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 발표

[시사매거진294호]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생한 서대문구 모녀 사망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 위기 정보를 최대 44종으로 확대하고, 행정안전부와 통신사가 보유한 연락처 등을 연계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_국제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_국제뉴스)

 

끊이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 안타까운 사고 발생

지난 11월 23일 서대문경찰서는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성인 여성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60대와 30대 모녀로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대문구 모녀의 가정은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금융연체 등의 위기정보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돌아가신 모녀는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위기정보가 입수됐고, 발굴대상자로 선정, 지자체에 통보해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으나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고, 연락처 정보가 없어 추가적인 조사와 상담 등 후속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구축하여 위기의심가구를 발굴하고 직접 찾아가 상담‧지원하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월 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 등 생활고를 겪는 위기가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3일 “정부는 이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과정의 절차별 문제점을 진단하고, 전문가‧현장 복지 종사자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지자체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출처_보건복지부
출처_보건복지부

 

위기가구 발굴 정보 수집 34종→44종으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은 정확한 발굴로 신속하고 두터운 위기가구 지원, 新 복지 사각지대 발굴 강화 및 적극지원을 목표로 수립되었다.

주요 추진과제는 정확한 위기가구 발굴, 신속하고 두터운 위기가구 지원, 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등 3개 분야 12개 과제로 먼저 사각지대 없이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위기가구 발굴 시 질병, 채무정보 등을 추가로 연계해 사각지대 발굴대상자 선정의 정확도를 제고한다.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수집하는 34종의 정보에 질병, 채무정보 등을 더 추가한다. 기존에는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정보를 활용했으나 이를 44종으로 10종 더 늘릴 방침이다. 단수, 단전, 건강보험료 체납 등 기존 정보에 질병, 채무, 고용 관련 정보 등을 더 추가해 그물망을 더 촘촘히 만들었다.

중증질환 등 질병은 치료‧간병 및 실직으로 인한 소득단절로 이어져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난적 의료비 지원여부, 중증질환산정특례 여부 등 위기 정보를 새로이 추가하여 질병으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 대상을 발굴한다.

대내외 경제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가구 채무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하여, 금융연체 입수기준을 확대하고, 채무액 및 채무조정 정보를 신규로 입수한다. 고용단절, 실업 등 대상자의 경제적 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용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1년 이내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대상자 정보를 신규로 입수한다. 단수, 단가스 정보를 위기정보로 활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위기상황을 조기에 감지하기 위해 수도‧가스요금 체납정보도 신규로 입수하여 함께 활용한다.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할 때 개인 단위가 아닌 세대 단위로 종합 판단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등 모형을 다양화한다. 세대주 A가 체납, 세대원 B가 희귀질환, 세대원 C가 채무 연체 정보가 확인된다면 위기 정도를 높게 평가하는 식이다. 위기정보 입수주기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

출처_보건복지부
출처_보건복지부

 

금융연체 입수 기준 확대, 신속하고 두터운 위기가구 지원

수원 세 모녀처럼 취약계층이 채무 부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통신사와 연계해 발굴대상자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전입 신고서에 세대원의 연락처를 모두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채무정보의 경우 금융연체 입수 기준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최근 2년간 금융권, 카드론, 서민대출 등 계좌별 연체금액이 100만~1000만 원인 경우로 한정됐으나 앞으로는 100만~2000만 원으로 확대한다. 고리 불법사채 등 공적 정보가 아닌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1년 이내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는 대상자 정보도 새로 입수한다. 단수, 단가스 조치가 되기 전 수도·가스요금 체납정보도 입수해 함께 활용한다. 위기정보 입수 주기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 지자체가 위기가구 발굴 중 사망위기 및 사망의심가구의 구조‧구급 등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경찰, 소방의 협조를 통해 개문할 수 있도록 협조요청 절차 등 관련 지침을 마련한다.

위기가구 발굴 후 지원‧연계 체계도 강화한다. 먼저 전국민 ‘복지멤버십’가입을 추진해 복지서비스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생애주기별로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급여를 먼저 안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위기가구 발굴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중요한 만큼 위기가구가 적절한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의 보장성 강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2023년에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같은 급여별 선정기준 등에 활용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맞춤형 급여 개편(2015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인 5.47%(4인가구 기준)로 인상된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기준중위소득 35%를 목표로 단계적 상향을 추진하고, 주거용 재산의 급격한 상승 등을 반영하여 급지 개편 및 재산기준 완화를 추진한다.

어디서나 긴급복지를 받을 수 있도록 주민등록지 외에 실거주지 시‧군‧구청에서도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고, 위기가구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공적 급여뿐만 아니라 복지관, 민간 모금기관 등과 민간자원 연계도 활성화한다.

조 장관은 “중앙에서 매달 17만~18만 명의 정보를 지자체에 전달하는데 그 양을 확대하기보다는 정보의 정확성 제고에 중점을 두겠다”며 “지자체의 자체 발굴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구를 발굴한 후 지원 대상자의 소재와 연락처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도 추진한다. 올해부터 통·이장이 참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는 연락두절, 빈집 등 복지 위기가구에 대한 현장조사도 병행한다. 주민등록지-실거주지 불일치자 정보도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신규로 연계한다. 지난해 4차 조사부터 올해 3차 조사까지 연락두절이나 빈집 등으로 연락하지 못한 사례는 총 1만 7429명에 달한다.

오진희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1년간 연락이 안 된 가구를 전체 조사 대상에 포함해 지난 10월 6일부터 조사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조사를 완료해 최대한 추가로 (위기가구를) 발굴할 예정이다. 매년 정례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 구조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고독사 예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올 12월에는 정부 최초로 고독사 실태조사를 통해 연말에 5년 단위 고독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 12월까지 고독사예방법 입법과 함께 ‘국가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을 마련한다. 자립준비청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비롯해 고립·은둔청년에 대해서도 고립 척도 기준을 마련한다. 내년에는 실태조사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한 후 지원사업 모형을 개발할 예정이다.
 

민간기관과의 협력 강화

지역사회에서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민간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전국민 복지위기 알림‧신고체계’를 구축한다.

먼저 지자체 복지인력의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업무환경·과업·인력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합리적 인력 운용방안을 마련한다. 더불어 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지자체 복지공무원 중심의 위기가구 발굴체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지역의 인적안전망을 활용한 현장 중심 민‧관 협력 발굴체계를 구축한다. 건강이 악화 된 위기가구가 병원 내 의사-의료사회복지사-지자체 연계를 통해 치료, 지역사회 복귀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수가를 개발하고, 병상 수에 따른 사회복지사 배치강화 기준을 마련한다.

집배원이 복지정보를 전달하고 위기가구를 1차 상담해 위기상황을 지자체로 연계하는 ‘복지등기’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민간 자원봉사단인 ‘좋은이웃들’ 사업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활용해 위기가구 발굴을 확대·내실화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구체적인 인력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공무원 증원의 경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다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연구를 통해 지자체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의 업무환경과 과업, 인력 등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합리적 인력 운용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에는 담당 공무원 인력 운용 계획만 들어 있다”며 “행안부가 ‘스마트 안전복지 공동체 추진단’을 만들어 사각지대 발굴 등 복지전달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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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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