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돌아보니, 나는

부산·경남 민주화운동의 선구자

저자 구석기 | 출판사 걷는사람

[시사매거진] 1936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스무 살(1955년)부터 민주당 창당에 참여, 부산·경남 지역의 정치 텃밭을 일구어 온 백촌 구석기 선생의 자서전 '백촌의 항심-여기서 돌아보니 나는'이 출간되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유·청소년기를 보낸 저자는 약관의 나이에 정치계에 입문하여 40여 년간 군부 독재에 맞서 지난한 투쟁을 벌여 왔다. 

구석기 선생은 민주당 창당을 시작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후 그와 함께하며 군부 정권의 종식과 문민정권의 출범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한길을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동래군 복권 운동, 기장 향교 교육 활동, 동일회(東日會) 창단 등을 이끌며 향토 문화를 일구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저자의 아호 백촌(栢村)은 고향 마을 ‘동백리’에서 따온 것으로, 스스로를 ‘동백리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을 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지와 잎사귀를 바꾸지 않는 송백(松栢,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정신을 일생 동안 새기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책 속에는 군대 생활 도중에 맞이한 4·19혁명의 순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했던 운명의 순간, 공권력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민주회복국민회의 부산경남지부’의 깃발을 내걸던 순간, 5·18 관련 간첩 누명을 뒤집어쓰고 죽음을 각오하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부친이 시작한 미역 양식 사업을 이어받아 일본 수출길을 열며 사업가로서의 길을 갔던 시간, 그리고 막바지에는 능성 구가 문중 제실을 정리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치르고 스스로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오늘의 시간들이 파도처럼 펼쳐진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삶의 성숙함이나 성공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안타까움과 성찰의 기록이다. 내 생이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닐지라도, 다음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머리글에서 밝히듯 책 속에는 80여 년간 고향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향해 걸어온 실패와 도전, 그리고 소명(召命)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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