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1만 달러 수준의 형편없는 급식과 처우
부실 급식과 함께 논란이 된 엉터리 보급품 등 허술한 시스템도 발각
국가 차원의 다각적 노력과 함께 ‘군인은 다 견뎌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인식 버려야…

[시사매거진 276호] 군부대 내 부실급식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휴가 복귀 후 일정 기간 격리된 병사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한 중부지역 공군부대 장병은 휴가 후 격리 상태에서 배급받은 식단을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밥과 브로콜리 3조각, 깍두기, 감자 1/4쪽, 고추장뿐이었다.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부실 배식’ 관련 사진(사진_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이뿐만 아니라 일부 부대에서는 ‘격리기간 동안 급식을 아예 받지 못한 일이 빈번했다’라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폭로는 육군에서도 이어졌다. 한 장병이 올린 사진에는 삼치조림과 방울토마토, 멀건 국이 급식으로 나왔다. 해당 장병은 ‘김치가 있었으나 쉰내가 너무 심해 결국 방울토마토로 배를 채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병사는 격리기간 동안 배급받은 식사에 대해 “마치 감방에 온 느낌이 들었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병사들 사이의 ‘부실 짬밥(급식)’, ‘배식 실패’ 폭로와 더불어 이를 질타하는 분노의 인증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군내 각종 부조리의 주요 고발 창구가 된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온 제보는 30건을 훌쩍 넘었다. 이 가운데 부실급식 관련 제보는 지난 4월 20일까지 13건에 달하는 등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메인 반찬과 국이 없는 도시락 사진(특전사 예하 부대),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밥과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 깍두기 2쪽이 담긴 도시락 사진(공군 수도권 부대), 생일 케이크 대신 지급된 1000원짜리 빵 사진(대구 육군 부대) 등 ‘분노의 인증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자,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격리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부실급식 폭로 이후 지난 4월 20일 네 번째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당일에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반찬과 국이 없는 식판과 시리얼 정량이 모자라는 사진이 올라오자 군 당국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획기적인 군 복무 환경’이란 대국민 홍보 뒤에 숨은 부실급식, 무엇이 원인인가?

국방부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됐던 부실 급식 사례는 총 7건이었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 및 건수는 육군 12사단(4건), 51사단(1건), 11특전공수여단(1건), 공군 방공포3여단(1건)이었으며 이 중 ‘배식 실패’는 4건, ‘부식수령 불량’은 2건으로 파악됐다.

‘배식 실패’는 급식은 부대 인원에 맞게 정상적으로 공급됐으나 일선 부대의 관리 소홀 등으로 일부 부실한 식단이 나간 경우다. ‘부식수령 불량’은 해당 부대의 급양관이 식수인원보다 부식을 부족하게 청구했다는 의미다.

가장 부실급식 실태가 심각했던 곳은 육군 12사단이었다. 휴가 복귀 후 격리된 병사들이 폭로한 다른 부대와 달리 일반 병사가 폭로한 4건 모두 ‘배식 실패’, ‘부식수령 불량’이 원인이었다.

현 정부 들어, 군 당국은 병사 월급 대폭 인상과 군 휴대전화 전면 사용 허용으로 장병 처우와 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대국민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군 당국의 대대적인 홍보가 무색해지고 있다.

2021년 04월 24일 코로나19 격리 장병 부실급식 논란에 서욱 국방장관이 현장 점검에 나섰다.(사진_국방부)

군 안팎에서는 부실급식의 주요 원인을 낮은 급식단가라고 지적한다. 병사 급식단가가 낮아 고기 등 주요 반찬이 조기 소진되고 다른 반찬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올해 병사 1인당 급식단가는 일일 8,790원(1끼 2,930원)이다. 무상급식을 하는 서울시 초등학생이 1끼에 먹는 3,768원이 성인인 군 장병의 급식단가보다 800원가량 높으며, 중학생 급식단가인 1끼 5,688원과 비교하면 군 급식단가는 절반에 불과하다. 국방예산이 52조 원을 돌파하는 데도 장병 복지의 기본인 급양 예산은 ‘쥐꼬리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부대의 지속적인 부실급식에 대해 군납 비리 의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육군 12사단의 경우 ‘부식수령 불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는 간부 자질과 능력 문제 이면에 군납 비리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식자재 조달이나 조리 인력 규모, 배식 등 전 과정에서도 고질적인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으로 병사 150명당 취사병(조리병)은 2명에 불과하다. 이는 해군과 공군의 절반 수준으로, 취사병과 별개로 민간조리원이 있긴 하지만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80∼300명 기준 1명이 편성되는 정도다.

영양사 보직은 아예 없으며, 조리 경험이 없는 취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상황이다 보니 맛있는 메뉴를 생각할 틈은 고사하고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다 병력 350여 명을 기준으로 배식을 관리 및 감독하는 급양 관리관(부사관)이 1명씩 편성되는데, 그 이하 규모 부대는 급양 관리관이 따로 없다. 다른 보직 부사관이 급양 관리관을 겸직하는 부대가 허다하다. 이렇게 취사병과 민간조리원 등 개인 편차에 따라 조리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고,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부사관도 없는 상황에서 ‘정량 배식’ 원칙이 늘 지켜지기란 사실상 어렵다.

열악한 취사 환경과 함께 일선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의 시대착오적 인식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를 통제한다는 명목하에 격리시설에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지급하지 못한 처우와 ‘군대니까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라는 비윤리적 인식이 문제를 묵인하고 감췄다는 것이다. 

지난 5월 8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39사단 부실 배식’ 관련 제보(사진_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엉터리 피복과 폐가 수준의 격리시설, 급식뿐 아닌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 ‘부실’ 논란

부실급식에 이어 엉터리 피복 논란, 폐가와 같은 격리시설까지 폭로되며 고된 훈련과 병영 생활을 이겨내고 있는 장병들은 허탈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우리 군 장병들에게 보급된 옷과 모자 등 피복류 수십만 개가 기준에 못 미치는 엉터리 제품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이 여섯 개 군납 제품을 조사한 결과 병사들이 쓰는 베레모와 육군 여름 운동복, 춘추 운동복 등 3개 품목에서 불량품이 확인됐다. 한 업체의 육군 여름 운동복 바지는 땀을 흡수하는 속도가 기준치의 9배에 달했고, 베레모의 경우 물을 막는 정도가 기준치에 한참 못 미쳤다. 확인된 불량품만 81만 벌, 모두 182억 원어치에 달한다.

이런 불량 제품 납품의 원인에는 허술한 품질보증 방식이 있다. 일일이 검사할 수 없는 대량 납품 품목의 경우 제조업체에 공인기관 인증을 받도록 하는데, 평가를 받을 때만 제대로 된 제품을 쓰고 실제로는 부실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다. 이를 딱히 잡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병사들은 엉터리 제품을 쓰며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논란이 커지자 방위사업청은 문제 업체 가운데 1곳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나머지 업체도 추가 정밀분석을 한 뒤 필요한 경우 법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쯤 제대로 된 옷과 베레모가 지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4월 27일,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 A씨가 제보한 코로나19 격리시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었다. A씨가 보낸 영상 속에 격리시설 내 벽과 천장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가득했고, 벽 곳곳과 바닥 타일은 금이 가거나 깨진 곳이 많아 마치 폐가를 연상케 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격리시설에는 바퀴벌레가 수시로 출몰했고 세면장 안전등은 켜지지 않아 씻을 때는 희미하게 비추는 복도 불빛에 의지해야 했으며, 화장실이나 세면장을 여러 명이 함께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위생과 청결이 중요한 격리시설이 과연 맞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서욱 국방장관은 2021년 5월 7일 열린 국방부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코로나19 격리 장병 처우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장병 생활여건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사진_국방일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다각도 모색과 ‘군대는 힘들어도 참아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 버려야

병사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4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인사말에서 “최근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 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 제공, 입영 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라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국방부는 내년부터 장병들의 기본급식비를 1만500원으로 19.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 수뇌부의 대국민 사과와 국방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간부 중심의 배식 관리 강화와 급식비를 인상하는 등의 대책은 병사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질 좋고 맛있는 급식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 뿐 아니라 군 식자재 조달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군은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조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식자재별로 1년 치를 미리 계약해놓고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대부분 납품받고 있다. 또한, 군납 식자재가 국산 농·축산물 소비 증진 등을 위한 창구로만 활용되어 식재료가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기관에서 할당하는 식재료와 지역 특산물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식재료가 국산으로 제한되고 같은 햄도 대기업 제품은 식단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 음식들은 잔반으로 처리되고 연간 전반처리 비용은 110억여 원에 이른다.

현 장병들에게는 ‘3가지 반찬에 국물’ 공식과 장병 1인당 연간 우유 435개를 무조건 소비해야 하는 지침이 적용되는데, 이는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요즘 세대에 맞지 않는 식사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이런 틀을 깨고, 군에 자율성을 주어야 근본적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군 자체만으로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범정부 차원에서 현행 군 식자재와 부식 조달 방침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

실제로 군사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부실급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민간 급식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급식 외주화’ 등 군 급양체계 대혁신과 다각적인 모색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급식 외주화’다. 현대 사회의 물류 시스템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후방 부대 급식은 물론, 경기·강원 지역 최전방 부대의 급식까지 대기업 등에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포천, 강원 춘천·원주 등에 급식 거점 센터를 설립한 뒤 최전방 일반전초(GOP) 지역까지 ‘반조리 케이터링(음식 배송)’을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군은 육군부사관학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외주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식자재 구성과 만족도, 영양학·경제학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전체 교육기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휴일도 없이 삼시 세끼를 만드는 취사병의 근무 여건도 개선이 필요하다. 취사병 1명이 75인분의 3끼를 책임지는 벅찬 업무 시스템은 부실한 급식과 군사들의 영양 부족 등으로 이어진다. 민간조리원은 병력 80~300명 부대 취사장에 1명 배치가 기본이다.

그러나 민간조리원은 취약 시간인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병사들에게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리원의 보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부실급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과 함께 공급자 위주의 급양 조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윗세대 간부들을 포함, 나라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자신의 청춘을 국가에 바치는 국군 장병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라떼(나 때)는 없어서 못 먹었다’라는 낡은 사고도 버려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현 MZ세대 장병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을 강압적으로 고집할 경우 군의 급식 체계는 후진성을 보여준다. 우리 군 장병들의 기본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군차원에서의 변화는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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