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하고 목마른 땅, 갈기갈기 찢어진 틈새로 코스모스 한 송이가 말없이 피었습니다.

땡볕을 이기며 느릿느릿 자란 코스모스는 싹을 틔우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시들고 있었습니다. 줄기가 여무는 동안 뿌리는 하얗게 말라갔고, 꽃잎을 펼치는 동안 그 줄기는 딱딱하게 굳어갔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있는 힘껏 향기를 뿜어냈습니다. 한나절이든, 반나절이든 피어 있는 동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뭄의 꼭대기에 핀 코스모스는 그렇게 한나절을 피었다가 말없이 지고 말았습니다. 애써 뿌린 향기는 논두렁 하나를 채 넘지 못하고 흩어졌고, 향기를 맡아주는 사람은커녕, 눈길을 마주쳐준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서럽거나 슬프지 않았습니다. 바싹 마른 꽃봉오리를 뉘인 그 땅은 변함없이 코스모스의 자리였습니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고, 내년에도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었습니다.

다만 올해는 조금 외로울 뿐이었습니다. 푸른 풀과 벌레들도 없었고, 물기 없는 흙은 작년보다 다정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단지 좋지 못했던 날씨 탓이었습니다. 가뭄 속에서 고집을 피우듯 핀 코스모스를 두고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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