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전입학 문제로 학부모 상담 사례 날로 증가

전교생 28명으로 폐교 위기까지 갔던 2008년의 관봉초등학교(http://www.kwanbong.es.kr /안효상 교장/이하 관봉초). 하지만 교직원, 학부모, 동창회, 지역민들은 폐교 위기에 몰린 관봉초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비전으로 차별화, 특성화된 맞춤식 교육으로 학교 살리기에 온갖 노력을 다했으며, 동창회는 발 벗어 나서서 호주머니를 털어 사비를 보아 통학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10년 2월 현재 전교생은 63명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이 중 절반 이상이 도심에서 전학 온 학생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2010학년도 신입생까지 포함하면 8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봉초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6월 진주 MBC의 시사프로그램 ‘너머’를 통해서도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관봉초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도심에서 학부모가 찾아와 전입학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나 통학버스의 한계로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듯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촌의 소교모 학교지만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선정되어 잘 어우러진 자연환경과 첨단시설이 마무리되고 차별화, 특성화된 맞춤식 교육을 한다면 명품 관봉초가 될 것이라고 안효상 교장은 확신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최대한 활용, 인성교육 실시
대다수의 농어촌이 그러하듯이 진주시 정촌면도 출산감소로 인한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다. 학교 주변에 10여 채의 주택이 있으나 빈집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어린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 속의 학교는 아이들의 정서순화는 물론 맑은 공기로 인한 건강생활에도 매우 유익한 자연 친화적인 환경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관봉초는 학생 수가 적고 도심에서 전학 온 학생과 기존의 주변 농촌 아동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서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봉초는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텃밭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자주 접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에서 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학생들도 관봉초에서는 학교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도심의 과밀학급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학생들의 전입학 문제로 학부모가 상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심과 농촌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생각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도심 학부모 대부분은 학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바라고 있는 반면 농촌의 학부모는 학력향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도심과 농촌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선택적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학교 분위기를 설명하는 안 교장. 그의 말처럼 관봉초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무학년 교육과정, 영어·독서교육, 문화 예술교육에 역점
현재 관봉초는 무학년 교육과정 운영, 영어몰입교육, 독서 논술교육, 문화 예술교육에 역점을 두고 학교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학기말에 국어과 논술 이동수업, 수학과 성취 수준별 문제 해결 중심 수업, 영어과 의사소통 중심의 도달 인증제 수업, 체육과 수준별 수영 현장 수업을 중심으로 무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영어 교과의 경우 몰입교육을 통해 글로벌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영어몰입교육은 인근 진주경상대학교 국제어학원의 협조를 받아 원어민 강사를 채용, 영어에 대한 거부반응을 없애고 생활영어 속으로 접근하게 하는 ENGLISH ZONE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 정규 수업시간에는 교육청 파견 원어민 강사와 호주와 직접 연결해 실시하는 원격 화상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중 학년별 독서 목표량을 설정하고 아침활동(월, 수, 금)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독서 논술교육은 독서활동 누가기록, 학교홈페이지 ‘우리들마당’ 학급 게시판 독서란에 독서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적어보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독자 시상, 우수독서 감상문 발표회, 독서 논술대회 등을 통해 상상력과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관봉초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주변 환경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관봉초는 학교주변의 텃밭에 우리밀 재배 체험활동, 고추, 토마토, 오이, 옥수수, 가지 등 우리 생활과 가까운 작물을 개인별로 구역을 정해 재배하고 있으며, 쑥캐기 체험, 지리산 자연학습원 현장 체험, 수영체험, 도자기 체험, 낚시체험, 도시체험, 학예발표회, 동창회 체육대회 때 풍물놀이 공연, 교육공동체 축제 한마당 등을 통해 학부모, 학생, 교직원, 동창회, 지역주민과의 유대 강화는 물론 학교의 교육 내용을 지역공동체에게 홍보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관봉초의 학교경영 철학
관봉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통폐합 학교로 시설투자가 전혀 되지 않았다. 학교교사는 물론 학습 기교재, 실습시설, 특별시설, 정보화시설 등의 미비로 학생지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농산어촌 전원학교에 선정되면서 10억 원을 지원받아 부족했던 특별실을 증축하고, 이 뿐 아니라 과학실, 도서실, 컴퓨터실, 정보자료실 등을 현대화, 첨단화하고 전 학급 교실에 전자칠판 및 개인용 타블렛 PC를 구비해 전자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채비가 다 갖춰지면 교육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교육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관봉초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학교교육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 안 교장은 그 역시도 이 시간을 통해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만남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 만남에서 믿음이 없고 신뢰가 무너진다면 인간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믿음이 가는 사람’, 즉 신뢰에 바탕을 두고 생활해 왔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믿음이라는 것이 비단 한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족 간의 믿음, 직원 간의 믿음, 사제 간의 믿음,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믿음 등 믿음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봉초의 학교경영 철학도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동 교육에 대한 믿음으로 도심의 학부모님들이 관봉초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폐교 위기를 넘긴 관봉초의 새로운 중흥기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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