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계곡물에 반하고 급경사 오르막에 울고 몽환적인 풍경에 또 한 번 반하다

설악산(사진_정용일 기자)

[시사매거진]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바이러스와의 동거는 어느덧 1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with corona’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출 및 사람들과의 대면만남을 자제하며 살아 온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른 것일까. 감염자수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수가 폭증하기를 무한 반복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요즘 사람들의 취미생활의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 집 안에 갇혀 지내는 답답함을 벗어나면서도 최대한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할 수 있는 아웃도어활동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등산인구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전 국토의 70%가 산인 대한민국은 어느 곳에서나 산이 없는 곳을 찾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산이 많다. 등산하기에는 말 그대로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국내의 수많은 산,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장소, 많이 알려졌지만 다시 한 번 알리고픈 장소들을 본지 기자가 직접 다녀보면서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시대에 갇힌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작게나마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금강굴 가는 길. 소공원 주차장에서 금강굴까지는 편도 3.7km정도의 길지 않은 거리다. 소공원에 주차를 하고 비선대까지 평탄하고 넓은 아스팔트길과 흙길이라 남녀노소, 나이불문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사진_정용일 기자)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만난 천국

설안스님과의 매우 특별한 만남

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바로 대한민국의 신성하고도 숭고한 산인 해발 1,708m의 설악산에 있는 금강굴이다. 소공원 주차장에서 금강굴까지는 편도 3.7km정도의 길지 않은 거리다. 소공원에 주차를 하고 비선대까지 평탄하고 넓은 아스팔트길과 흙길이라 남녀노소, 나이불문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 풍광을 만끽하며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비선대 계곡에 다다른다. 코스 곳곳에 보이는 푸른 계곡물에 감탄하며 계곡 사이사이 보이는 기암절벽에 또 한 번 감탄을 하게 된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 대다수가 한 번 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 풍광을 만끽하며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새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비선대 계곡에 다다른다.(사진_정용일 기자)

여기까지는 휘파람 불면서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비선대에서 금강굴까지 남은 600m 구간에 접어들면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난이도 상급에서 곳곳이 최상급 난이도의 급경사 오르막 구간이 이어진다. 거리상으로 600m 구간이지만 워낙 경사가 가파른 거친 돌계단 구간이라 조금만 올라도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체감상의 거리는 2km가 넘게 느껴진다.

힘겹게 가파른 지옥의 구간을 오르다보면 어느덧 조망이 트이면서 주변의 풍광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그 경이로움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과는 정말 천지차이다. 그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은 누구라도 반드시 꼭 한 번 경험해봐야 한다.

가슴 벅찬 감동도 잠시뿐, 금강굴을 향해 걸어온 이들을 마지막까지 두려움에 떨게 하는 말도 안 되는 급경사 계단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조심스럽게 오른 그 계단이 끝나면 금강굴을 모습을 보러 찾아온 이들의 인내심을 테스트라도 하듯 마지막 비좁고 경사가 매우 심한 돌계단이 바로 이어진다.(사진_정용일 기자)

하지만 가슴 벅찬 감동도 잠시뿐, 금강굴을 향해 걸어온 이들을 마지막까지 두려움에 떨게 하는 말도 안 되는 급경사 계단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조심스럽게 오른 그 계단이 끝나면 금강굴을 모습을 보러 찾아온 이들의 인내심을 테스트라도 하듯 마지막 비좁고 경사가 매우 심한 돌계단이 바로 이어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철계단까지 가까스로 올랐다 하더라도 마지막 이 돌계단에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금강굴은 아무에게나 그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사진_정용일 기자)

이 악물고 오른 돌계단 끝엔 절벽 중간쯤에 뜬금없는 커다란 구멍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그토록 영험한 금강굴이다. 작은 굴 안쪽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어 들여다보면 스님 한 분이 방문객을 친절히 맞아준다. 바로 이곳의 지킴이인 설안스님이다. 밝은 얼굴로 힘들게 이곳을 찾은 이들을 맞아주는 설안스님의 얼굴을 마주하면 어느새 가슴조이며 올라온 긴장감은 사라지고 안도감이 든다. 동굴 안의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약수를 한모금 들이키고 스님과 앉아 이러저런 얘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는 것 역시 우리의 삶에서 경험해보지 못 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사진_정용일 기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과 긴 여운

굴 안쪽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며,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그 날의 날씨에 따라 풍경이 천지차이이지만 날씨가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냥 눈에 보이는 풍경들 자체가 모두 아름답고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만한 소중한 풍경들이다. ,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다 다를 것이며, 그 모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스님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사진_정용일)

비선대에서 우측 금강굴방향이 아닌 좌측으로 오르면 그토록 악명 높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오를 수 있다. 스님께서 혼자 올라 찍으신 사진들을 보여주셨다. 아직 비록 직접 올라본 적 없는 곳이지만 사진으로나마 그 공룡능선의 계절별 모습들을 보니 정말 설악산이 대한민국의 최고 명산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곳 금강굴까지 오르고 내리기를 매일 반복한다는 설안스님(사진_정용일 기자)
(사진_정용일 기자)
(사진_정용일 기자)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곳 금강굴까지 오르고 내리기를 매일 반복하신다는 설안스님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또 추운 겨울에는 이 높고 외진 굴속에서 춥고 외롭진 않으실지 걱정도 됐지만 어쨌든 언제나 이 굴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계실 스님을 생각하니 언제 꼭 다시 한 번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님과 굴속에서 1시간의 대화를 끝내고 인사를 나누고 다시 소공원 주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미묘한 감정과 스님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작은 굴 안쪽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어 들여다보면 스님 한 분이 방문객을 친절히 맞아준다. 바로 이곳의 지킴이인 설안스님이다.(사진_정용일 기자)
설안스님과 함께.(사진_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zzokkoba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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