 컴퓨터도 아닌데 100달러씩이나?”라는 반응이었다. 모두가 증명되지 않은 제품으로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장의 잔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관련 시장도 형성되지 않아 제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직원들은 가격을 낮춰서 일단 판매라도 하자고 했지만 시장을 만드는 입장에서 가치를 만들고 고객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후 다시 한 번 우리의 확신과 전략이 맞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송영길 창업주. 이후로도 중국에서 갑작스런 가짜 제품이 출현해 상당시간 정체와 금전적 손해를 봐야했지만 신속한 제품기술 개선 및 신제품 출시로 어려움을 극복해 올 수 있었다. 또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장속도는 다소 둔화되기도 했지만 솔루션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절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듯 HP·마이크로소프트, 델 등 세계 최고의 IT기업에서 실리콘밸리의 작은 벤처기업까지 저전력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엔컴퓨팅은 이미 5W라는 초절전 제품을 내놓았으므로 이 분야의 개척자나 마찬가지다. 또한 기존 씬클라이언트 업체들이 여전히 복잡한 고가의 제품으로 시장이 형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엔컴퓨팅은 기술 개발 및 향상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정기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동일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가상화 기술이다 해서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유수의 기업들이 제안하는 솔루션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규모의 시설투자 및 높은 유지비용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하는 송영길 창업주. 그는 “엔컴퓨팅은 일찌감치 이미 저렴해진 데스크톱의 저장장치, 연산장치 등 부품을 십분 활용하고 공유해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차원에서 저비용을 우선 구축하는데 사명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피드와 섬세함 바탕으로 과감한 도전 필요
창업 초기 6년간 최고경영진으로 회사가 글로벌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송영길 창업주는 올해부터는 대주주로, 또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엔컴퓨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의 글로벌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경영진과 직원들이 세계 유수의 IT 리더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파트너십과 나름대로의 신규 솔루션을 계속 더해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는 투자와 인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켜갈 생각이다. 향후 1년 안에 나스닥 상장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며 새로운 가상화 서비스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그는 향후 목표를 제시한다.

“한국에는 훌륭한 인재와 기술들이 많다. 또 이를 제품화시키는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벤처 경영인들도 많다.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화하려면 남다른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훌륭한 인적 자원과 기술을 갖고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유태인들은 세계시장의 부를 장악하고 독일인들이 세계의 기술을 장악했듯이 우리 국민들도 특유의 스피드와 섬세함을 갖고 차별화를 해나갈 때 다음세대의 벤처인이나 젊은이들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송영길 창업주는 기술이 최고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그러한 벤처인에게 박수를 쳐주는 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