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영화들이 몇몇 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자주 리메이크했던 김기영 감독을 제외하고, '하녀'를 다시 만든 감독은 없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 등으로 부르주아의 위선을 폭로해온 임상수 감독이 이 영화의 리메이크에 나섰다. 그리고 그는 계급 간의 갈등차가 커지는 오늘날의 황량한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던 은이(전도연)는 유아교육과를 중퇴한 전공을 살려 어느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모처럼 즐거운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은이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집주인 훈(이정재)과 육체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훈의 부인 해라(서우)의 눈을 피해 서로를 찾지만, 집안일을 총괄하는 하녀 병식(윤여정)이 그들의 비밀스런 사이를 알게 되면서 평온하던 대저택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시'와 함께 올해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리메이크작 '하녀'는 씁쓸한 현실과 개인의 욕망문제를 적절히 녹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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