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많이 닮아서 “리틀 이만수“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던 최성민 선수와 함께(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좋은 사제(師弟) 사이는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에서 서로 배우며 깨달음을 얻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덧 야구인이라는 인생의 타이틀을 달고 50년 이상을 살아온 나에게 야구를 통해 배운 재능을 국내·외를 누비며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할 뿐이다.

프로선수로서 16년,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로 20년을 야구장에서 보냈다. 평생 이 일이 좋았기에 늘 기쁜 마음으로 야구장을 다니면서도 문득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어 보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했다. 

프로야구 지도자로서 현장에서 코칭(Coaching)만을 해 왔다. 당장의 성적을 걱정해야 했기에 그것이 먼저였다.

그러나 야구를 통해 티칭(Teaching)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했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눈 앞의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단지 야구를 통해 감동을 주고 훌륭한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을 돕고 싶었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당시 우승 후 촬영한 기념사진(사진_헐크파운데이션)

2017년 배명고 야구 동아리인 “하늘로 쳐“ 학생을 대상으로 거의 1년 동안 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들로 기억된다. 외국에 나가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때를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웬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린다.

KBS 방송국에서 배명고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쳐 달라는 섭외를 받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수락을 했다. 방송출연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때 그렇게 쉽게 응한 것이 스스로도 놀랍기만 하다. 야구를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라오스 야구선수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자신감으로 발현되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당시 나와 함께 했던 고등학교 1학년 선수들도 이미 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대학생, 유학생, 군인, 직장인까지 당당하게 사회인으로서 본인들이 선택한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

이들 학생들을 함께 가르쳤던 천항욱 선생님과 김영훈 선생님은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학생들도 SNS나 이메일 또는 전화로 연락이 오곤한다. 1년에 한 번 쯤은 단체로 그 당시 야구를 했던 선수들과 함께 만나 사는 이야기와 앞으로 전개될 인생들을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천항욱 선생님(왼쪽)과 김영훈 선생님(오른쪽)(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지난 5월 27일 이른 아침에 멀리 영국에서 최성민 선수. 나와 많이 닮아서 “리틀 이만수“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던 그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이른 아침에 최성민 선수의 글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2017년 TV 프로그램으로 야구를 처음 가르쳤을 때만 해도 그는 배명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최성민 선수는 나이가 가장 어렸기 때문에 동아리 형들의 잔심부름 뿐만 아니라 야구장비들을 도맡아 챙기는 힘든 일들을 하면서도 늘 웃음을 보여줬던 열정 가득한 선수로 기억된다. 활발한 성격과 항상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 때문에 팀의 마스코트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또 한 가지는 나와 닮아 선수들과 천항욱 선생님이 그를 ”리틀 이만수“라고 부르며 각별히 챙겼었다. 나 또한 그의 모습과 태도를 보며 그런 별명을 붙인 것이 오히려 흐뭇하기까지 했다.

야구 경기 중에는 주전 선수가 아니어도 대타나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플레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늘 마음 한 구석에 애틋함이 남아있는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와 나눴던 교감을 떠올리며 허락을 구하고 그와 나눈 편지를 공개한다.

이만수 감독님 안녕하세요?
감독님이 우리들의 공교시에서 감독을 맡으실 때 1학년이었던 최성민입니다.
감독님의 소식은 페이스북 헐크파운데이션 페이지에서 자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했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의 추억 아직 잊지 못합니다.
고등학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셨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했을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독님은 저희에게 그저 야구를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 주신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의 근황을 잠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금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정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감독님께서 봉준호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리라 믿음을 주셔서 실망 시켜드리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공부중입니다.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저희에게 항상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그 사랑 정말 큰 사랑이었습니다.
너무 존경합니다 감독님
바쁘실텐데 답장 안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사랑합니다 감독님.....


사랑하는 성민아~
너무 반갑고 이렇게 소식 주어 고맙다.
잘 지내고 있지?
지금 영국에 있구나.
성민이랑 같이 야구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구나.
갑자기 성민이가 그 때 함께 야구했던 이야기를 하니 나의 몸에서 전율이 흐른다. 
많이 보고싶다.
성민이랑 같이 야구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영국에서 영화 공부 잘하고 있지?
나는 성민이를 믿고 있다.
봉준호감독 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영화 감독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성민이가 좋아하는 영화 공부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너만이 할 수 있는 멋진 영화를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 

사랑하는 성민아~
나는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많은 일들을 했고 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한다.

성민이는 앞으로 영국에서 몇년 더 있을거야?
지금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몇학년이야?
앞으로 몇년 더 있을 생각이니?
항상 건강 잘 챙기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길 바란다.

나는 성민이랑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어 너무 좋다.
많이 사랑하고 보고싶다.
화이팅..........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정말 보고싶습니다. 감독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야구한지 벌써 4년이나 지났네요.
감독님 말씀처럼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영국에서 영화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응원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소식도 확인했습니다. 
항상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존경합니다. 감독님.
감독님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교 1학년을 다니고 있어서 3학년 졸업 때까지 있을 예정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 방학 때 한국에 다녀갈 예정입니다.
근데 1학년이 6월에 끝나는데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군대에 갈 생각입니다.
졸업하고 가는것 보다 1학년 끝나고 가는게 더 좋은 선택인것 같아서 끝나고 가려고 합니다.
코로나가 끝난다면 감독님도 한국에 계시고 저도 조금 있으면 한국에 가서 시간이 맞는다면 감독님과 같이 저녁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같이 야구 했던 형로, 희찬이, 준혁이와 만나면 감독님과 함께 야구 했던 얘기 종종 합니다.
다들 감독님을 그리워 합니다.

저도 감독님과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감독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감독님이 생각날 때 종종 이렇게 연락 드리겠습니다.
항상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연락 드릴때마다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도 감독님 많이 사랑하고 보고싶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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