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8월 1일부터 27일까지 떼아트갤러리

문수만, Cloud-679, 182 x 227cm, Acrylic on Canvas, 2022
문수만, Cloud-679, 182 x 227cm, Acrylic on Canvas, 2022

[시사매거진] 인류의 발전단계에서 신석기 혁명의 원동력인 농경사회 ‘쌀’을 예술의 매개체로 선택, 수많은 ‘쌀’의 반복과 증식을 캔버스에 표현하며 디지털 시대의 기호와 문자의 반복으로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선보이고 있는 ‘크라우드(Cloud)’ 연작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8월 1일부터 27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떼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문명을 일궈온 곡식 알갱이 그림에 박히다>

중심 집중적 구조의 작품을 많이 발표해 왔던 문수만은 최근 몇 년간의 작업에서 쌀이라는 소재를 형태소로 활용한다. 무한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도열이나 모노크롬 분위기의 정제된 화면에서 정신성은 이어진다. 무(無), 공(空). 허(虛) 같이 정형화되기 힘든 관념 또한 담기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되는 것의 종합에 있어 둥근 구도는 끝과 끝이 이어져서 수월하다. 수평적 구도의 경우 화면 바깥으로도 연장되는 느낌을 살리면서 무한과의 관계를 설정한다. 그의 작품은 시작과 끝의 중간 토막을 포착한다. 이 중간은 무한의 한 토막으로서의 유한이며, 작품의 변주는 무한하다. 다양함이 하나로 집중되는 모습으로 화려함과 명상적 분위기를 동시에 살린다. 어떤 색이 공존하든 작가는 부드러운 연결을 지향한다. 그것이 풍경이라면 당연히 하늘이나 바다, 또는 그 모두이며, 화면 안의 색 띠는 일출같은 중요한 사건을 알리는 증후이자, 그 사건의 축이 되어주는 수평선이나 지평선 역할을 한다.

화면을 동심원으로 또는 수평으로 빼곡이 채우는 입자는 색이며 빛이고, 양자 간의 전이이며, 지상의 중요한 현실을 상징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Cloud’라는 제목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현대 디지털 문화에서 공유되고 있는 정보의 저장고 또한 상징한다. 저장고를 채우는 것은 쌀 알갱이 모양의 입자인데, 여기에서 작가는 물질과 문화의 관계를 다룬다. 점이 기하학적이고 관념적 요소라면, 쌀은 유기적이고 물질적인 요소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형태소는 문자같은 느낌도 있다. 쌀은 문명, 즉 구술성을 넘어서 문자성에 기반한 문명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강조될 수 있다. 붓으로 직접 찍지 않는데도 다양함이 가능한 이유는 복잡한 제작 공정 때문이다. 붓작업으로만 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기계적 공정이 한 두 번이라도 들어가는 이유는 계산이 개입된 다양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단색화는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 문명부터 한반도에서 쌀농사를 지었을 당시까지 소급되는 시간대를 포함한다.

특히 작가는 쌀을 의미하는 상형문자 ‘米’를 염두에 둔다. 중심이 있는 사통팔달의 구조는 그의 이전 작업과 연속적이다. 문수만의 작품에서 농경문화의 흔적은 토기와도 관련된다. 대표적인 노동 집약형의 사업인 농사는 인간의 사회화에 큰 역할을 했다. 사각형 형태의 작품에 수평적으로 배치된 입자들은 미지의 문자열과 겹쳐지며, 실재와 정보의 호환성을 말한다. 이번 전시작품들의 제목인 [크라우드 no]에 포함된 저장소는 디스크에 사건들의 정보를 모아 놓은 것을 의미한다. 모아 놓은 잉여분의 쌀이 문명을 일궈냈듯이 정보는 쌀처럼 에너지의 비축이다. 농사가 시작된 신석기 시대가 혁명이라면 정보의 시대도 혁명이다. 수평 구도에 내재 된 자연적 이미지에 정보라는 차원을 더한 작품들은 다양한 은유로 뻗어나가는 최소한의(minimal) 예술이다. 예술은 물질과 정신의 가교 역할을 한다. 문수만이 선택한 쌀이라는 형태소는 물질을 대변하기에 충분한 상징성을 지닌다. 그것이 어떤 정서적, 정신적 울림을 낳는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문수만, Cloud-035, 130 x 162cm x 4pcs, Acrylic on Canvas, 2021
문수만, Cloud-035, 130 x 162cm x 4pcs, Acrylic on Canvas, 2021

문수만 작가는 “젊은 시절 머릿속 가득한 공학적 수치들로 지쳐가던 내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민 것은 어릴 적 그토록 소원했던 화가의 꿈이었다. 예전의 치밀한 공학적 기질은 예술에 대한 끈질긴 집중으로 바뀌었고, 그 몰입의 결과 오롯이 작품이 되었다.

화면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부품처럼 가득 차 있지만, 질서 속에 반드시 자유가 존재하며, 그 속에서도 여전히 규칙은 존재한다. 인간들의 얽혀진 관계와 우리의 역사가 녹아 든 네러티브는 작품의 모태가 되어 변화무쌍한 외형적 탈바꿈에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고 말한다.

문수만, Cloud-685, 259 x 194cm, Acrylic on Canvas, 2022
문수만, Cloud-685, 259 x 194cm, Acrylic on Canvas, 2022

<문수만 (文水萬) / Moon Sooman>

장흥 가나아뜰리에 입주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한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졸업

<개인전>

2022.08.01~08.27 Connecting the Dots : 문수만초대전(TTE Art Gallery, 서울/한국)외 32회

<그룹전>

2022.02 Extra - Maximum - Minimum (갤러리 MHK, 서울/한국)

2021.12 コンクリート・二・モル V (GALLERY北野坂, 고베/일본)

2021.08 FOCUS LONDON 2021 (Saatchi Gallery, FOLD Gallery, 런던/영국)

2021.06 FOCUS PARIS 2021 (Atelier Richelieu, 파리/프랑스)

2021.04 경기미술 컬렉션 특별전 (경기천년길 갤러리, 안산/한국) 외 300여회

<작품소장>

대한민국 국회의장 집무실, 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 독일 STULZ가문,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서울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 일본 GALLERY北野坂

미니멀(Minimal) ‘쌀’의 무한한 반복과 증식, 디지털 시대의 정보 기호로 재해석한 ‘크라우드(Cloud)’ 시리즈를 선보이는 문수만 초대전 ‘Connecting the Dots’은 8월 1닝ㄹ부터 27일까지 TTEART GALLERY(서울시 종로구 평동 233)에서 열린다. 오픈식 8. 6(토) 오후 5시

하명남 기자 hmn20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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