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시사매거진 294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 전국 16곳에서 동시에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사태의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 피해가 계속 확산되자, 정부는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원 장관은 이날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공무원이 책임자가 돼 이 시간부터 바로 현장 조사 결과를 갖고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각지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원 장관은 이날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공무원이 책임자가 돼 이 시간부터 바로 현장 조사 결과를 갖고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각지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업무개시명령이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이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14조에 근거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하며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도 취소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도입한 법으로서 당시 화물연대는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였고 이 때문에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이에 정부가 법을 개정해 업무개시명령을 뒀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발동 ‘카드’를 쓰지는 않았다.

발동절차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개시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동안 이 법은 화물연대파업에는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으로 발동된 사례는 있다.

2020년 8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들이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 조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윤 대통령,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와 관련,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침에 따라 이날 관련 공고를 하고 30일부터 이틀간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차주) 등에게 명령 통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했다.

이어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며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하철과 철도 부문에서 연대 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노총 산하 철도·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조직화 되지 못한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 개혁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추 경제부총리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라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_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추 경제부총리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라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_뉴시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원 장관은 이날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 공무원이 책임자가 돼 이 시간부터 바로 현장 조사 결과를 갖고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각지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1곳이다. 일감과 화물차 번호판을 함께 관리하는 ‘지입’ 시멘트 운수사들에는 당장 이날 오후 명령서가 전달된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운수종사자 개인에게 명령서를 전달한다.

원 장관은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 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시멘트업을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원 장관은 “피해 규모,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 지연, 지체상금 부담 등 건설업 피해가 누적되면 건설 원가와 금융비용 증가로 산업 전반의 피해가 우려되고, 국가 경제 전반에 건설산업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운수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화물운송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물류망을 복원하고 국가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에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따라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즉시 복귀해야 한다”며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광재(왼쪽)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역본부장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명령 발동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광재(왼쪽)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역본부장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명령 발동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민노총의 반발

민노총은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는 격”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그릇된 노동관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파국을 가져온다”고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어 “취임 후 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은 사안이 격화되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이라며 “‘경제위기, 시민불편’을 앞세워 강경대응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은 정부가 밝힌 논리와도 배치된다”며 “정부 스스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개인사업자의 영업거부에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강제 노역’에 해당되는 영업개시명령을 내리는가”라고 했다. 정부는 화물차주가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여서 집단행동을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으로 보지 않고, ‘집단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쓴다.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했다. 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기 위한 요건인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 등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런 이유로 2004년 도입된 이래 단 한번도 적용이 된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오는 30일, 전국철도노조는 다음달 2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두 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이미 ‘준법투쟁’(태업)을 벌이고 있다. 민노총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 투쟁은 물론,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철도노조 등 투쟁의 예봉을 꺾기 위한 나쁜 의도를 가진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없다’ 같은 말장난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헌법적이고 위법한 업무개시명령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에서 “업무개시명령은 사상 초유의 노동 탄압이자 헌법 유린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노동자에게 계엄령과 같은 업무개시명령은 행정권력을 앞세운 독재의 문을 연 권력”이라고 비난했다. 화물연대도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는 화물 노동자에게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오늘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조 간부는 삭발 투쟁을 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노조원 100여 명은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양쪽 보행로에서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김근영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4명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을 이유로 삭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복합위기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민생은 파탄 날 것”이라며 “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넘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복합위기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민생은 파탄 날 것”이라며 “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넘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與 “‘법치주의’ 조치” vs 野 “과잉대응”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치주의’ 조치이며 대한민국 경제를 유린하는 것에 대한 ‘불법종식명령’”이라며 민주노총을 압박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는 경제소생을 바라는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 삼아 산업기반의 핏줄인 물류를 중단시켰다”며 “불법파업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의 고통·불안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유소에는 ‘휘발유 재고 없음’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고, 축산농가에는 당장 먹일 사료가 동날까 시름이 깊다”며 “‘세상을 멈추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 구호를 외치며 시작한 불법 파업 6일째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잇따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복합위기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민생은 파탄 날 것”이라며 “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넘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에 대해 “과잉대응”,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먼저 파기한 것으로도 모자라 과잉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화물연대를 협상 가치조차 없는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를 교묘하게 이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거리에 나선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무조건 철퇴부터 꺼내 들 게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갈등 해결하는 게 제 역할임을 자각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화물노동자의 노동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6월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2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답을 내놔야지 난데없는 엄벌 타령에 업무개시명령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인 위험한 칼”이라며 “실효성도 없고 시대착오적인 녹슨 칼이다. 윤 대통령은 당장 그 칼을 거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업무개시명령이 오늘 국무회의에 상정된 건 마치 준비된 계획을 그대로 시행하는 군사작전이 연상될 정도”라며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을 짓밟는 무도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가 시멘트 운송 종사자 2500여 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포항지부 노조원들이 이날 경북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가 시멘트 운송 종사자 2500여 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포항지부 노조원들이 이날 경북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멘트 업계의 반응 “즉각 복귀는 미지수”

시멘트 업계는 “운송 재개를 기대하지만 즉각 복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절차상 실제 운송사업자에게 개시명령이 송달돼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와 달리 정부가 산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스럽다”면서도 “명령서 송달 문제가 있어 운송 차주들이 언제부터 복귀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일단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만큼 조합원과의 관계 때문에 그간 운행에 소극적이던 비조합원이 다시 운송 재개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송달 문제로 운행 재개까지 최소 2∼3일 이상 걸릴 수 있고, 일부만 복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전체 화물자동차 45만 대 가운데 시멘트를 운송하는 BCT 차량은 총 3천 대이며 이중 화물연대 소속 1천 대를 제외한 2천 대 가량은 비조합원이 운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시멘트사 관계자는 “운송개시명령이 내려져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바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결국 비조합원들의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이후 전국의 주요 시멘트 공장은 출하가 전면 중단되었고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일부 출하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량은 미미한 상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날 경찰 지원하에 삼척과 영월·단양공장과 수색역 유통기지 등에서 출하된 시멘트 물량은 2만1천t으로 추산됐다. 이는 성수기 일평균 출하량 20만t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하루 발생한 매출 손실은 약 178억 원이며, 지난달 24일 파업 개시 이후 누적 손실은 821억 원으로 늘었다.

시멘트 업계는 파업 이후 지난달 28일까지도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가운데 아직까지 생산은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더 길어지면 재고를 쌓아둘 공간이 없어 시멘트 생산을 중단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완제품인 시멘트는 야적이 불가능해 전용 보관장소인 사일로(silo)에 보관해야 하는데 사일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문제가 생긴다. 사일로가 적체되면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로 생산해 공장에 야적하며, 그 공간마저 부족하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는 8일째부터 소성로(시멘트의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킬른)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은 당장 피해가 크다.

수도권의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28일부터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현재 대체 공정 등으로 전환해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중단도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 추산으로 전체 912개 건설현장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508곳(56%)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만큼 시멘트 공급이 조만간 재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시멘트·레미콘 운송이 서둘러 이뤄져야 공사 현장의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지난달 29일 경기도 의왕시 한 시멘트 출고장에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멈춰 서 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화물연대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운행 기사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사진_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지난달 29일 경기도 의왕시 한 시멘트 출고장에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멈춰 서 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화물연대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운행 기사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사진_뉴시스)

민주노총은 1980년대 노동자대투쟁부터 1990년대 합법화 투쟁을 거치면서 전국 조직을 구축했다. 지금 벌이고 있는 ‘총파업 총력 투쟁’도 거의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여왔다. 이번 화물연대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 차량에 쇠구슬을 쏘는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 신항에서 운행 중인 화물차에 쇠구슬이 날아와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중대범죄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노조원들에 대한 노조의 보복에도 불관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에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간 계속되면서 물류대란이 발생했을 때 윤석열 정부는 원칙을 훼손하면서 화물연대 측에 양보했다. 하지만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불법행위가 만연한 노동 현장을 바로잡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정부의 노동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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