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민주당의 경선 흥행 고민

[시사매거진277]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지난달 28일 시작되면서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었다.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9이 모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대면 선거 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경선 흥행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젊은 정치인 열풍을 타고 당선에 성공하며 야당에 관심이 집중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유력 잠룡 역시 야권에서 출마할 것이 유력해 여당은 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_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지난달 28일 시작되면서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었다.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9이 모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대면 선거 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경선 흥행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받았다. 이번 달 9일부터 3일간 진행될 예비경선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여론조사를 55로 합산한 결과를 토대로 본 경선에 오를 상위 6명을 선발하는 컷오프11일 실시한다. 민주당은 예비후보가 7명 이상일 경우 컷오프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선 후보 등록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시작으로 등록이 시작되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박용진·김두관·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가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30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 이재명 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 등록으로 총 9명의 예비후보가 경선 무대에 올랐다.

최 지사는 여야를 포함해 20대 대선의 문을 여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첫 번째로 등록했다반드시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과 캠프 종합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이 전 대표의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접수했다. 이 전 대표는 SNS를 통해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겠다힘겨운 국민을 살피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장철민 의원을 통해 대리 접수했다.

양 지사와 박 의원, 김 의원은 직접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양 지사는 등록 후 기자들을 만나 반드시 예비경선을 통과하고 본선 승리를 위해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여권 3위권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박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경기 성남의 메타버스 허브를 찾았다. 이곳에서 박 의원은 미래 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사회 혁신을 이끌어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며 경선을 통해 기업이 활력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 후보라는 것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30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이달 1일에 출마 선언을 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 지사는 “여야를 포함해 20대 대선의 문을 여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첫 번째로 등록했다”며 “반드시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하겠다”고 말했다.(사진_뉴시스)

여론조사 1위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견제

여론조사 1위 후보인 이 지사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힘을 받으면서 경선 열기가 가열되는 조짐이다. 정 전 국무총리와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적인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정권 재창출의 소명으로 깊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75일까지 먼저 저희가 하나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가 국민과 당원, 지지자의 염원에 부응하겠다며 다른 후보들과의 추가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출범을 염원하는 후보들이 연대의 원칙을 천명한 것을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공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보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뜻을 함께 모을 수 있다당연히 나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단일화 방침이 반 이재명 연대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그런 목표를 갖기야 하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이 꺼내든 단일화 카드도 다른 후보들의 거절 속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29일 예비후보 등록 후 기자들을 만나 예비경선 기간에 최선을 다해 경주하겠다단일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 지사 역시 이날 예비후보 등록 이후 낸 입장문에서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권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단일화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정권 재창출의 소명으로 깊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7월 5일까지 먼저 저희가 하나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가 국민과 당원, 지지자의 염원에 부응하겠다”며 다른 후보들과의 추가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놨다.(사진_뉴시스)

() 이재명 연대의 가능성은

정 총리와 이 의원의 단일화 선언이 경선판에 지각 변동을 부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TBS와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지난달 2526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진보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정 전 총리는 5(4.3%), 이 의원은 7(1.9%)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6위 정의당 심상정 의원(4.3%)을 제외하면 민주당 주자 기준 56위로, 예비경선(컷오프) 상 가장 마지막 두 자리가 된다. 꾸준히 10% 내외 지지율로 여권 2위 자리를 지키는 이 전 대표나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추 전 장관, 박 의원 등도 인위적인 연대보다는 독자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후보만으론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내에선 결선투표 때 12위 후보를 중심으로 전선이 개편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 지사의 독주가 이어질 것을 가정하면, 컷오프 이후 나머지 후보 5인 중 2위 자리를 차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반이재명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의 반응

이 지사는 대한민국 대전환, 이재명은 합니다등의 슬로건을 준중심으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직을 수행하며 보여준 정책 실행력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의 캠프도 그 모습을 드러나고 있다. 총괄 역할은 5선 조정식 의원이 맡고 비서실장은 3선 박홍근, 상황실장은 재선 김영진, 정책 총괄은 당내 정책통인 3선 윤후덕 의원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5선 안민석·재선 김병욱 의원은 직능 분야를, 초선 민형배 의원은 전략 분야를 각각 담당한다. 대변인단에는 기존 성공포럼 대변인인 박성준·홍정민 의원에 더해 새로 합류한 박찬대 의원이 수석대변인을 맡는다.

이 지사 측은 당 경선을 넘어 대선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데 몰두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선 선거에서 막판 단일화가 성공을 거둔 전례가 거의 없고, 경선 이후 민주당이 원팀으로 거듭나려면 다른 주자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뒤 첫 행보로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또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으로의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본선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미래IT혁신포럼 창립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어디서나 뜻을 함께 모을 수 있다”며 “당연히 나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단일화 방침이 ‘반 이재명 연대’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그런 목표를 갖기야 하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사진_뉴시스)

흥행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

민주당 대선 경선기획단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역동적 경선 기획을 통해 국민적 관심 속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강훈식 공동단장은 오늘 등록을 시작으로 74일간 대장정이 시작된다유권자는 재밌고, 후보자는 괴롭고, 야권에는 무서울 경선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당헌·당규를 고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경선을 역동적으로 만들 제안이면 어떤 것이든 수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보다 풍부한 후보군에도 경선이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역별 전당대회 및 합동연설회가 어려워 경선 과정에서 당 전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대책으로 TV토론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은 국회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예비경선 프로그램을 논의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네 차례의 TV토론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횟수를 늘릴 여지도 있다합동연설회를 하지 않게 되면서 그 공백을 TV토론으로 채워야 해 방송사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젊은 정치인 열풍을 타고 당선에 성공하며 야당에 관심이 집중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유력 잠룡 역시 야권에서 출마할 것이 유력해 여당은 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선 연기론으로 한 차례 진통을 겪었던 만큼 그 갈등의 골이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갈수록 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 이반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2개월여의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이 당내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이벤트를 넘어, 정부 여당의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장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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